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즐기는 실내캠핑이라서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포트락이다 보니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다. 배달로 하면 깔끔하니 좋을 듯한데 도착시간이 각각 다르다 보니 음식을 나눠서 시켜야 할 듯했다. 싱글모임에서 커플이 된 정이네가 고맙게도 발 벗고 나서 줬다. 근처 대형마트에 들러서 회원들이 추천한 오땅을 비롯한 안주거리와 맥주 등 알콜류, 음료수, 과일, 라면 등을 사 왔다. 덕분에 1차로 도착한 회원들도 떡볶이, 족발 등의 배달음식과 함께 풍성한 식탁을 즐길 수 있었다.
정이~ 언제 이렇게 다 준비했어? 진짜 고생 많았다. 준이도 힘 좀 썼겠는데.
누나! 오늘은 위스키도 맛보세요. 집에 있는 거 좀 가져왔어요.
와우~~ 은석이 애주가네. 고급스러운 위스키가 남아돌 정도로 집에 술이 많이 있구나.
은석이는 고생한 정이 커플에게 먼저 하이볼을 말아 주었다. 보냉백에 담아 온 큼직한 하이볼용 얼음이 컵에 닿는 소리가 맑게 퍼졌다. 위스키를 조금 넣고 토닉워터와 레몬을 넣으면 완성이다. 둘은 정성스럽게 만든 하이볼을 들고 밖에 바람을 쐬러 나갔다. 옆에 나란히 서서 걸어가는 뒷모습이 다정해 보였다.
2차로 신청한 회원들까지 도착하고 나니 캠핑장 안이 북적거렸다. 가운데 캠핑테이블을 두고 양쪽으로 노래방 기계와 냉장고 등이 편리하게 갖춰져 있어서 10명이 넘는 성인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해서 즐기며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일 얘기, 지나간 사랑 얘기, 모임의 운영방안 등 다양한 얘기들이 오갔다. 어느새 11시가 다가왔고 아침형인 은지는 긴장이 풀리며 졸음이 쏟아졌다. 맛있게 홀짝이던 하이볼 탓인지 머리도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오늘 즐거웠어요. 정산내역은 톡으로 보내주세요. 정이 오늘 진짜 수고했어.
어머 언니 아니에요. 제가 오늘 비번이라 시간 여유가 있었어요. 우리 자주 봐용
정이의 따뜻한 포옹을 받은 뒤 택시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두통이 있으니 저절로 눈이 감겼다. 시끌벅적한 캠핑장을 벗어나 혼자 조용하게 있으려니 내일 일정이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