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친 지 2년이 지나간다. 2019년 말, 우리에게 조용히 찾아온 이 악마 같은 바이러스는 정말 끈질기게도 살아남아 2022년까지도 지금 우리 곁에 있다.
코로나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 놓았지만, 역시 일상생활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재택근무'가 아닐까 한다.
2020년 초, 재택근무를 시작할 때만 해도 재택근무가 이리 길어질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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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 원격근무는 별나라 이야기
코로나 이전, 전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고, 전 세계에서 각자 다른 시간대에 일을 하고, 직접 만나지 않고 원격으로 근무를 한다는 모 기업의 이야기를 인터넷 기사로 접하고 '실제로 정말 저렇게 일해서 회사가 돌아갈까'에 대한 의문이 들었었던 적이 있다.
직접 만난 적이 없는 직원들 간 유대 관계가 어찌 형성되며, 각자 다른 시간대에 일을 하는 직원들끼리의 소통이 어찌 잘 이루어지며, 원격으로 서로 간의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것이 얼마큼 가능한 일인지- 그때만 해도 이러한 이야기는 정말 남의 나라, 다른 세상 이야기인 줄 알았다.
물론 코로나 이전에도 재택근무나 원격근무를 100% 하는 회사들도 많았다. 특히 테크 기업들은 대부분 원할 때 출근하고, 원할 때 재택근무를 하는 방침을 적용하는 회사가 많았으나 이 역시 어느 정도 중요한 회의나 결정에 있어서는 직접 얼굴을 보고 회의를 할 수 있는 옵션이 있으니 아주 100% 제대로 된 원격근무라 하긴 어렵겠다.
예전 직장에서도 필요에 따라 재택근무 옵션이 가능했다. 아파트에 경비실이나 관리실이 없고, 택배가 언제 오는지 미리 알기 상당히 어려운 유럽에 살고 있는지라, 간혹 집으로 배송을 받을 일이 있거나 병원을 가야 할 때 등- 선택적으로 필요해 따라 재택근무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쭉- 재택을 하기에는 사무실에서 바로바로 소통하는 것에 익숙해진 우리에겐 상당히 불편한 옵션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이전 직장은 직원들 간의 유대관계가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직원들이 사무실에 오는 것을 즐거워했다. 중간중간같이 가지는 커피 브레이크나 사무실에서 같이 음악을 들으며 일을 하기도 하고, 종종 다른 부서 방에 놀러 가 한참을 수다를 떨다가 오기도 하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던 날들이 있었다.
재택근무, 난 니가 참 싫다
코로나가 터지고, 록다운이 시작되고, 재택근무를 하던 초반- 나는 재택근무를 극도로 싫어했다.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집순이 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집에 있어야 하는 답답함도 싫었고, 사무실에서 시끌벅적 즐겁게 동료들과 일하다가 혼자 일하는 심심함도 싫었고, 요리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내가 삼시 세끼를 직접 해먹어야 한다는 사실도 싫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싫었던 것은 일하는 것이 너무너무 '불편'했기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직접 얼굴 보고 상의하면 5분이면 될 것을 카메라를 켜고 영상통화를 걸고, 손짓 발짓 다 써가며 설명하고- 특히 제품 패키징이나 라벨 디자인의 경우 직접 프린트한 샘플을 보며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은데 집에는 프린터도 없고, 영상통화로 서로 보면서 샘플 확인을 하자니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체크하기가 영 쉽지가 않았다.
초반에는 회사 동료들과 업무가 끝난 후 각자 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엄청난 그룹 영상통화를 하곤 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퇴근 후 우리 아지트 격인 회사 근처 펍에 모여 맥주를 마시곤 했는데... 그 모든 것을 못 하게 되면서 답답하고, 심심하고-
재택근무를 싫어했던 데에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여름이면 에어컨 빵빵, 겨울이면 히터 빵빵했던 사무실을 떠나 내 집에서 내 돈 내가며 선풍기 돌리고, 난방비를 쓰고- 하루 종일 컴퓨터 등 장비를 켜고, 충전하고 있다 보니 그동안은 별로 하지 않았던 전기세 걱정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평소에도 요리하는 것을 즐기지 않아 대부분 외식이나 테이크 아웃으로 끼니를 해결했던 인간 인스턴트가 코로나 록다운, 그리고 재택근무가 시작되며 삼시 세끼를 집에서 꼼짝없이 해먹어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요리라고는 주말에 가끔 해먹었던 파스타와 볶음밥이 다이건만... 초반 록다운이 심해서 밖에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때에는 정말 삼시 세끼를 해결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
게다가 재택근무를 이전에는 별로 한 적이 없으니 집에는 디자인용 스크린도, 업무용 책상도, 의자도- 장비들이 변변치 않았다. 회사에서 큰 스크린 2개 쓰며 일하다가 집에서 16인치 노트북 스크린으로 씨름을 하려니 여간 불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회사에서 허락을 한 덕에 재택근무를 시작한 초반 몇몇 직원들은 회사 스크린을 집으로 가져가기 도했다. 하지만 나는 그때만 해도 재택근무가 이리 길어질지 몰랐고, 나중에 그 스크린 회사에 다시 들고 와야 할 고민에 결국 노트북과 타블렛 펜 등만 챙겨 재택근무를 시작했었다.
이렇게 극혐하던 재택근무를 즐기기 시작한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반년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고- 어느새 점점 이 재택근무라는 녀석과 사랑에 빠지기 시작했다.
인간, 적응의 동물
처음에는 쉽지 않았던 직원들 간의 소통이 점점 해결되고, 재택근무를 돕는 다양한 앱이나 툴이 나오면서 재택근무는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우선 몇 달간에 재택근무를 하며 서로 더욱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법을 습득했고, 재택근무에 적합한 방법들을 각자 찾아가기 시작했다. 덕분에 되려 그동안 사무실에서 일하느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었던 업무방식들이 보다 체계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소통에 있어서도 영상통화나 화면 공유, Miro 같은 온라인 화이트보드를 함께 이용하며 더 이상 온라인만으로 소통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디자인 작업은 특히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고 작업에 몰두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사무실에 있다 보면 아무래도 이 사람 저 사람 말도 걸고, 화면에 띄워진 디자인을 보고 좋던 나쁘던 코멘트를 날리는 직원들도 있고- 종종 디자인 작업 흐름에 방해를 받는 일이 발생하곤 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부터는 회사 메신저에 focus 타임을 설정해놓고 잠시 메신저 알림을 꺼두는 기능을 이용하여, 디자인 작업에 몰두해야 할 때에는 누군가로부터 방해를 받지 않는 것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업무 효율이 오르는 부분도 있다.
여유롭게 맞이하는 아침 시간도 점점 좋아졌다. 아무리 출근시간이 탄력적이라고 하든 어찌 됐건 사무실에 출근을 하기까지- 씻고, 화장하고, 아침 먹고, 옷 입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고- 이 모든 과정이 간소화되며 시간에 여유가 생겼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여유롭게 앉아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느긋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여유를 즐기기 시작했다.
재택근무를 하며 내 개인 시간을 활용하기에도 더욱 용이해졌다. 하다못해 이전에는 퇴근하고 나서나 황금 같은 주말 시간을 쪼개가며 세탁기 돌리고, 청소하고 했던 것을- 지금은 세탁기 돌려놓고, 업무 보다가 빨래 널고- 중간에 브레이크 타임을 가지며 청소기 한번 슝- 돌리고. 업무를 보며 막간을 이용하여 집안일들을 조금씩 처리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주말이나 업무 후 시간이 여유롭게 되었다.
아직도 요리를 직접 하는 것은 아주 귀찮지만, 점심 식사를 준비하며 업무를 볼 수 있으니 상대적으로 빠르게 준비할 수 있는 인스턴트 대신에 천천히 시간을 들여 요리를 하게 되니 건강에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작년에 이직을 한 후 완벽한 탄력근무제를 운영하는 우리 회사 덕분이다. 지금 회사의 경우 전날 일이 많거나 본인이 원해 늦게까지 일을 한 경우 그 다음날 혹은 그 주 원하는 요일에 그만큼 늦게 시작하거나 일찍 끝내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디자인을 하다 보면 흐름을 타 작업하던 것을 마무리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저녁 8시까지 근무해 디자인을 마무리하고, 그 다음날 11시에 시작을 하는 것이다. 보통은 이렇게 늦게 시작하는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밖에 나가서 한적한 시간에 나가 커피도 한잔하고, 산책도 하고 들어와 아침을 먹고 천천히 하루를 시작한다. 이렇게 타인이 일하는 보통의 시간에 여유를 즐긴다는 것이 꽤나 기분이 좋다.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사무실에 출근할 때는 누가 규칙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1시간에 맞춰 먹고 들어오거나 직원들과 함께 나가곤 했는데, 재택근무와 탄력근무제가 만나니 내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너무나 편해진 것이다. 지난주 친구가 비자 문제로 우리 집 근처에 볼일이 있어 왔다가 함께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이미 반차를 낸 친구는 2시까지만 회사에 들어가면 되었고, 나는 점심시간을 2시간으로 슬랙(회사 메신저)에 체크해놓고 밖에 나가 친구와 여유롭게 점심을 먹으며 산책을 했다.
타인이 일하는 시간에 만끽하는 자유, 말만 들어도 즐겁다.
슬기로운 재택근무
2년 넘게 재택근무를 하며 이제 재택근무에 나름 노하우- 가 생겼다. 조금 더 슬기롭게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몇 가지 방법을 추천하려고 한다.
Miro
우선, 요즘 내 최애 앱은 Miro이다. Miro는 한마디로 온라인으로 여러 명이 함께 콜라보 할 수 있는 화이트보드이다. 기본 화이트보드에 글이나 사진 등의 첨부도 가능하고, 그 외에 기본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 마인드맵, 스탠드 업, 타임라인, 프로덕트 로드맵 등등- 탬플릿이 많아 바로바로 사용하기에 너무 편리하다. 여러 명이 한 번에 작업이 가능하고, 누가 어느 부분을 보고 있는 지도 쉽게 알 수 있어 영상통화를 하면서도 굳이 화면을 공유할 필요가 없어졌다. 디자인 피드백을 주고받을 때에도 보드 사이즈에 거의 제약이 없다 보니 여러 디자인을 한 보드에 올려 같이 볼 수 있어서 좋고, 피드백 주고받아 직접 코멘트를 달 수 있고, 서로 태그를 걸어 바로바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부분이 디자이너로서 아주 만족스럽다. 그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팀원들 간의 디자인 아이디어 스크랩 보드를 만들기도 하고, 주간 회의록이나 연간 계획표를 함께 구성해 공유하기도 간편하다. Miro는 정말 재택근무뿐 아니라 업무 자체를 효율적으로 돕는 신의 한 수이다.
커뮤니케이션
재택근무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이다. 물론 이것은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원격으로 여러 팀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커뮤니케이션은 정말 중요할 수밖에 없다. 'Red'라는 단어를 듣고 누군가는 새빨간 장미색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불그스름한 태양빛을 생각하기도 한다. 이처럼 저마다 대화를 이해하는 방법도 의견을 대하는 자세도 다르기 때문에 이해관계자 간의 소통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디자인 작업을 공유할 때, 아무리 간단한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시간상 가능하다면 나의 경우 간단하게 프레젠테이션이나 짧은 영상통화를 통해 왜 디자인이 이렇게 진행되었고, 왜 이렇게 구성을 했는지 설명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 시간상 불가능하거나 긴 설명이 필요 없는 간단한 프로젝트의 경우 단순히 디자인 파일만 넘기는 것이 아니라 구글 슬라이드나 Miro 등을 통해 디자인과 나의 코멘트를 함께 공유한다. 디자인 파일만 보고는 왜 이렇게 디자이너가 작업을 진행했고, 왜 이러한 디자인 결과가 나왔는지 마케터들이나 개발자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커피 브레이크 혹은 티타임
우선 아침 업무 시작 전에 꼭 커피나 차 한 잔을 여유롭게 마시는 시간을 갖는다. 예전에는 출근 준비하느라 바빠 이런 일상의 여유를 즐길 틈이 없었는데, 이 짧은 티타임을 통해 생각도 정리하고, 오늘 하루 업무 스케줄을 되새기며 머릿속으로 정리도 하고.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하니 업무를 시작할 때도 즐겁고, 차분하게 하루의 시작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면서 능률도 오르고, 마음의 여유도 찾게 되었다.
또 다른 관점의 커피 브레이크는 바로 동료들과의 짧은 수다 타임이다. 각자 집에서 일을 하다 보니 작정하면 정말 하루 종일 아무와도 '대화'하지 않고 일할 수 있다. 메신저로 상의하고, 아사나와 같은 워킹 보드로 업무 공유를 하고 나면 사실 실질적으로 동료들 간의 대화를 가질 기회가 없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바로 짧은 수다 타임이다. 우리 팀의 경우 하루 중 잠깐 짬을 내어 함께 커피 브레이크를 갖는다. 함께 커피를 마시고 영상통화를 통해 업무적인 공유도 하지만 대부분 서로 업무상 겪는 어려움이나 사적인 이야기들도 하고, 간혹 회사에 대한 불만 사항을 접수하기도 하고. 딱딱한 회의 시간이나 바쁜 업무 중에는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주고받는다. 물론 여러 명이 함께 이야기할 때도 있지만 나는 종종 각각 다른 동료들에게 개인적으로 함께 커피 브레이크를 갖자고 제안한다. 아무래도 여러 명이 있는 곳에서는 이야기할 수 없는 진솔한 이야기나 깊은 고민 혹은 전체적으로 공유할 수 없는 업무 계획에 대해 미리 듣기도 한다. 사무실에서 교류를 하기 어려운 요즘 온라인상으로 직원들 간 유대관계를 쌓기에도 좋다.
업무는 꼭 책상 앞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다.
디자이너라면 엑스트라 스크린도 필요하고, 트랙패드만으로는 디테일하게 작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보니 각종 장비들이 더해져 아무래도 주로 책상 앞에서만 작업을 하게 된다. 하지만 영상 회의를 하거나 프레젠테이션 등의 디자인 외 업무를 볼 때에는 가능한 책상을 떠나 업무를 보려고 한다. 그 이유는 재택근무를 하며 상대적으로 몸을 움직일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물론 중간중간 일어나 스트레칭도 하고, 커피나 차를 마시며 짧은 브레이크 타임을 갖기도 하지만, 책상에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일을 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건강에 좋지 않다. (특히 허리와 목에)
재택근무를 시작하며 날이 좋으면 노트북을 들고 발코니로 나가 일을 하기도 하고, 가끔은 소파에 앉아서, 어쩔 때는 커피를 마시며 주방에서 업무를 보기도 한다. 심지어 간혹 몇몇 직원은 이동을 하며 영상 회의에 참여할 때도 있다. 이렇게 재택근무로 제한된 업무 환경을 한 번씩 환기시켜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육체적 건강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 회사의 경우 1년 최대 8주까지 독일 외에서의 원격근무를 허락하고 있다. 그 말인즉슨, 본인이 원하면 1년의 8주는 한국 혹은 전혀 다른 나라에서 업무가 가능한 것이다. 물론 근무시간대는 부서에 따라 조율이 필요하지만, 본인의 업무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면 어느 나라, 어느 시간대에서 일하던 전혀 상관없다. 그 역시 주변 환경을 바꾸어주고 다시금 새로운 동기를 부여받는데 큰 도움이 된다. 우리 회사의 Growth 매니저도 현재 스리랑카에 머무르며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 서핑을 좋아하는 친구라 오전에는 아침 서핑을 즐기고 오후부터 천천히 업무를 시작한다.
나의 경우 지난겨울부터 올해 초까지 한국에 머무르며 몇 주간 재택근무를 했다. 물론 독일과 한국은 시차가 꽤 나고, 이제 막 회사에 입사한 상황인데다가 디자인 부서를 책임지고 있는 입장이라, 아직까지는 업무상으로 타 부서와 조율할 부분이 많아 되도록 독일 시간대에 맞추어 일을 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독일 시간으로 오후 4시면 한국은 자정이기 때문에, 동료들의 도움과 이해로 회의나 특별한 이슈가 없으면 독일 시간으로 2-3시 정도에 업무 마무리가 가능했다.
이 밖에도 자잘하게-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지속적인 환기가 쉽지 않아 작은 공기청정기와 식물들을 구입했고, 적어도 2시간에 한 번은 의자에서 일어나 발코니로 나가 시원한 공기도 마시고 가벼운 스트레칭도 한다.
재택근무 2년 차, 나는 점점 사무실 책상 앞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업무를 보는 시간을 즐기게 되었다.
100% 재택근무에서 하이브리드로...
링크드 인 잡공고 섹션을 보면 재미있는 옵션들이 생겼다.
대면 근무 / 대면 재택 혼합 / 원격근무 등등....
예전에는 remote 근무에 대한 옵션이 따로 있었지만, 대면 근무 혹은 대면 재택 혼합 근무 등 옵션이 다양하지 않았었는데,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일반화되면서 근무형태에도 다양한 옵션들이 생겨나고 있다.
록다운으로 인해 100% 재택근무를 하던 회사들이 여름에 코로나 확진자 수가 줄어들거나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하면 직원들에게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을 옵션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코로나 역시 독감과 유사한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겨울철에 확진자 수가 늘어나거나 상황이 좀 더 좋지 않고, 여름에 상황이 조금 더 나아지는 것 같다. 보통 독일은 가을부터 겨울쯤 록다운을 하거나 코로나로 인해 제한을 많이 두고, 봄이나 여름- 다시 날이 따듯해지면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한다.
이전 회사의 경우 록다운 기간 동안에는 100% 재택을 하다가 여름 기간 동안에는 1주일에 2번 정도는 사무실 근무, 그 이후에는 재택과 사무실 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형태로 가고 있다.
사실 이러한 근무 형태는 이미 많은 테크 기업들에서 이전부터 해왔던 방식이다. 사무실에 본인에게 지정된 책상이 따로 있는 형태가 아닌, 사무실 출근을 원할 경우 원하는 책상을 미리 예약하는 방식이다. 물론 민감한 서류들을 보관해야 하는 몇몇 부서의 경우 보안상의 이유로 지정된 책상을 따로 갖는다. 하지만 누구나 원하는 날이 출근을 하고, 원하는 자리에서 업무를 보는 그런 시스템이다.
현재 회사 역시 하이브리드이다. 우리 회사의 경우 사무실에 개인마다 지정된 책상이 따로 있다- 사실 디자이너 입장에서 나는 지정된 내 책상을 갖는 것을 선호한다. 그리고 본인이 원하거나 필요할 시 출근하고, 본인이 재택근무를 하고 싶다면 선택할 수 있는 형태이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비싼 금액을 들여 멋진 사무실을 렌트한 것이니 되도록이면 직원들에게 1주일에 2-3번 정도는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권장이고, 강요나 필수사항은 아니다. 물론 포지션에 따라 사무실에 더 출근을 하는 동료들도 있다. 예를 들어 오피스 매니저나 스튜디오 팀의 경우는 사무실에서 직접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출근을 더 자주하고, 디자이너들의 경우 큰 프로젝트를 앞두고 워크샵을 하거나 샘플 확인을 직접 해야 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 상황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조금 더 재택근무를 선호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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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이직을 할 때 근무형태에 대한 옵션을 고려하지 않았었다. 특히 브랜드 디자인이나 크리에티브 팀의 경우는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는 것이 너무나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굳이 고려할 옵션도 아니었고, 예전의 나 역시 대면 근무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근무형태들이 생겨나고, 재택근무의 많은 장점들을 발견하며 요즘 회사를 볼 때에는 근무형태의 조건도 반드시 확인한다. 굳이 100% 재택이나 원격근무를 고집하진 않지만, 근무형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역시나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과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시대가 왔고, 나는 그 시대를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