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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외계인 Nov 10. 2021

베를린, 디자이너 이직하기 #코로나 시대의 이직 이야기

이전 포스팅에도 잠깐 이야기했듯, 베를린은 이직률이 참으로 높은 도시 중 하나이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밀고 들어오면서 이직의 기회가 많아지기도 했지만-

워라벨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많아 현 회사에 불만이 쌓이면 미련 없이 떠나기도 하고, 더 나은 포지션과 연봉을 위해 이직을 하기도 한다.


사실 나는 은근 귀차니즘도 심하고, 한번 사람들과 정이 들면 익숙한 곳을 잘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우연히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간 첫 직장에서, 20대의 절반이 넘는 시간을 보냈었다.

이번에도 그랬다.

이직에 그리 큰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닌데, 정말 사소한 일을 계기로 그렇게 나의 베를린 첫 이직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나의 베를린 첫 이직기

작년부터 전 직장에 권태기 아닌 권태기가 찾아왔었다.

일이 싫어졌다기보다는 이 회사 정말 작을 때 들어와서 이 년간 일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이미 다 해버린 느낌이랄까?

특히 동료들과의 사이가 돈독했던 전 직장에서는 사무실에 일하러 간다는 느낌보다는 항상 동료들과 놀러 간다는 느낌으로 출근을 했었는데,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그 재미가 사라진 것.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쁘지 않은 여름 시즌인데도, 코로나로 인해 매출이 줄자 많은 프로모션을 기획해 디자인팀은 정말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들을 보냈었다.


그래도 이직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지는 않았다.

물론 연봉이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은 부분이 있었고,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스타트업 특유의 활발한 분위기를 점점 잃어가는 것이 슬슬 한계점이 치닫기는 했지만,

우선 전 직장 팀과 동료들이 너무 좋았고, 업무 자체도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디자이너 입장에서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이 많았다.


그렇게 또 일 년을 보낸 어느 날, 다시 돌아온 여름.

여름마다 꼭 본인 고향으로 한 달씩 휴가를 가는 우리 팀장은 어김없이 이번 여름에도 3주가 조금 넘는 여름휴가를 냈다.

팀장이 휴가를 가있는 동안 내가 팀장 업무 대행을 맞게 되었는데, 그가 휴가를 떠난 첫날-

그 첫날부터 바로 사건이 터져버렸다.


작년부터 대다수의 매니지먼트(이사급 이상 임원들) 소위 c-level들이 새로 영입되면서 다들 불만이 많았다.

사소한 것까지 참견하고 간섭하는 마이크로 매니징부터, 표면적으로 회사는 성장하지만 그에 반하 직원들의 복지나 혜택들은 좋아지지 않은 것까지 등등.

이러한 부분에 지쳐 작년부터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많은 동료들이 회사를 그만두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전부터 불만이었던 매니지먼트의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불을 붙여 팀원 전원이 패닉과 어이없는 상황을 맞닥뜨리는 참을 수 없는 상황이 3일간 지속되었었다.

결국 잘 해결되었고, 일상은 흘러갔지만- 그 사소하다면 사소한 사건이 내 이직 욕구에 불을 붙였다.


아무리 사람들이 좋고, 일이 마음에 든다고 해도-

나의 가치나 의견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드는 회사에서 더 이상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날부터 나는 링크드인과 인디드 등을 검색해 이직할 곳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곳 대여섯 군데 정도에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디자이너 이직은 쉽지 않다.

이력서와 커버레터 외에도 가장 중요한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

특히 프로젝트를 계속 구해야 하는 프리랜서는 포트폴리오를 바로바로 업데이트하는 반면, 한 직장에서 풀타임으로 일하게 되면 그 후 포트폴리오를 거의 업데이트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커버레터를 수정하고,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하고-

그렇게 이력서를 넣고 몇 군데에서 인터뷰 오퍼가 들어왔다.





코로나 시대, 이직은 더욱 쉬워졌다?

코로나로 위기를 맞으며 많은 인원을 감축하고,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던 작년과 달리, 위드 코로나 혹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점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얼어붙었던 구직/이직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특히 올해 초부터는 작년 한 해 동안 움츠러들었던 기업들이 조금씩 활기를 찾기 시작하면서 많은 인원의 직원들이 뽑기 시작했고, 나도 심심치 않게 링크드인이나 지인들을 통해서 이직을 위한 잡 인터뷰 제안을 받기도 했었다.


특히 프리랜서나 잠시 쉬고 있는 타이밍이 아닌 이상, 현 직장을 다니면서 이직을 위한 인터뷰를 보기란 영 쉽지가 않다.

인터뷰어도 본인이 근무하는 시간 내에 면접을 보기를 원하고 (업무 중 하나이므로 너무나 당연하다),

인터뷰이 역시 그 시간은 현 직장에서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반차나 월차 등을 내서 면접을 봐야 하는 것.

그래서 본의 아니게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월차를 내는 등 티가 안 날래야 안날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지곤 했었다.


코로나 인해 이직이 쉬워진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온라인 면접이다.

코로나로 인해 가급적 타인과의 접촉을 줄이고, 사무실에 게스트 방문을 최소화하려는 정책들 덕분에 베를린의 대부분 기업들에서는 온라인 면접, 즉 비디오 콜로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직종에 따라 온사이트 인터뷰를 요청하는 곳도 있고, 최종 면접의 경우 직접 얼굴도 보고 사무실도 소개해 줄 겸 회사로 방문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HR 혹은 1,2차 면접 등은 코로나 이후 90% 온라인 면접으로 바뀌었다.

인터뷰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면접관의 입장에서도 면접으로 인한 시간과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 것.

특히 인터뷰이 입장에서도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는 곳이 아직 많아, 재택근무를 하는 중 시간을 내어 부담 없이 눈치 보지 않고 이직을 위한 면접이 가능해진 것.


(c) Freepik



나 역시 이 혜택의 수여자이다.

나에게는 재택근무를 하며 면접을 볼 수 있는 세 가지 정도의 시간적 옵션들이 있었다.


- 아침 : 보통 9~10시 사이에 일을 시작했던 전 직장.

1시간짜리 인터뷰는 조금 무리가 있지만 30분짜리 간단한 HR 면접은 본격 업무를 시작하기 전 가능했다.


- 점심 : 이전 직장은 정해진 점심시간이 없었다. 12~2시 (혹은 더 늦게도 관계는 없지만) 사이에 본인이 원하는 만큼 원하는 시간에 점심시간을 가지면 되기 때문에, 다른 회사와 다른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긴 면접들도 무난하게 볼 수 있었다.


- 저녁 : 전 직장의 우리 팀은 5시 칼퇴근으로 유명한 팀이었다. 늦어도 5시 반 퇴근을 사수했던 우리 팀의 룰이 한몫했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보통 6~7시까지 업무를 보는 곳들도 많아 일찍 퇴근을 하고 여유롭게 저녁 시간을 이용해 면접이 가능했던 것.


재택근무를 하니 시간적 여유도 있어서 좋았고, 면접을 보기 전 혼자 입을 풀거나 연습을 할 수도 있었다.

특히 비디오 콜로 면접을 보다 보니 모니터 옆 군데군데 나름의 커닝 페이퍼 들도 붙여놨었다.

잘 생각 안 나는 영어 단어나 익숙하지 않은 용어 등등.


그렇게 나는 몇 군데 회사와의 면접을 진행했고, 그중 몇 회사에서 최종 디자인 테스트를 제안받았다.




디자인 테스트 그리고 프레젠테이션

디자인 테스트는 참 다양하고 회사마다 제공하는 자료 양, 기간도 다르다.

내가 최종적으로 디자인 테스트를 진행했던 회사는 총 4군데.


회사 A의 Senior Brand Designer 포지션,

재작년 대기업에서 인수하면서 회사가 크고 있고, 재정이 튼튼해서인지

내가 디자인 테스트를 봤던 4군데 중 가장 높은 연봉을 제시했다.

그만큼 디자인 테스트도 한 마디로 빡셌다.

곧 출시할 브랜드의 전체 브랜딩부터 브랜드 스타일, 웹, 소셜미디어까지-

한마디로 전체적인 브랜드 북 + 스타일 가이드까지 대강 디자인을 해야 하는 과제.

작업 시간은 무려 1주일이 주어졌고, 가장 힘들기도 했지만 하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과제이기도 했다.

특히 채용 권한을 쥐고 있는 Hiring manager였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쿵짝이 잘 맞았다.

거의 40페이지에 육박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고, 1시간 반 정도 내 디자인을 설명하고 질문도 받는 면접을 보았다.

지금까지 가장 역대급이었던 디자인 테스트.


회사 B의 Art director 포지션,

상대적으로 가장 작은 회사였지만 뷰티 관련 회사인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관심분야이기도 하고-

디자인 테스트는 본인들이 출시를 앞두고 있는 패키징을 디자인하는 것.

과제는 생각보다 심플했고, 따로 주어진 자료는 없었다.

디자인 테스트 후 따로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 기회가 없었으므로 디자인과 함께 컨셉 설명을 대강 적어 제출해야 했다.

주어진 시간은 주말 포함 3일.

가장 쉬운 디자인 테스트였지만 그만큼 가장 지루했던 디자인 테스트였다.


회사 C의 Brand Designer 포지션,

직업 타이틀은 그냥 브랜드 디자이너이지만, 인턴 하나를 밑에 두고 브랜드 디자인 전체를 리드해야 하는 포지션이라 상대적으로 연봉이 괜찮았다.

면접 분위기도 좋았고, 전 직장과 회사 구조나 하는 일이 매우 흡사했다.

디자인 테스트는 캠페인에 필요한 배너, 소셜미디어 등 마케팅 디자인 하나와 신제품 라벨 디자인 2가지가 주어졌다.

브랜드 북에 로고, 서체 등 자료를 제일 잘 챙겨주었고 디자인 테스트 과제도 명확했다.

주어진 시간은 주말 포함 5일이었지만 전 직장에서 하고 있던 일과 매우 흡사했으므로 2일 만에 끝내서 보내버렸다.

원래 하던 일이라 업무상으로 엄청 익사이팅하진 않았지만, 새로운 브랜드를 위해 디자인을 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디자인을 보낸 후 따로 면접 기회가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역시 대강의 설명을 적어서 제출했다.


회사 D의 UX Designer 포지션,

지금까지 컨텐츠 기획자 그리고 디자이너로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UX 쪽은 늘 흥미로운 분야였고, 나는 이것을 책이 아닌 실무로 배운 케이스이다.

요즘 핫한 직종 중 하나인 만큼 UX 쪽으로 좀 더 커리어를 확장해 보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지원했었다.

회사 자체도 뷰티 관련회사라 관심이 갔었고, 면접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디자인 과제는 현 웹 앱에서 한 부분을 리디자인하는 케이스스터디를 주었다.

주어진 기간은 5일, 오랜만에 figma로 작업하면서 비주얼 디자인이 아닌 구조를 함께 생각하며 디자인하니 재미있었다.

과제를 제출하는 날 다른 UX 디자이너와 브랜드 리드와 인터뷰를 하며 내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받았었다.



디자인 테스트 혹은 최종 면접을 보고 나면 늦어도 1주일 안에는 연락이 온다.

회사 입장에서도 사람을 뽑아서 계약서까지 마무리를 지어야 다른 지원자들에게도 불합격 통보를 할 수 있으므로 최종 면접 이후의 진행은 대체로 빠른 편이다.




오퍼 못 받아도 문제, 받아도 문제

4군데의 회사 중 회사 C와 D 총 2군데에서 최종 오퍼를 받았다.


회사 A의 경우 마지막까지 계속 연락을 취하는 등 나와 한 지원자를 놓고 고민하는 듯했다.

하지만 결국 안타깝게 불합격 통보를 받았고, 이례적으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 개인적으로 메일이 왔다.

결론은 너의 실력은 너무 훌륭했지만 정말 사소한 차이로 다른 지원자로 결정했고 나의 디자인 스킬과 인간적인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다는 것.

보통 불합격 통보는 자동 이메일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서 이렇게 장문의 이메일을 개인적으로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결국 우리는 링크드인을 서로 연결하고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회사 B의 경우 깔끔하게 불합격 통보! 회사가 작은 만큼 대표가 직접 연락을 주었다.

사실 여기는 면접 보면서도 규모가 너무 작아서 반신반의 했었는데 결국 그게 고스란히 디자인에도 묻어났었나 보다.


그리고 최종 오퍼를 받은 회사 두 곳 C 그리고 D.

사실 디자인 테스트를 하고 최종 면접을 보기 전까지는 나는 UX 포지션에 좀 더 마음이 갔었다.

회사 분야도 마음에 들었고, UX는 또 다른 커리어에 변화를 주는 부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러나 최종 면접을 보면서 내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그리고 나는 결국 회사 C- Brand Designer 포지션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함께 일 할 미래 보스 둘 중 회사 C의 보스가 더 마음에 들었다.

그들이 회사에 가진 비전이나 앞으로의 방향, 그리고 철저하게 직원에 대한 믿음을 베이스로 함께 일하는 구조도 마음에 들었다.


재미있었던 점은 회사 D에서 처음에는 약간은 오만한 자세로 나오다가 내가 다른 회사와 사인을 했다고 하니 프로덕트 리드가 직접 전화를 해서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아직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니 직접 우리 회사에 와서 방문을 해보고 다시 고려를 해봐라, 네가 원하는 조건에 최대한 맞추어 주겠다 등등...

하지만 이미 마음을 굳힌 나는 정중한 거절 의사를 내비쳤고, 내가 너무 돌려 말했던 탓일까 그 후로 그 프로덕트 리드는 2번을 더 나에게 연락을 하고 나서야 포기를 했다.


그렇게 나는 회사 C와의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전 직장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생각보다 심플했던 사직 그리고 이직

3년간 일했던 곳을 막상 그만두려니 마음이 싱숭생숭.

전 팀장에서 아침에 잠시 비디오 콜을 갖자고 했고, 어렵게 입을 뗐다.

그래도 3년간 일하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서 막판에는 둘이 결국 눈물까지 글썽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팀장은 고맙게도, 네가 그만두는 건 너무너무 아쉽지만 우리는 어차피 친구로서 계속 서로 볼 것이고 지금 회사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네가 그만두는 것을 이해한다는 입장이었다.


제일 문제는 사실 휴가였다. 노티스 피리어드 (사직 통보 기간)가 1달이었던 나는 남은 휴가를 다 제하고 나니 팀장에서 말하고 바로 다음 주 금요일에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내 자리를 대신할 디자이너를 채용해야 하는 우리 팀에게는 그야말로 벼락같은 상황.

보통 이런 경우 회사에서 휴가를 사용하는 대신에 페이를 더 받고 조금 더 인수인계할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하지만 팀장은 정말 고맙게도 휴가를 모두 사용하고 싶으면 원하는 대로 해도 좋다고 동의해 주었다.


팀장에게 먼저 폭탄을 날리고, 그 후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팀원들과 동료들에게 개인적으로 소식을 알리기 시작했다.

대부분 놀라고 아쉬워하면서도 다들 이해하는 분위기.

사실 내가 그만둔 달에도 나를 제외하고 회사를 떠난 동료가 4명이나 더 있었으니, 회사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었다.


이제 정식으로 회사에 사직 통보를 할 차례.

독일은 모든 계약서나 서류가 독일어로 적혀있어야 법적 효력을 받는다. (아닌 경우도 있긴 하겠지만 대부분)

그래서 사직서도 독어로 작성해서 제출.

사직서를 제출하니 정리해야 할 부분들의 목록과 함께 사직서 확인서 등을 주었다.


독일에서 회사를 그만둘 때 꼭 받아야 하는 서류가 있는데 바로 '경력증명서'.

보통 스타트업들에서는 잘 요구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독일 기업들은 이전 회사에서 정식으로 발부받은 경력증명서를 요구한다.

그래서 이 서류가 너무너무 중요하다고.


사실 내 입장에서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그동안 작업했던 파일 정리, 인수인계를 제외하고는 딱히 할 부분이 없었다.



그리고 이직.

새로운 회사와 계약서를 작성해서 주고받고, 새로운 회사와 일할 준비 시작.


나의 경우 이미 전 직장에서 종속 취업비자를 받고 2년 이상 일을 하였기 때문에 독일 내 아무 회사, 아무 포지션에서 일해도 관계없는 비자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 따로 비자청이나 노동청에 연락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없었다.


내가 이직을 하면서 새로운 회사에서 내 보험사와 노동청에 알아서 등록/신고가 되니 내 입장에서는 딱히 개인적으로 할 일은 없는 매우 심플한 프로세스.


첫 시작일 2-3일 전쯤 HR로부터 온보딩 안내 메일을 받았다.

첫날 일정 (HR 온보딩과 팀 온보딩) 그리고 업무에 필요한 장비 뭐가 필요하고 어디로 배송받을지 등을 묻는 이메일이었다.

새로 일하는 회사는 자율형 출근제를 실시해 본인이 원하면 출근을 해도 되고, 원하지 않으면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2주가량 새 직장에서 일하며 사무실 딱 2번 갔다. 그것도 미팅 때문에 오후에만. (ㅎㅎ)





새로운 곳에서의 첫날

한국에서 첫 직장은 그만두고 석사과정 마무리를 했기 때문에 사실 내 입장에서는 이번 이직이 내 인생의 첫 이직이었다.

새로운 회사, 새로운 동료들, 새로운 업무.


미리 요청했던 작업용 컴퓨터와 장비들이 전날 집으로 퀵을 통해 배송되었다.

대부분 윈도우 기반이었던 전 직장과는 달리 이곳은 100% 맥.

나에게도 아묻따 맥북프로가 배송되었다.


전 직장에서는 업무 용도 윈도우, 나는 개인 노트북도 윈도우인 관계로 맥은 참으로 오랜만.

이전 프리랜서로 일할 때 제공받은 맥 이후로 거의 4년 만에 맥으로 다시 컴백했다.

우선 키보드에 적응해야 했던 것이 1과제.


그리고 드디어 첫날.

오전에는 1시간 동안 HR 온보딩을 가졌다.

내가 일할 브랜드뿐 아니라 전체적인 회사 그룹 자체에 대한 설명과 함께 각 브랜드 소개,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직원 혜택 등을 설명해 주었다.


점심시간 이후 시작된 온보딩 두 번째 라운드는 내 직속상관 - 회사 매니징 디렉터 (한마디로 회사 대표)와 함께 사무실에서 이루어졌다.

2시까지 사무실에서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있었고, 드디어 처음으로 사무실 방문!

영상 통화로 면접 본 이후 처음 보는 대표와 가볍게 안부 인사를 하고, 사무실 구경을 이리저리 시켜준 후

회의실에 자리를 잡아 브랜드와 회사에 대한 설명을 1시간가량 진행했다.


사실 말이 브랜드 디자이너지 브랜드 디자인 전체를 리드해야 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그 후 1주일간은 각 팀의 헤드들과 미팅이 이어졌다.

프로덕트 리드, 컨텐츠 리드, 그리고 각 나라 헤드 매니저들.

그 후에는 각 팀별로 독일팀, 폴란드팀, 프랑스팀 등등....

1주일간 간단한 디자인 업무 외에는 전부 브랜드에 대해 익히고, 동료들과 간단한 인사 및 소개의 시간을 갖는 자리들이 이어졌다.


이 회사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보통 2주간은 회사 업무 익힐 겸, 널널하게 스케줄을 짜준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 2주간은 상대적으로 디자인 업무보다는 회사와 브랜드를 익히는 시간들을 가지며 흘러갔다.






이제 막 새로운 곳에서 일을 시작한지 2주 정도 되었다.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고, 그와 동시에 인턴도 교육해야 해서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냈다.


그래도 새로운 곳에서의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이 회사와 얼마나 함께 일하지는 모르겠지만,

또 이렇게 새로운 시작.


누군가 그랬다.

이직,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이 어렵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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