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의 맛

선물 같은 아이들

by 현이

프린터에서 쏟아내는 라벨지를 잘라서 보기 좋게 책상 위에 올려뒀다. 과학 시험범위가 많아서 정리하려면 시간이 빠듯하다. 스피드 있게 훑어보아도 고학년 교과서 1권 전체를 살펴보는 데 40분은 꼬박 걸린다. 알림장 쓰는 시간에 할애할 시간이 없다. 오늘은 라벨지에 알림장을 출력해서 붙이는 걸로 해야겠다.


"선생님 저희 고래밥 받았어요."

"오늘 퀴즈 배틀 전국 레이스 했는데 우리 반이 5학년 1등이래요. 그래서 영어선생님이 고래밥 주셨어요!"

고래밥 상자를 들고 와서 교실 바닥에 내려놓는 시웅이의 표정이 밝다.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자신감 차오르는 얼굴이다. 담임교사인 내 맘도 반영되었을 것이다.


어머. 얘들아.

너희들 왜 이렇게 잘하니? 선생님이 우리 별반 덕분에 힘이 난다. 별반 진짜 멋지네.

영어 1등 했으니 다른 과목도 수준을 맞춰볼까?


"아~~ 쉬는 시간 없어요?"


내일 성취도 평가인데 아직 과학 정리를 못했어. 국어는 각자 정리하고 과학은 같이 한 번 정리하고 시험 보자.


사춘기 아이들의 발달 특성을 고려해 의견을 물어보았다. 쉬는 시간에도 학원 숙제를 묵묵히 하는 아이들이 많은 터라 아이들은 시험 전날 쉬는 시간 10분 줄어드는 것에 순순히 동의했다.


"선생님 얼른 정리 시작해요. 내일이 시험인데"


역시 별반 친구들 열심히 잘하는구나. 내일 시험 결과도 잘 나올 것 같다. 그럼 2단원부터 살펴보자. 단원마다 정리 파트가 있으니 꼼꼼히 봐야 한다. 온도가 달라지면 용해 결과는 어떻게 달라지니?


"온도가 높으면 더 잘 녹아요."


아이들의 집중하는 모습과 열정 가득한 목소리를 들으니 교실은 한층 더 열기가 오른다. 방학을 앞둔 아이들이 시험 전 준비를 잘해서 좀 더 가벼운 맘으로 여름방학을 맞았으면 한다.

공부도 운동도 잘하는 우리 별반. 선생님이랑 같이 1등의 맛을 더 느껴보겠니?

고맙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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