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년생이 있네.
40대가 되고 나니 30대만 봐도 어린것 같은데 조카뻘인 20대라니.
연령대가 다양하면 공통의 화젯거리가 있을까.
여기는 괜히 가입했나 보다. 나갈까.
대체 어떤 곳이길래 20대부터 40대까지 가입하는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러던 차에 새로운 톡이 올라왔다.
오늘 그동안 미뤄뒀던 가을단풍 사진전 이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주말까지 올려주시면 회원들의 투표를 통해 우승자를 정할게요.
우승하신 분께는 소정의 모바일 상품권을 드릴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지난번 근교 나들이 갔던 사진이 있어 신중히 골라 게시글을 올렸다.
청도는 사랑이죠.
운문사 가고 싶다.
멋져요.
마지막 댓글을 단 사람은 대화명이... 훈남이다.
보통 훈남들은 훈남이라는 대화명을 잘 안 쓰는데. 훈남이라니 어떤 사람일까.
1. 카페 명가
2. 청춘다방 떡볶이
3. 페이스포포에서 식사 & 커피
다음 주에 신입환영기념 벙을 하려고 하니 장소 투표에 참여해 주세요.
그렇게 해서 평일 저녁에 차 한 잔 하러 여섯 명이 모였다. 정시에 도착해서 올라가 보니 이미 3명이나 와 있었다. 케이크를 좀 더 주문하고 자리도 큼직한 소파가 있는 편안한 곳으로 옮겼다. 방장은 근교 마트에서 수산물 코너를 운영하고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회원들이 세 분이나 있었다. 그리고 훈남은 양복을 입고 왔다. 전업으로 주식투자를 하시는 분이었다. 차트를 노려보는 단타매매가 아닌 가치투자를 하시는 분이라 여유가 있어 보였다. 훈남인지는 잘 모르겠다.
감은 다 파셨어요?
네? 아. 대봉시 사진 올린 거 말씀하시는구나.
농부인 줄 알았어요. 아침부터 감 판다고 하시고 대화명도 바다라.
하핫.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진짜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그렇죠. 직접 만나봐야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죠.
방장은 근교에서 근무하다 보니 대구에 돌아올 때 카페에 들러 저녁을 해결하곤 한다. 그래서 예쁜 카페를 찾다 보니 카페를 이곳저곳 검색해 보는 것이다. 지난번 비 오는 금요일 카페 벙으로 갔던 디브몽트도 커다란 분홍곰이 벽을 넘는 구조물이 인상적이었다. 멋진 실내 분위기와 다양한 종류의 빵 사진을 다시 보니 함께 하지 못해 너무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오프모임을 자주 하지는 않던데 회원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특별한 규칙은 없고 눈팅도 하지 않는 비참여 회원들은 한 번씩 정리하고 있어요. <슬기롭게 홀로서기>라는 모임 취지에 맞게 각자 일상을 공유하는 모임으로 운영하려고요. 싱글방이 아니니까 연령대도 다양하게 구성해서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방장과 비슷한 연령대의 회원들이 세 명 더 있어서 케미가 좋아 보였다. 30대인 그들과 어울려 잘 지낼 수 있을까 살짝 염려가 되기도 했다. 마치 회사에서 후배직원들을 챙기며 낄끼빠빠 타임을 체크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남녀관계 외에도 다양한 사회적 관계가 필요하며 그 사람들이 모두 동갑일 수는 없다. 여러 사람을 만나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사람들과 얘기 나누다 보면 자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게다가 이제 40대라면 20대, 30대와도 소통하며 중년의 지혜를 공유할 시간이다. 어색하지만 슬기롭게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