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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Mar 07. 2024

Ep 3. 스타워즈 팬이라면 다 아는 까사밀라


                                            < 이른 아침 그라시아 거리 풍경>


                                                      < 까사 바트요 >



  오늘은 메멘토투어에서 가우디 오전 버스 투어를 예약해 뒀다. 7시 55분까지 까사 바트요 앞에 가려니 조식도 못 먹고 갈 것 같았다. 호텔 직원이 흔쾌히 도시락을 준비해 줘서 후다닥 먹고 버스 타니 늦지 않게 도착했다. 차가운 토스트였지만 배려해 주는 직원의 마음은 따뜻했다. 그라시아스. 


  여자 가이드님은 베이지색 니트 벙거지로도 미모를 감출 수 없는 분이셨다. 말씀도 어찌나 잘하시는지 라디오 방송을 듣는 듯 막힘없이 술술 이어졌다. 까사 바트요의 외관을 보면 바다가 연상된다. 일명 뼈의 집이라고 하지만 까사 바트요를 뼈라고 이름 붙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까사 바트요 내부를 본다면 사람들이 왜 바르셀로나에 몇 번이고 방문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뼈를 닮은 외관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내부에 들어가면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세계적인 사탕 브랜드를 갖고 있는 츄파츕스 회사에서 인수해서 관리하는 걸 보면 앞으로도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명소로 남을 것 같다. 내부 모습은 가우디 2편에서 공개할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셨으면 한다.


   가우디는 건축에 자연과의 조화,  신실한 가톨릭 신자의 믿음, 실용성 이 세 가지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창의적인 건축 양식을 추구했던 건축가였다. 하지만 가우디가 살던 시대에는 창의성보다는 보편적인 건축 양식을 따르는 게 일반적이었다. 가우디는 후원자가 필요한 가난한 건축가였기 때문에 그의 건축양식을 지지해 주고 재정적 지원을 해 주는 후원자가 절실했다.

                                                         <  까사 밀라  >

                                             

                                               < 카페 겸 식당인 La Pedrera >


  까사 바트요에서 북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길 건너에 까사 밀라가 보인다. 스타워즈 팬이라면 기억하고 있을 이 건물. 밀라씨의 집이었던 까사 밀라다. 파도를 연상시키는 발코니 장식과 천장에도 아름답게 새겨져 있는 물결무늬는 가우디의 취향을 그대로 담고 있다. 까사 바트요와 함께 일 년 내내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하지만 건축 당시 집주인 밀라씨는 이 집의 디자인을 매우 못마땅하게 여겼고 집주인의 의견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디자인했다며 화를 냈다. 결국 가우디와 밀라씨는 법정소송까지 가게 된다. 이 일에서 큰 충격을 받은 가우디는 이후 성당 건축 등 공적인 건축만 하게 된다. 개성 있는 천재 건축가의 예술적 재능을 알아주는 사람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전적으로 가우디를 후원하던 구엘 씨를 제외하곤 말이다. 다음 편에서 구엘 씨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구엘공원을 이어서 가 보자.


  그라시아 거리에 깔려 있는 보도블록은 가우디가 디자인한 것으로 바다생물을 모티브로 했기 때문에 비가 오면 마치 물속에서 생물들이 헤엄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라시아 거리를 걸으면 마치 가우디와 함께 걷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오늘은 가우디와 함께 뛰었다. 넓은 구엘공원을 돌아다닌 뒤에  2시까지 나는 듯이 걸어 La Pedrera 갔다가 3시 30분에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까지 서둘러 가느라 숨이 턱끝까지 찼다. 까사 밀라 내부관람권을 사지 않아도 La Pedrera에서 식사하면 까사밀라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해서 선택한 코스였다.


   추천해 주신  분 보고 있나요?  복 많이 받으세요. 식사하는 동안 마치 부유한 사업가 밀라씨라도 된 것처럼 흐뭇했다. 천장에는 가우디가 꼼꼼하게 계획했을 우아한 파도가 치고 있었다.  나름 가성비 챙긴 일정이었다. 다음에는 우아하게 가성비 여행을 마무리하려면 꼼꼼하게 시간 계획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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