#300:1 경쟁
베를린의 집 구하기는 정말 악명이 높다.
베를린에서 누군가가 "I am looking for a new place to live."라고 말한다면 모두들 "Good luck!!!"을 외친다.
집을 구하기도 어렵지만, 쉐어아파트에 방만 렌트하려고 해도 교환학생을 떠나거나 다른 지역으로 잠시 옮기는 이들이 내놓은 단기 방이 많은 편이라 장기로 머무를 방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베를린에서 여행이 아닌 장기로 머무를 거라면 반드시 거주지 등록이 가능한 집을 구해야 하는데, 그 거주지 등록이 가능하면서도 장기렌트가 가능한 집을 구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내가 만난 베를린의 한 친구는 2년 동안 5번 이사를 했다고 했다.
지난 몇 년 새 외부에서 베를린으로의 유입이 많아지면서 집 구하기는 매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저렴했던 렌트는 매년 무서운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베를린에 많은 사람으로 몰리는 여러 가지 이유 중 내가 아는 두 가지는
첫째, 베를린의 클럽, 예술 씬이 핫해지며 세계 각지의 문화 예술을 즐기는 사람들 혹은 젊은 예술가들이 몰리고 있는 것.
둘째, 베를린 시가 IT 기업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기 시작하며 많은 IT 기업들이 베를린으로 옮겼고, 베를린이 스타트업의 본거지가 되면서 다양한 일자리가 늘어나 외부 인구의 유립이 많아진 것.
수요는 많아지는데 비해 공급은 한정적이니, 한 아파트에 수십 명, 수백 명이 몰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우선 독일은 대부분 월세 개념으로 집을 렌트하거나 집을 사는 이사하는 경우 두 가지가 있다.
우리나라 같은 전세 개념으로 집을 렌트하는 경우는 아직 보지 못했다.
이제 막 베를린으로 이사를 온 경우라면, 이 도시에서 얼마나 살지 알 수 없는데 집을 구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고- 대부분 월세 계약으로 집을 렌트할 수 있는 집들을 구한다.
베를린에서 집을 구하기 전, 먼저 스스로가 결정해야 하는 것이 있다.
혼자 아파트 혹은 원룸 전체를 렌트해서 살 것인가? 아니면 쉐어아파트(WG)를 선택할 것인가?
나는 WG에서도 살아본 적이 있고, 아파트 전체를 렌트해서 살아본 적도 있다.
각각 장단점이 있는데,
1. WG
WG라고 불리는 것 쉐어하우스는 한 아파트나 집을 두 명 이상이 쉐어해서 사는 형태를 말한다.
아파트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주방, 거실, 욕실 등 공용 공간을 쉐어하고 각자 방을 따로 쓰는 형태가 가장 많다.
아파트의 크기나 형태에 따라 적게는 두 명, 많게는 다섯 명 이상 쉐어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한 명이 전체 아파트를 렌트해 나머지 세입자에게 각 방을 서브 렌트하는 경우가 제일 많고, 가끔은 집주인이 다른 곳에 살면서 각각 세입자와 따로 계약을 하여 렌트를 주는 경우도 있다.
> 장점
- 서로서로 집 안일 돕기
물론 함께 사는 이들이 간혹 게으르(?)다면 혼자 청소를 독 박쓰는 바람에 종종 플랏 메이트들 간에 분쟁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무거운 짐을 정리하거나 전구를 갈아 끼우거나, 공용 공간 청소 등 크고 작은 집안일을 서로 도와가며 할 수 있다.
- 1/n의 집세
아무래도 혼자 살다 보면 인터넷, 전기료, TV수신료 등 집 때문에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크다.
보통 WG의 경우 이러한 금액을 나누어 내거나 방 값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함께 사는 즐거움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거나, 이제 막 베를린에 왔다면 베를린을 잘 아는 누군가와 함께 살면서 도움도 받고 친구도 사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독일어 무식자인 나의 경우도 처음 함께 살았던 독일인 친구에게 거주지 등록부터 어학원 등록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 단점
- 사생활
아무래도 한 공간을 나누어 쓰다 보니 경우에 따라 사생활을 보호받기가 힘든 경우가 있다.
나의 경우 보통 집에서 식사를 할 때 티비나 영상을 보며 간단하고 조용히 식사를 하고 싶은 경우가 많은데
대학원생이었던 예전 두 플랏 메이트들은 모든 걸 함께하길 바라는 친구들이었다.
요리 준비도 함께, 식사도 함께.
혼자 있는 시간 또한 중요한 나에게 그들의 생활방식은 조금 버거웠다.
그래서 WG 광고를 보면 WG의 분위기나 각 사는 플랏 메이트들의 성격 등을 적어놓는 경우가 많다.
꼼꼼히 잘 읽어보고 본인의 성격과 잘 맞는 WG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 생활패턴
처음 함께 살았던 독일인 플랏 메이트의 집에서 결국 이사를 나와야만 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 친구와 나의 생활패턴이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직업 특성상 새벽 5시에 일어나 6시에 출근하고, 9시에는 취침을 했던 그 친구와 한참 베를린에 막 와서 해 뜰 때 잠들어 해질 때 일어나는 프리랜서(라 쓰고 한량 라이프라 읽는다)를 즐기고 있던 나의 생활패턴은 너무나 극과 극이었다.
내가 잠들 때쯤 그 친구 하는 기상 준비 소리에 난 잠을 설쳤고, 전시 오프닝 파티 등을 누비며 밤늦게 귀가해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는 내 소리에 그 친구는 잠을 설쳤었다.
같이 사는 사이인 만큼 생활패턴이 다르면 정말 괴롭다.
반면 생활패턴이 너무 비슷해도 곤란한 경우도 있다.
특히 사람은 여러 명인데 화장실이 하나인 경우 출근시간이 비슷하다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나에게 WG는...
소리에 대한 예민함 + 밖에서 에너지를 불사르고 집에서는 주로 휴식을 즐기는 성격 탓에 나에게는 WG에서의 삶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물론 좋은 플랏 메이트들을 많이 만나 도움도 받고 추억도 쌓았지만, 여전히 나는 가능하다면 혼자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전의 나처럼, 베를린에 이제 막 왔고, 얼마나 베를린에 머무를지 정확한 계획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WG를 추천하는 편이다.
베를린의 경우 집을 구하기도 어렵지만, 계약도 복잡하며,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몹시 어렵다.
이제 막 베를린에 와서 아직 자리를 잡기 전이거나 길게 머무를 계획이 아니라면 단연 WG를 추천한다.
2. 아파트 렌트
1인 가구 기준, 스튜디오 형태의 원룸이나 아파트 전체를 빌리는 형태가 있다.
아파트의 형태는 방 1개에 주방에 붙어있고 화장실이 따로 있는 스튜디오 형태부터 거실과 침실이 따로 있고, 주방과 화장실도 따로 있는 형태 등 다양하다.
> 장점
- 나 혼자 산다
말이 필요 없다.
혼자 사니 모든 공간을 내 마음대로 편하게 쓸 수 있고, 이웃에 피해를 주지 않는 범주 안에서 뭐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 내 공간은 내 마음대로
이건 나에게만 해당될지도 모르겠지만, WG에 살면서 내 방 외에 공용 공간을 내 방식대로 정리하거나 꾸밀 수 없는 부분이 참 아쉬웠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인데도 뭔가 완전한 내 집 같지 않은 기분?
혼자 살면서 내 공간을 원하는 대로 꾸미고 정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 단점
- 계약처리
독일은 전기가 민영화가 되어있기 때문에 직접 원하는 전기 공급자를 선택하여 계약을 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도 신청해야 하고, 티비 수신료도 등록해야 내야 한다.
독일어가 유창하지 않거나 독일어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인이 없는 경우 혼자 이 모든 것을 독일어로 처리해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의 경우 독일 회사 동료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고, 네이버 블로그나 인터넷의 정보를 검색하여 많은 도움을 받아 혼자 이 모든 걸 헤쳐나갔다.
- 가구부터 부엌까지 내가 설치한다!
아파트에 따라 기본적인 가구가 구비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빈 아파트의 형태로 가구가 없는 경우가 많으며, 상당히 많은 경우 부엌이 설치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있다.
베를린에서 아파트에 부엌이 설치되어있지 않은 경우는 매우 흔하다.
천장에 조명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대부분.
심한 경우는 욕실, 세면대 등 화장실도 설치되어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래서 아파트의 조건이 마음에 들더라도 본인의 상황에 맞는 아파트를 선택해 들어가야 한다.
나의 경우 아무리 조건이 마음에 들어도 부엌과 화장실을 직접 설치해야 하는 아파트들은 걸렀다.
오래 살 계획이라면 직접 원하는 부엌을 설치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내가 일 년 후에 어디에 있을지 미래를 누가 알겠는가?
+ 요즘은 외국인의 유입이 많아져 가구와 시설이 완비된 아파트를 렌트해주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업체들의 장점은 전기, 인터넷, 가구, 세탁기, 냉장고 등등 모든 필요한 것이 완비되어 있고, 계약서 한 장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담당자가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
단점은, 대부분 이런 아파트는 새 아파트 혹은 리모델링 한지 오래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격대가 일반 렌트에 비해 매우 비싼 편이다.
나에게 혼자 사는 것은...
간혹 혼자 사는 것이 외롭다는 친구들도 있는데 (특히 코로나로 인한 장기 집콕을 했을 때에는 더더욱) 나는 혼자 있는 것을 꽤나 즐기는 탓에 아직까지는 혼자 사는 것이 꽤나 마음에 든다.
하지만 나의 경우 사실, 내 소개로 우리 건물로 이사를 온 친구가 같은 건물에 살고 있다.
몸이 아프거나 위험에 빠졌을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이웃이나 친구가 가까이 없다면 조금은 혼자 라이프가 무서워 질지도 모르겠다.
3. 학생기숙사
나는 한 번도 거주해본 적이 없지만, 어학원을 다니거나 유학 중인 학생인 경우 학생기숙사도 좋은 선택이다.
베를린에는 새 건물에 깔끔하게 지어진 사설 기숙사들이 많다.
원룸 아파트 형식에 작은 부엌과 화장실 딸려있는 개인 공간과, 함께 쓸 수 있는 공용 공간들이 크게 있는 경우가 대부분.
오직 학생들만이 입주가 가능하고, 가격은 대부분 WG보다는 비싸고 아파트를 단독으로 빌리는 것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본인이 원하는 주거형태를 대강 결정했다면 이제 집을 찾아볼 차례.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주변에 입소문을 내어 소개를 받아 이사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상대적으로 덜 경쟁적이고,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베를린에서는 아파트 임대로 사기를 (특히 외국인 대상으로) 치는 경우가 매우 많다.
나도 적지 않게 사기 이메일들을 받아봤었다.
대부분 패턴들은 비슷하다.
내가 지금 외국에 있어서 직접 집을 못 보여준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나에게 계약금(?)을 입금하면 집을 볼 수 있도록 열쇠를 주겠다. 블라블라블라~
집 구할 때 주의할 점!
* 집은 꼭 직접 뷰잉을 하고 결정
*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까지는 절-대 계약금 송금하지 말 것
* 집세나 계약금은 기록이 남도록 반드시 계좌이체를 이용할 것 (계좌이체가 어려울 경우 현금 지불 후 꼭 영수증을 받을 것)
* 계약서는 반드시 독일어로 작성할 것. 영어로 작성된 계약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들었다.
(WG의 경우도 나는 다 간단하게나마 계약서를 작성하였다.)
* WG의 경우 꼭 서로 페이스북이나 링크드인 같은 개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링크를 교환할 것.
아파트 전체를 렌트하는 경우 개인이 올린 매물보다는 부동산에서 올린 매물을 이용하고,
부동산의 경우도 리뷰가 좋거나 사이트에서 인증이 된 곳을 이용할 것
베를린 집의 종류!
베를린은 아무래도 도시다 보니 하우스 형태의 집은 거의 없다.
크게 알트 바우(천장이 높은 옛날식 건물), 보통 높이의 천장을 가진 보눙(아파트), 그리고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새 아파트.
- 알트 바우의 경우 대부분 유럽 애들이 선호한다. 천장이 높아 시야가 탁! 트이고 구석구석 멋스러운 옛날 방식의 장식이나 문양을 간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벽이 두꺼워 방음이 좀 더 잘 되는 편이나, 바닥이 나무라면 오래된 집이다 보니 윗집에서 누가 걸을 때마다 삐그덕거리는 소리를 듣게 될 것.
개인적으로 나는 알트 바우를 선호하지 않는다. 천장이 높다 보니 여름에는 시원해 좋지만, 겨울에 너무 춥다.
- 보통 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방음이 0점이다. 벽에 귀를 대면 옆집에서 무슨 말 하는지 다 들릴 정도...
베를린의 아파트 대부분이 방음이 아주 좋지 않다. 그래서 밤 10시 이후나 휴일에 소음을 만들지 말라는 규정이 있는 아파트들이 대다수이고, 그런 규정이 없이 테크노 음악을 사랑하는 이웃을 만나면 무척 괴로울 것이다.
장점은 천장이 낮은 만큼 겨울에 따듯하다는 점이고, 나같이 키가 별로 크지 않은 사람도 천장에 어렵지 않게 손이 닿으니 전구를 갈거나 청소를 할 때 매우 용이하다.
이전 알트 바우 살 때 위쪽에 있는 창문을 청소하려고 치면, 나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도 맨 윗부분은 손이 닿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 오래된 건물의 경우 에너지 효율을 잘 체크해야 한다. 막상 월세가 저렴해도,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집에 나처럼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 산다면 난방비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 베를린에 세입자가 몰리면서 신축 아파트들도 많이 생기고 있는데, 이제 막 지어진 아파트들이니 시설면에서는 아주 훌륭!
신축 아파트들 중에서는 우리나라처럼 바닥 난방 시설을 갖추고 있는 집들도 있다.
에너지 효율이 좋아 적은 난방비로 조금 더 따뜻한 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집 값이 매우 비싸다는 단점이 있고, 무엇보다 방음이 복불복이다. 신축 아파트라고 해서 방음이 다 좋지는 않다는 것.
1. WG 구하기
여러 사이트와 방법이 있지만, 가장 좋은 것은 지인 혹은 지인의 지인들을 통해 구하는 것이고!
둘째로 나는 여러 사이트 중 WG gesucht ( https://www.wg-gesucht.de/ )를 추천한다.
가장 활성화가 잘 되어있기도 하고, 여러 가지 옵션을 선택할 수 있어 나에게 맞는 WG를 필터링해서 보기 쉽다.
실제로 내가 지금까지 구한 WG는 모두 이 사이트를 통해 이루어졌다.
본인이 원하는 지역이나 조건들을 필터링해 집을 찾으면 집 광고를 올린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데, 이 경우 본인을 어필할 수 있게 글을 잘 써야 한다.
간단한 자기소개 - 이름, 나이, 어느 나라에서 왔고, 베를린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고, 베를린에 산지 얼마나 되었는지 등등.
+ 본인 성격 소개 - 본인 성격이나 취미, 쉐어하우스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지 등등
본인이 함께 살기 적합한 사람인지를 잘 어필해주는 것이 좋다.
글을 쓸 때는 또래와 같이 살기를 희망하는 경우 정중하게 글을 쓰기보다는 조금 캐주얼하고 친근하게 쓰는 것이 좋다.
제일 중요한 부분은 WG에서 사람을 찾는 사람들 역시 이 사람이 어떤 성격의 사람이고, 그 사람의 신원보증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므로 본인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링크 등을 함께 보내는 것이 좋다. (강추!)
나도 WG에 플랏 메이트를 구하기 위해 광고를 올려본 적이 있는데, 정말 올리기가 무섭게 10분 안에 20통 넘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 말은 즉슨, 메시지가 30-40 통이 넘어가면 뒤에 메시지는 읽어보지도 않는다는 것.
좋은 조건의 WG는 금방 사람이 몰리기 때문에 알림 설정을 해놓고 집 광고가 올라왔을 때 빠르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좋다.
WG의 경우 보통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집주인(혹은 그 아파트를 렌트한 메인 세입자)이 함께 사는 경우와 집주인 없이 플랏 메이트들만 사는 경우.
집주인(메인 세입자)과 함께 사는 경우의 장점은, 본인도 사는 집이기 때문에 집의 장비나 가구들의 질이 좋고 집이 무척 깨끗하다는 것이다. 단점은 집주인을 잘못 만나면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아무래도 아쉬운 입장에 있는 것은 세입자일 테니...
플랏 메이트들끼리만 사는 경우 같이 사는 사람들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집의 가구나 장비들이 그닥 좋지 않다.
집주인과 함께 살지 않기 때문에 좀 더 편하고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은 좋지만, 그만큼 집에 문제가 생기거나 고쳐야 할 게 생기는 경우 빠르게 대처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2. 아파트 렌트하기
아파트 역시 지인들을 통하는 방법이 가장 확실하고 안전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는 역시 사이트를 이용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 사이트가 있지만 나는 주로 https://www.immobilienscout24.de/ 를 이용했다.
지역이나 조건 필터링도 편하고 무엇보다 매물이 많이 올라온다.
지금의 집도 이 사이트를 통 해구 했다.
집을 직접 구하는 경우 대부분의 컨텍을 독일어로 해야 하기 때문에 지인의 도움을 받아 미리 간단한 본인 소개를 독일어로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 대부분 개인이 올린 매물을 거르는 편이다. 사기 등의 위험으로부터 안전성을 보장하기가 어렵기 때문.
하지만 내 지인의 경우 아직 학생이라 본인의 재정을 보증하기가 어려워, 개인이 올린 곳에 연락해 아파트 룰 구했는데 지금까지도 별문제 없이 잘 살고 있다.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면 보통 메시지를 보내게 되어있는데, 10개 보내면 1개 답장이 올까 말까.
이곳 역시 연락하는 사람이 너무너무 많기 때문에 메시지를 광고가 올라오자마자 보내는 것이 좋다.
전화번호가 기재되어있다면 직접 전화를 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
보통 메시지를 보내면 답장으로 뷰잉을 날짜를 잡아 알려준다.
혹은 광고 자체에 뷰잉 날짜를 올려놓고 관심 있는 사람이 그 날짜와 시간에 맞추어 뷰잉을 가면 된다.
(이 경우 불특정 다수에게 공고된 뷰잉 날짜임으로... 적게는 몇십 명, 많게는 몇백 명이 올 수도 있다.
지금 내 집의 경우도 후자에 속했는데, 몇 백 명이 왔었다. 오직 이 집하나 보겠다고...)
두 가지 경우 모두 방문할 때 서류를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뷰잉 후 집이 마음에 들면 바로 서류를 제출하거나 이메일로 원하는 경우 미리 서류를 스캔해두어
바로 이메일을 보낼 수 있도록 뷰잉 전 준비해두었다.
요구하는 서류는 대부분,
- 신청서 (각 부동산마다 다른데, 보통 간단한 개인정보와 함께 살 인원 등 정보를 기입하는 서류이다)
- 여권사본
- 재정보증 (대부분 직장 계약서와 함께 3개월치 급여명세서)
- Schufa 소위 말하는 신용보증 서류로 본인에게 빚이 있는지 등 재정적 신용을 증빙해주는 서류
- Mietschuldenfreiheitsbescheinigung : 이 이름도 길고 긴 이 서류는 한마디로 현 집주인이 내가 사는 동안 집세를 밀리지 않았는지 보증해주는 서류이다. 나 같은 경우는 지금 집을 구할 때 이 서류를 요구하였는데, 전 집주인(WG 플랏 메이트)은 내가 집을 구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이 서류를 받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정을 설명하고 전 집 계약서와 계좌이체 내역을 전부 뽑아서 대신 제출했다.
여기에 플러스 나의 경우는 독일어로 적은 간단한 자기소개와 이력서를 항상 함께 보냈다.
대부분 20명이 뷰잉을 왔다고 하면 부동산 담당자가 그 서류를 모두 집주인에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중 3-5명 정도를 추려서 집주인에게 보낸다.
그렇기 때문에 1차적으로 부동산 담당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뷰잉을 하며 궁금한 것일 친절하게 물어보고 간단한 대화를 통해 나의 성격이나 장점 등을 은근슬쩍 어필하는 것도 좋다.
1차적으로 서류를 보내고 나면 집주인이 1명을 선택하고, 그 후에는 프로토콜을 작성하고 계약서를 쓰면 끝!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계약금은 절-대 미리 보내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계약서 싸인 후, 보통은 이사하기 전까지 정확한 기한을 제시해준다. (언제까지 계약금 입금하라~이런 식으로)
* 다 적고 보니 취업준비과정 뺨을 치는 집 구하기 과정이다;;;
# 베를린 동네
베를린은 중심가부터 A, B, C존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나는 A존에서만 살아봤으므로 A존 기준.
베를린은 정말 동네마다 분위기가 확실하다.
- Mitte (중심가)는 외국인 거주자가 많아 대부분 영어로 불편함 없이 살 수 있고, 카페나 레스토랑 등 힙한 장소가 많은 번화가이다. 나는 지금 동네로 오기 전 쭉- 미테에서 살았었다. 카페도 많고, 코워킹 스페이스도 많아서 프리랜서로 일하던 나에게는 딱!이었다.
- Prenzlauer Berg (북동쪽)의 경우 가족단위로 많이 사는 조용하면서도 힙한 동네. 독일인이 많이 거주하는 편이다.
- Neukölln (동남쪽)은 힙한 레스토랑이나 클럽이 많지만, 내 경우는 그닥 선호하지 않는 동네이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동네임은 분명 하나 특정 지역에 따라 조금 위험하고 그닥 동네가 깔끔하지 않다. 그래도 뭔가 제일 베를린스러운 동네라고나 할까?
- Kreuzberg (남쪽)과 Friedrichshain (동쪽)은 내 기준으로는 미테와 노이쾰른의 중간 정도 되는 것 같다. 힙한 장소가 많고 다양한 문화를 즐길 곳이 많으면서도 베를린만의 젊고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가 있다.
- Charlottenburg/Schöneberg (서쪽/서남쪽)은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조용하고 거주지역이 많은 편이다. 쿠담은 제일 번화한 쇼핑거리이지만, 그 번화한 거리에서 한 블록만 넘어가면 대부분 조용한 거주지역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 Moabit/Wedding (서북쪽)은 외국인과 특히 wedding 쪽은 학생들이 많이 산다. 모아 빗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부분이 흥미로운 것 같고, 베딩은 위쪽 지역에 큰 공원이 두 개나 있어 산책을 하기 너무너무 좋다.
그 외에 B존으로 넘어갈수록 점점 아파트보다는 하우스나 빌라 형태의 집들이 많고, 조용하고 전원적인 분위기인 경우가 많다.
요즘은 중심가가 너무 번화해서 B존 동남쪽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옮겼고, 또 학교 건물도 있어서 기숙사를 비롯한 새 아파트들이 많이 생겼는데, 조용하고 전원적인 분위기를 원하는 동료들이 최근에 꽤 많이 그쪽으로 이사했다.
나는 미테에서 쭉 살다가 지금은 서쪽으로 이동해서 벌써 3년째 살고 있는데, 대부분의 점에 아주 만족한다.
일단 멀지 않은 거리에 쿠담이 있어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사기가 아주 쉽다는 것이고, 베를린에서 가장 큰 공원인 티어가르텐도 가까워 산책이나 피크닉(특히 코로나 이후로 더)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동물원 역이 꽤 커서 여기저기 이동이 용이한 부분도 마음에 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나는 그다지 지하철을 좋아하지 않아 S반(지상철)이나 트램을 즐겨 타는 편인데, 서남쪽에는 트램이 없다. 밖을 구경하며 트램을 타는 재미가 참 쏠쏠했는데, 그 점은 너무 아쉽다.
# 급히 먹다 체한다.
정말 급하게 집을 구하는 경우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단기로 지낼 수 있는 숙소(나의 경우 처음 베를린으로 왔을 때 한인민박과 에어비앤비에 잠시 있었다.)를 구해놓고 제대로 본인에게 맞는 집을 구하는 것이 좋다.
계약서 따라 다르지만 보통 WG의 경우 1달 전에 계약 해지를 통보해야 하고, 아파트를 직접 렌트하는 경우 3달 전에 통보해야 한다.
그 말인즉슨, 이사를 하는 것도 장난이 아니라는 얘기...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 처음에는 잠시 불편함을 감수하고 서라도 단기 숙소에 머물며
장기적으로 본인에게 정말 잘 맞는 조건의 집을 구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나의 경우 첫 집에서는 1년을 살았고, 플랏 메이트와 생활패턴이 너무 맞지 않아 이사를 했다.
두 번째 집은 위치가 좋아 이사를 했지만, 계약하면서 이미 집주인이 본인이 이사를 들어오게 될지도 모르고 그 경우 기존에 살던 플랏 메이트들은 집을 비워줘야 한다고 계약 시에 이미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사하고 9개월인가? 지난 후에 결국 집주인이 이사를 들어오게 되었고, 대신 계약서 1달 이내 이사 나가야 하는 조건을 3개월로 바꾸어주었다.
덕분에 이사 기한을 넉넉히 잡아 꼼꼼히 다음 집을 고를 수 있었다.
세 번째 집은 독일인 아주머니와 사는 WG였는데 집도 좋고 위치도 좋고, 아주머니와도 제법 잘 맞았다.
이때까지는 베를린에 얼마나 더 살지 몰라서 WG를 계속 찾았었는데, 풀타임으로 일하게 되면서 베를린에 좀 더 길게 머무르게 되었고, 이제 슬슬 집을 직접 렌트하고 싶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집을 알아보았다.
1년 반 정도 살았을 때쯤 지금의 집을 구하게 되어서 이사를 나왔다.
그리고 현재! 지금까지는 매우 만족하며 살고 있는 지금의 집은 무려 3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차지했다.
오랫동안 찬찬히 집을 찾으며 나만의 조건이 몇 가지 있었는데,
1. 엘리베이터가 없어 조금 불편하더라도 무조건 꼭대기 집! 윗집에서 쿵쾅거리는 소리를 참을 수 없....
2. 위치가 역이나 번화가에서 너무 멀지 않은 곳. 밤에 다녀고 위험하지 않고,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지금 집은 집에서 3분 거리에 작은 슈퍼가 있고, 10분만 걸어가도 대형슈퍼가 3개나 있다.
3. 부엌이나 화장실, 바닥 등 아파트 안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진 곳. 지금 집은 모두 타일 혹은 나무 바닥이고, 주방부터 화장실까지 꽤 잘 갖추어져 있다. 리모델링 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렌트비용이 그리 높지 않은 곳. 내 월급은 한정적이고 월세는 매달 나가는 비용이다 보니 무시할 수 없다. 너무 저렴한 집은 대부분 그 이유가 있다.....
5. 부동산 혹은 HV 담당자가 있어 전체적인 집 관리를 해주는 곳. 우리는 건물 전체가 한 사람의 소유이다. 그래서 HV과 하우스 마에스터가 집을 전체적으로 관리한다. 건물의 집주인이 각자 다른 경우, 뭐 하나 대대적으로 고칠 때마다 피곤하거나 일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보았기 때문에 귀찮은 일을 싫어하는 나에게는 이 부분이 매우 중요했다.
6. 주방이 무조건 따로 있는 곳. 어떤 집들은 방이나 거실에 주방이 함께 있기도 한데, 개인적으로 조리하면서 발생하는 냄새와 열 등과 함께 생활하고 싶지는 않았다.
7. 안전한 이웃(?!) 사실 이 부분은 건물마다 가지각색의 사람이 살기 때문에 살기 전에는 알 수 없고, 내가 이사한 후 이웃이 바뀌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100%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집 관리가 잘 되는 아파트로 이사를 가면 대부분 세입자도 잘 걸러서 받는 것 같다.
#300:1
그렇다. 나는 지금의 집을 무려 3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구했다.
요즘은 경쟁이 치열해져서 1차로 서류를 받고 그중 몇몇만 골라 10-15분 단위로 개인 뷰잉 약속을 잡는 것 같은데, 이전에는 부동산 사이트에 0월 0일 00시 뷰잉 이런 식으로 공고를 올려 원하는 사람들이 방문하는 시스템이었다. 보통 이런 경우 30-40명의 사람들이 몰렸었다 (예전에는... 혹은 조건이 아주 좋지 않지만 준수한 경우)
약간 올드하신 우리 관리인 아주머니께서도 현 베를린 집 구하기 사태를 모르셨던 바, 늘 하시던 대로 부동산 사이트에 광고를 올렸고- 나 역시 그것을 보고 뷰잉 시간에 맞추어 방문을 했다.
그리고 당일.
혹시 몰라 독일인 친구에게 동행을 부탁한 나는 건물 앞에 도착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약속된 뷰잉 시간보다 15분이나 일찍 도착했건만....
이미 뷰잉은 시작되었고, 입구 밖부터 계단을 따라 꼭대기 아파트까지 이미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던 것.
함께 온 독일 친구도 이렇게 심한 경우는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둘렀다.
30분 정도 기다려서 드디어 아파트로 입장!
꼼꼼히 볼 겨를도 없이 대강 사진과 실물이 비슷한 것 같아 대강 보고 거실로 넘어가려던 찰나.
청천벽력 같은 관리인 아주머니의 한마디.
'이미 100여 개 이상의 신청서를 받아서 오늘은 이만 뷰잉을 마치겠습니다'
라는 것....
30분 만에 겨우 아파트로 입성했건만, 거실은 보지도 못하고 준비한 서류는 내지도 못하고...
이때만 해도 내가 이 아파트로 이사 올 수 있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런데 이때, 뷰잉을 마치겠다고 하자 나처럼 이미 30-40분을 기다린 사람들이 다소 과격하게 항의를 했고, 그 와중에 특히 한 남자분이 꽤나 과격하게 (독일어로 말해 다 알아듣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인 아주머니에게 쏘아붙였고, 당황한 관리인 아주머니는 어쩔 줄 몰라하셨다.
이때 한 독일인 남자분이 중재에 나섰고, 나도 안 되는 독일어로 그를 도왔다.
우리의 도움이 나름 고마웠는지 관리인 아주머니께서 거실을 잠깐 둘러봐도 좋다고 허락해주셨고, 그 독일인 남자분과 나만 거실을 볼 수 있는 특혜(?)를 얻었다.
이미 준비된 신청서는 동이 나버렸고, 너무 아쉬운 마음에 관리안 아주머니께 짧은 독일어로 이메일로라도 신청서를 보내도 되겠냐고 여쭤봤고, 고맙게도 아주머니께서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셨다.
나는 바로 준비해둔 모든 서류와 신청서를 작성해서 이메일로 보내드렸고, 아주머니께서 나를 좋게 보셨는지 뷰잉이 있던 주말이 지나고 바로 월요일 아침에 나에게 아파트를 세주기로 결정했다며 연락을 주셨다.
만세!
이 300대 1이라는 숫자는 아주머니 피셜. 그런데 내가 잠깐 봤을 때도 족히 200명이 넘어 보이긴 했다.
나도 꽤나 많은 뷰잉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심한 경우는 처음.
지금 아파트는 오래된 아파트이지만 위치가 상당히 좋고, 꼭대기 층에, 내부가 싹 리모델링되어 있는 상태인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그렇게나 사람이 몰렸던 것 같다.
게다가 원룸 형태가 아닌 방이 따로 나누어져 있는 형태의 아파트이다 보니- 싱글부터 커플, 가족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뷰잉을 왔었다.
그야말로, 전쟁을 치르고 끝내 승전 기를 손에 쥔 기분.
쭉 적다 보니 참 어마어마하다.
물론 본인의 버짓이 넉넉하거나 혹은 집을 구하는데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면, 베를린에서 본인에게 맞는 집을 잘 구하는 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완벽한 집은 없다.
모든 집에는 장단점이 있고, 내 조건을 100% 다 만족시키는 집을 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본인이 정말 포기할 수 없는 조건들을 잘 골라 찬찬히 구하다 보면 반드시 본인에게 꼭 맞는 집이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