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험기간이 끝나고 고등학생 딸아이와 뒤풀이 여행을 다녀왔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기장 바다를 즐기지 못하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다행히 비가 그친 바다를 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 창가에서 바다풍경을 보며 먹는 커피와 티라미수의 맛이란. 말로 표현하기보다 직접 경험해 보길 추천드린다.
티라미수.
작은 크기에 가격은 비싸고. 이거 완전 사기구나. 이렇게 비싼 디저트를 사 먹는 사람은 대체 누구야. 티라미수를 처음 봤을 때 내 모습이다. 하지만 지금은 편의점 티라미수를 비롯해 티라미수가 적힌 과자나 상품을 보면 관심이 간다. 바로 딸아이가 좋아하는 디저트이기 때문이다. 사춘기 아이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건 섬세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에 몹시 복잡한 대입을 준비하는 과정을 겪고 있어서 시험 전, 시험 중, 시험 후 그 마음을 헤아려주는 건 부모로서 꼭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경험해 보신 분은 알겠지만. 쉽지 않다.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일단 같이 먹어본다.
티라미수는 커피와 코코아 가루가 조화를 이루어 풍미 짙은 부드러운 쓴 맛이 느껴지는 일종의 치즈케이크다. 티라(Triare)는 이태리어로 밀다는 뜻이고 미수(mi su)는 나를 위쪽으로 라는 의미다. 정리해 보자면 커피와 코코아, 설탕, 치즈 등의 당성분으로 기분을 좋게 해 주는 케이크가 바로 티라미수다.
본 고장인 이탈리아 사람들은 생크림을 넣지 않고 티라미수를 만들기 때문에 우리가 편의점에서 사 먹는 티라미수가 현지 티라미수와 가장 유사하다고 한다. 그만큼 이탈리아에서 티라미수는 지나치게 고급 재료를 쓰지 않고 가정에서 편하게 만들어 먹는 디저트다. 각양각색의 맛있고 예쁜 디저트를 접한 현대인들은 티라미수의 맛에도 촘촘한 평가를 한다. 좀 더 꾸덕하고 진한 커피 향을 느끼려면 층으로 들어가는 빵과 커피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커피양을 줄이거나 커피 맛이 떨어지면 원하는 티라미수의 맛을 내기 쉽지 않다.
티라미수의 시작은 1960년대 이태리 지방도시의 제과업자가 남은 커피와 사보이 쿠키를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후 레스토랑 셰프가 레시피를 발전시켜 크리스마스 특별 디저트로 선을 보였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중반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다. 40년 동안 홈디저트에서 고급 디저트로 자리매김한 티라미수. 그 짧은 역사에도 많은 변화를 찾아볼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새로운 흐름을 파악하고 수익을 올리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과 함께라면 힘들 땐 쉬어가면서 손잡고 한 걸음씩 전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주말엔 가족과 눈을 맞추며 맘을 나눠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