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라 페드레라에서 급하게 식사를 마치고 사그라다 파밀리아로 향했다. 가이드님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보니 성당 내부에서 자연스레 가우디를 떠올릴 수 있었다. 가우디의 헌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성당 내부에 들어가니 그 큰 규모에 일단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학시절 세례를 받고 몇 년 동안 가톨릭 신자였던 경험을 떠올려 보면 여러 성당이 떠오른다. 대성당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국내에서 흔히 보았던 지역 성당의 10배 정도 되는 규모였다. 이 성당에서 미사를 보면 어떨까. 큰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찬송가와 하늘 높이 닿는 종탑으로 기도의 간절합이 조금은 더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신앙심이 깊은 가우디는 성당을 건축하며 사람들이 마음을 다해 미사를 함께 보는 모습을 기대했을 것이다.
가우디는 건축에 자연을 접목하는 것을 즐겼다. 성당 내부의 기둥과 그 주변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에서 비쳐 들어오는 햇살은 가우디가 숲 속에 누워서 나무를 올려다볼 때 경험했던 느낌을 표현한 것이다. 성당 바닥에 누워서 가우디의 경험을 체험해 보는 상상을 잠시 해 보았다. 사고가 유연한 가우디라서 이런 놀라운 건축을 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가우디는 해가 움직이는 동선을 고려하여 시간 흐름에 따라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다른 색깔의 빛이 성당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도록 설계하였다. 가우디는 성당에 작업실을 짓고 대형 모형을 제작해 기하학, 배색, 형태, 소리 등을 계속 실험하였고 열정을 다해 성당을 설계했다. 안타까운 전차 사고 이전 몇 달 동안 성당 작업실에서 지내기도 했다.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성당의 내부를 둘러보고 전망대에 올라가려면 예약을 하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멀리 바르셀로네타 비치가 보이는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으니 비좁은 엘리베이터를 탄 뒤 좁고 가파른 나선형 계단을 한 번 더 오르내리는 수고는 기꺼이 할 만하다. 전망대에서 연신 사진을 찍으며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쏟아내는 감탄사를 듣는 재미도 있다.
파밀리아 대성당은 2026년 완공 예정이다. 종교 서적 출판사 사장이 바르셀로나 지역 사람들의 신앙심을 키우기 위해 시작한 공사였다. 1882년 착공해서 이듬해 가우디가 성당 건축 관련 수석 건축가가 되었다. 하지만 1926년 가우디는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1936년에는 스페인 내전으로 지하에 있던 가우디 사무실이 불타고 묘지도 습격을 당했다. 1950년대가 되어서야 건축이 재개되었고 이제 2년 뒤면 그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가우디는 첫 종탑을 완성한 뒤 이런 말을 남겼다.
완성된 대성당에서 관광객들과 가톨릭교 신자들은 어떤 기도를 하며 간절한 마음을 전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