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여행 시 주의점

걷고 또 걷고

by 현이

11강. 여행 글쓰기


"지민아, 이제 얼른 출발하자."


해운대 버스 터미널까지 30분이니 지금 출발하면 충분히 갈 수 있다. 백화점 지하라서 그런지 인터넷 연결이 원활하지 않다. 어쩌면 폰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길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했다. 왔던 길이니 갈 수 있겠지. 오랜만에 뚜벅이 여행을 해서 버스 정류장 찾아가는 일도 쉽지 않다. 1층으로 올라와서 출입문을 열고 나서니 찬바람이 패딩점퍼와 마스크에 닿는다. 외투가 감싸지 못하는 얼굴과 손에는 싸늘한 겨울바람이 그대로 닿아서 몸을 움츠리게 만든다.


지도앱을 켜고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어갔다. 아이도 춥다면서 내 팔짱을 끼고 옆에 바싹 붙어서 왔다. 조금 더 일찍 출발하면 좋았을 텐데. 백화점이 여러 개 밀집된 지역이라 횡단보도마다 신호등이 있고 크리스마스를 앞둔 주말이라 길을 건너는 사람들도 많았다.


"오랜만에 버스 타고 부산 오니까 계속 걷게 된다. 오늘 2만 보 넘겠는데."

"있다가 버스에서 계속 잘 것 같아. 오늘 저녁 안 먹으면 다이어트 성공이에요."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긴 고등학생이다 보니 아이는 성적 관리만큼이나 체중 변동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정류장을 향해 가는데 지도앱에서 안내하는 버스 정류장 위치가 처음과 달랐다.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서 반대편 횡단보도로 가라고 했다. 어.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네. 당황해하는 내 표정을 보더니 아이가 핸드폰을 들었다.


"엄마 내가 찾아볼게."


아이는 핸드폰을 들고 현재 위치 기준으로 다시 목적지를 설정하더니 방향을 확인하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곧 버스 정류장이 나왔고 나는 수고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렇게 버스를 기다리는데 백화점 주차장에서 나온 차들이 우회전해서 도로에 합류하다보니 버스가 정류장까지 올 수 없었다. 저 멀리서 버스는 거의 서 있다시피 했다. 워낙 통행량이 많다 보니 정체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시간이 빠듯하다. 혹시 늦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자꾸만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지하철을 타야 할까. 버스로 30분이지만 지하철을 타면 20분 만에 갈 수 있었다.


"지민아, 지하철 타자. 이러다 버스 놓치겠어."

"진짜 교통체증 너무 심하다. 엄마 우리 빨리 가요."


지민이와 서둘러 센텀시티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3개의 역을 이동한 뒤 드디어 해운대역에 도착했다. 가파른 지하철역 계단을 뛰다시피 올라가니 숨이 찼다. 무릎에도 통증이 느껴졌다.


"엄마 우리 뛰어야 해요."

"그래, 늦으면 안 돼. 6만 원 날릴 수 없지."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은 채 뛰어야 하는 군인의 마음이 이랬을까. 무릎에 무리가 가는 줄 알지만 놓칠 경우 발생하는 1인 3만 원 추가 우등고속버스표값을 생각하면 달려야 했다. 걷다가 뛰기를 반복하며 가까스로 해운대 터미널에 도착했고 다행히 동대구행 버스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 감사합니다. 드디어 마지막 계단을 올라가서 큐알을 찍고 우리는 좌석에 몸을 던지듯이 앉았다.


"벨트 하세요. 출발합니다."


딸깍. 안전벨트를 하고 아이와 탑승을 축하하는 하이파이브를 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석양 가득한 해운대 거리와도 인사했다. 봄에 다시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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