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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Oct 16. 2024

3개 국어 배우기 어렵니?

선생님도 어렵다.

<라인빙고 활동 중> 


Round2

T : I'll ask the question and you'll answer using the expressions.

S1 : I'm cooking.

T: Good

S2: I'm reading a book.


아. 어떤 건지 모르겠어.


  선생님! 어떤 카드예요? 지원아! 봐봐. 뭐야?

  민철이는 오늘도 빙고 카드를 찾느라 바쁘다. 1라운드에서 화면으로 해당 카드를 보여주다가 2라운드에서 난이도를 높여 보여주지 않고 게임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민철이를 비롯해 몇몇 아이들이 당황스러워하며 두리번거리기 시작한다. 두 번째 표현부터는 다시 해당 카드를 한 장씩 화면에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제야 다시 집중하며 활동이 진행되었다. 

라인빙고 활동 시 사용한 카드
도움닫기 수업 신청 안 해요!   

    교사 : 민절아! 왜 도움닫기 수업을 신청하지 않았어! 이렇게 어려워하면서. 내년에 고학년 되면 계속 새로운 표현이 나올 텐데 좀 더 공부해야지. 이번 주부터 당장 수업 참여하자.

    민철: 알겠어요. 내일부터 참여할게요.


   수업을 마친 뒤 민철이와 이런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실상은 이렇다.

    교사 : 민철아! 이번 주부터 도움닫기 수업하자. 아무래도 안 되겠다. 부모님한테 말씀드려 봐.

    민철 : (대답 없이 고개만 젓는다) 저 태권도 가야 해요. 아동센터에도 가야 되고.

    교사 : 센터에서 뭐 하는데?

    민철 : 간식도 주고 체험도 해요. 

    교사 : 영어 도움닫기 수업은 안 하잖아. 

    민철 : 도움닫기 안 할래요.  

      

    교육청에서는 학습지원 학생이 학습 실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도움닫기 수업 등 여러 지원을 해 주고 있다. 하지만 교육복지나 돌봄 사업과 겹치면서 학생들이 우선순위를 선택할 기회가 없다. 학교 공부가 우선이 되고 돌봄이나 복지, 방과 후 지원 사업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주객전도 상황이라 정작 중요한 학교 공부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뿐만 아니라 중복 지원으로 아동센터나 방과 후 지원사업 혜택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아동센터에 지원되는 문화비나 의복구입비가 넘쳐나서 센터 관리자가 지인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예산이 남을 경우 센터 관리자에게 불이익이나 벌금 등 불미스러운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문화학생일 경우 다문화가정 지원혜택까지 받으니 학생들은 넘쳐나는 수업과 지원 속에 어느 수업을 들을까 망설이고 있다. 교육기본통계를 살펴보면 국내 초·중·고교생은 2022년 532만에서 2023년 526만으로 6만 5천138명 줄었다. 저출생 현상으로 초·중·고교생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다문화 학생 수는 같은 기간 16만 명에서 18만 명으로 증가했다. 다문화 학생 수는 2012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 최근의 증가세를 고려하면 2025년에는 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다문화 학생은 크게 국제결혼가정과 외국인 가정으로 나뉘는데, 올해 국제결혼가정의 '국내출생' 다문화 학생은 12만 명으로 전체 다문화 학생의 71%를 차지했다. 부모의 출신국별로 살펴보면 베트남계 다문화 학생이 32%로 가장 많았다. 중국이 24.6%, 필리핀이 9.1%로 뒤를 이었다. 다문화 학생 수가 꾸준히 늘고 있고 특히 국내출생 비율이 매우 높다. 민철이도 베트남어는 유창하지만 한국어나 영어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한다. 


    3개 국어를 배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모국어, 한국어를 제대로 익히지 못하면 3학년부터 시작하는 영어 수업은 따라가기 힘들다. 국내출생 다문화 가정 학생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는 외국인 가정이나 중도입국 관점에서의 정책뿐 아니라 국내 거주민 입장에서 다문화 교육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 

선생님도 좋아요?

     내일은 현장학습으로 영어 수업이 없는 날이다. 오늘 수업을 마치면서 민수는 활짝 웃으며 기분 좋게 질문을 건넸다. 

      민철 : 선생님도 좋아요?

      교사: ( 조금 들뜬 마음은 감추고 민철이 영어실력 향상법을 고민하며 ) 그래. 얼른 줄 서서 교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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