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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뭇별중한별 Jan 09. 2022

가족도 인간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책은? 이란 질문에는 쉽게 “성경”이란 대답이 나오지만 그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은? 이란 질문에는 선뜻 대답이 안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답이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라 하면 바로 “아~”하는 수긍이 나올 정도로 인간관계론이란 책은 유명하고 많이 읽힌 책이다. 전 세계적으로 6000만 부 이상 인쇄되었다고 하는 이 책의 메시지는 간명하다.


“상대가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도록 하라.”


이 간단하지만 통찰력 있는 진리를 깨닫고 또 깨닫기 위해 사람들은 이 책을 2독, 3독을 하고 책의 내용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더 많이 웃고, 더 친절한 말을 하려고 노력하고, 신뢰 형성을 위해 약속을 지키려 하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더 어울리기 위해 이토록 노력을 하는가?

더 풍요로운 삶을 위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되기 위함이리라.

그것이 나와 내 가족의 풍요로운 미래를 줄 것이기 때문이므로.




내가 어릴 적 살던 동네에서 S네 집은 흉흉한 소문의 진앙지 역할을 했다. 동네 귀퉁이의 움막 같은 창고에서 연탄가게를 하던 그 집은 동네 아이들에겐 접근금지 구역이었는데 거기서 검댕이 묻으면 평생 지워지지 않는다는 유치한 소문은 그렇다 하더라도, 연탄가게 아저씨한테 걸리면 맞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제법 현실적이었다. 가끔 눈가에 멍이 생겨있거나 팔다리에 깁스를 하고 나타나는 아주머니와 S의 모습은 그런 걱정을 뒷받침 하는 증거가 되었었고 말이다.

아이러니했던 것은 아저씨의 평판은 좋았다는 것이다.

그때는 모두 연탄보일러로 난방을 하던 시절이었고 동네에서 연탄을 취급하는 곳은 그 집뿐이었으므로 모두 그 아저씨를 알았는데, 그는 누구보다 온순하고 겸손하며 성실했다. 약속한 날짜를 어기는 일도 없었고 물먹은 연탄을 들이는 경우도 없으며 힘든 연탄배달 중에도 거친 말을 한 적도 없던 사람이었다.

요약하자면, 그는 연탄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상대로는 훌륭했지만, 그의 가족에게는 잔인한 폭군이었던 것이다.

 해가 지나 중학생이 되었을  아저씨가 술병이 나서 죽었다던 며칠 , 그의 연탄창고에는 불이 났다. 장례가 끝난  아주머니가 다른 동네로 이사를  뒤였으므로  피해는 없었지만, 가출해서 행방이 묘연해졌다던 S 불타는 창고 앞에서 춤추는 것을 봤다는 이야기는  집을 둘러싼 소문 클라이맥스이자 에필로그가 되었다.




“서로 사랑하고 위하라는 뻔한 주례 대신 나는 이렇게 이야기하겠습니다. 서로에게 가장 잔인한 존재는 되지 마세요. 어디에도 풀기 어려운 감정을 받아주는 것이 가족이라는 존재의 이유는 맞지만 방법이 꼭 잔인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살면서 들었던 가장 통찰 있는 주례사를 소개하고 싶다.


인간관계론을 2독, 3독 하지만 정작 가족들에게는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인간관계론의 법칙은 편한 관계인 가족들에게는 예외인가?


주례 선생님의 말씀을 다시 반복해보자.


더 사랑하고 더 위하라는 말이 아니다.


서로에게 잔인한 존재는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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