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터 시작된 5일간의 추석연휴도 이제 하루 남았다. 쉬는 날이면 유난히 빨리 시간이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순간을 즐기며 지내고 있다는 뜻이다. 사춘기 육아를 하는 엄마들의 추석 연휴 역시 쉴 틈 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우리도 연휴 좀 즐겨보자. 얼마만의 휴가냐.
그렇게 해서 이웃 동네의 유명 베이커리 카페에 들렀다. 100원을 내고 산 종이 가방을 보면 빠다롤의 본점은 대구 동성로이고 이곳은 테라스점이며 무려 서울 강남 양재에 3호점이 있다. 지방 빵집이 서울에 가맹점을 내기 쉽지 않을 텐데 대체 얼마나 맛있는 빵을 파는지 궁금해졌다.
스콘을 비롯해 소금빵, 올리브 치아바타, 마늘 바게트, 여러 종류의 샌드위치와 케이크까지 다양한 빵이 먹음직스럽게 고급스러운 진열장에 앉아 있었다. 그중에서 평소 자주 손이 가는 쪽파크림치즈 베이글이 눈에 들어왔다. 언니는 어니언크림치즈를 추천했으나 표면이 반짝이고 베이글 사이로 녹색 이파리를 흔들고 있는 쪽파크림치즈를 외면할 수 없었다. 부드럽고 향긋한 쪽파크림치즈와 담백한 베이글의 조합. 글을 쓰는 지금도 그 고소한 맛과 향이 느껴져 침을 한 번 삼키고 나서 다음 문장을 이어갈 수 있다.
크림치즈는 수분함량이 높아서 개봉 후 10일 내에 먹어야 한다. 10일 내에 크림치즈 한 통을 비울 수 없다면 낱개포장 크림치즈를 사야 신선한 제품을 먹을 수 있다. 발효숙성을 거치기 이전의 신선한 치즈로 수분함량이 50% 이상이다. 레스토랑에서는 크림치즈에 허브, 과일을 첨가해 새로운 풍미를 맛볼 수 있는 크림치즈를 내어 주기도 한다. 베이글과의 궁합이 좋아서 미국에서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럼 크림치즈와 어울리는 베이글은 언제부터 먹었던 것일까. 유대인들이 고대 이집트 빵 중의 하나인 카아크를 유럽에 전해주었고 뜨거운 물에 반죽을 데쳐 빵을 구웠다. 19세기경 동유럽 유대인들이 북미대륙으로 집단으로 이주하며 미국 동부인 뉴욕, 필라델피아, 캐나다 몬트리올 등지의 유대인 공동체를 기반으로 베이글이 전파되었다.
식사빵인 베이글을 먹고 나면 다소 쫄깃한 식감과 달리 소화가 잘 되어 대체 무슨 재료가 들어갔을까 궁금했었다. 베이글의 전통 레시피 재료는 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다. 유제품이 들어가지 않은 빵이라니 의아해하실 것 같다. 베이글은 유대인의 음식이었다. 코셔 율법에서는 동물의 고기와 유제품을 함께 먹는 것을 금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빵에 버터, 우유가 들어가면 식사 때 고기와 곁들여 먹을 수 없다. 유제품이 들어 있지 않은 빵이라서 평소 빵을 먹고 소화장애가 있었던 분들은 플레인베이글을 한 번 먹어보기를 추천드린다.
쪽파크림치즈를 만들어 집에서도 시그니처 베이글을 즐겨보고 싶다. 사춘기 육아로 날마다 바쁘게 지내는 우리 엄마들도 자신을 위한 요리를 하며 한 박자 쉬어가는 휴일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따뜻한 사람과 이야기도 나눠보자. 엄마라는 책임감의 무게가 줄어드는 신기한 마법을 경험할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