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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Mar 13. 2024

파프리카 삼색이

눈으로 먹는 채소

    새벽 6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세 식구가 모두 학교에 가다 보니 해마다 3월이면 마치 입학이라도 한 것처럼 바쁘고 새롭고 또 바쁘다. 습관으로 자리 잡으려면 3일, 3주, 3개월의 고비를 넘겨야 한다. 3일은 넘었으니 두 번째 관문 3주 차를 향해 날마다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요즘에는 아침마다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서게 되어 하루가 좀 더 일찍 시작되는 느낌이다. 6시에 일어나서 식사 준비를 하고 가족이 함께 식사하고 소속 학교로 출근 또는 등교한다. 대부분 워킹맘이 그러하듯이 퇴근해서도 가끔은 뜻하지 않게 초과근무 또는 야간당직을 한다. 그것도 예고 없이 수당 없이 불쑥 일어나기 일쑤다.


      어제도 낮시간에는 직장일을 하고 퇴근 후에는 아이 과제를 봐주고 글쓰기까지 하면서 화면을 오래 봤더니 눈이 피로하다. 그래서 오늘은 당근만큼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눈건강에 좋은 파프리카를 준비했다. 과일과 채소값이 올라서 의도치 않게 탄수화물과 육류로 식사를 할 때가 많다. 며칠 전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날 마트에 들렀다가 마침 파프리카 3종 세트가 있길래 얼른 장바구니에 담았다. 아껴서 한 개씩 먹을까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삼색이가 아니라면 파프리카를 먹는 즐거움은 반감되는 법.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고 꼭지와 심을 제거한 뒤 나무도마에 올려놓는다. 사각사각 고운 빛깔의 파프리카를 먹기 좋게 자르고 김이 오른 채반에 넣는다. 1분 정도 지났으려나. 아직 사각함이 남아있는 파프리카를 하얀 도자기 그릇에 담는다. 화려한 색감이 있는 음식은 하얀 도자기 그릇이 제격이다. 하얀 도화지 느낌이랄까.


       세 가족 중에서 파프리카를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나라서 좋다. 실컷 먹을 수 있으니까. 헤헤.

파프리카를 권하는 말에 반응이 제각각이다. 


에이. 안 먹어 

아까 먹었어.


       아침에는 딱 한 번만 권한다. 아침에 눈 뜨고 있는 게 힘든 저녁형 사람들과 살고 있으니 나름 배려하는 것이다. 쌈장과 함께 먹는 살짝 찐 파프리카는 달콤하고 향도 좋다. 어느 한의사의 얘기를 들어보니 파프리카를 익혀서 먹으면 항산화물질 중 하나인 리코펜 성분이 증가한다. 그러니 익혀먹는 게 낫다. 신선한 파프리카를 아끼지 않고 넣었던 스파게티와 불고기를 떠올려보자. 그 아삭함이 아직도 생생하지 않은가. 


       식성이 다르고 생활습관이 다르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있어서 한가족이다. 모두 같은 식성이라면 새로운 음식을 맛볼 기회가 줄어들지 않겠는가. 삼색이 파프리카가 더 맛있는 것처럼 개성 있는 식구들과 함께라서 뜻밖의 일들이 일어나고 힘을 모아 함께 해결해 가며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저녁에는 식성이 다른 가족들이 다 같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었다. 로제스파게티. 냠냠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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