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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Oct 18. 2024

선생님, 교수님 해 봤어요?

아이 눈에 비친 영어 선생님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네.


  지수는 오늘 단원 평가 시간에 표정이 좋지 않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영어 질문을 듣고 평가지에 있는 보기를 확인한 뒤 맞는 답의 번호를 쓰는 듣기 평가 시간이다. 1번 시작할 때 의욕적이던 모습은 사라지고 마지막 문제를 풀 때는 거의 울상이 되었다. 채점을 위해 친구와 시험지를 바꾸는 지수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휴.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네.'


소리 내서 말하면 기억이 더 오래갑니다.


  원어민 교사는 교육학이 아닌 소비자심리를 전공한 남아프리카 출신 여자 선생님이다. 핵심 표현을 선정해서 표현에 어울리는 그림을 넣어 문장 안내 슬라이드를 준비한다. 주요 표현을 학습한 뒤 학생들은 원어민 교사와 발음 연습을 한다. 소리 내어 억양을 살려가며 연습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지만 몇몇 아이들은 바라보기만 하고 말하지 않거나 소리는 내지 않고 입만 벙긋거리기도 한다. 크게 말하다 혹시 틀리면 부끄러울 것 같아서 조심스러운 것이다.

  "소리 내서 연습해야 오래 기억할 수 있어. 모두 큰 소리로 말해보자."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시험을 마친 뒤 색깔과 관련된 물건, 음식, 동물 등을 쓰는 활동을 했다. 오늘따라 집중해서 활동하던 현진이가 green(녹색)을 보더니 깻잎이 영어로 뭐냐고 물어본다. sesame leaf.  

   교실은요?  classroom

   반은 뭐예요? class

   지수는 놀란 눈으로 나에게 다가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선생님 어떻게 그렇게 영어를 잘해요?"

     선생님은 요즘도 화상영어로 계속 영어 공부하고 있어.

      "선생님 그럼 교수님 해 봤어요?"

      대학원 졸업했고 교수는 아니야. 지수도 단어 계속 외우면 영어 잘할 수 있어. 꾸준히 해 보자.


     어디 영어뿐이겠는가. 복잡한 삶에서 잘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꾸준히 해야 한다. 하루 10분이라도 시간을 투자해서 노력한다면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일찍이 공자도 꾸준한 노력의 가치를 강조했다. 시진핑 역시 중국의 느리지만 꾸준한 경제성장 정책을 제시하며 공자의 가르침을 인용했다.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 경주에서 이긴다 (이솝우화)
It does not matter how slowly you go so long as you do not stop. 얼마나 천천히 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네가 멈추지만 않는다면. (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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