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관계 영역에서의 진정성

관계의 동심원

by 동녘새벽

2장. 관계 영역에서의 진정성


심리학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입학했을 때만 해도 전공이 심리학이라고 하면 "어머, 조심해야겠네요. 제 마음을 다 읽는 것 아닌가요?"라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철학으로부터 실험 등 엄밀한 과학적 방법론을 가지고 별도의 학문으로 독립한 심리학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한 일입니다.

저는 위의 엉뚱한 질문에 "그럼요, 심리학 개론만 배워도 웬만한 사람의 마음은 다 읽을 수 있습니다. 지금 정말 마음을 읽을 수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으시죠?"라고 농담으로 답하곤 했습니다.


특히 교양과목으로서의 심리학은 큰 인기가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대인관계의 심리학이라는 강의는 수강 신청이 어려울 정도로 큰 인기를 끌던 기억입니다. 아마도 대인 관계에 있어서의 탁월한 비법을 가르쳐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겠지요. 아직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지도 않은 대학생들에게도 대인관계는 어렵게 느껴졌었나 봅니다.


혹시 대인관계가 점점 어렵고, 일상의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있으신가요? 즉각적인 상호작용이 필요한 전화를 받는 것이 두려우신가요? 말 한마디로 소원해진 관계를 다시 복구시키는 일이 너무도 어려우신가요?

확실히 대인관계의 양상이 예전보다 더 복잡하고,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세상은 점점 빠르고 각박하게 변하니까 당연한 일인 듯합니다. 저는 진정성이라는 단어가 단단히 잠긴 자물쇠 같은 대인관계를 풀어 줄 훌륭한 열쇳말(Keyword)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인관계는 그 영역에 따라서 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대인관계의 영역은 "나"를 중심으로 거리에 따라 아래 그림과 같은 동심원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림 1. 관계의 동심원


위 그림과 같이 나로부터 가장 먼 곳에 위치한 영역에는 사무실에서 사무적인 관계로 만나 사무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비즈니스의 영역이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 그대로 일에 힘쓰는(일 사事 힘쓸 무務) 사람들의 관계입니다. 기업과 같은 영리 조직은 구성원들이 모여 제로섬 게임을 하는 곳으로 여겨집니다. 이해관계를 기초로 은근하거나 노골적으로 경쟁관계를 기본으로 상정합니다. 조직의 구성은 대체로 위계적인 관료제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한 발자국 안으로 들어오면, 큰 이해관계에 얽혀 있지 않은 친구들 혹은 같은 취미를 매개로 만났거나, 근접해서 거주하는 이웃과의 우정의 무대가 펼쳐져 있죠. 이 영역에서는 관계의 유지와 단절이 가장 쉽게 일어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해관계를 기초로 한 비즈니스 영역이나 혈연으로 엮인 가족과의 관계보다 그 필요나 짜임새가 느슨하기 때문입니다.

동심원의 가장 안 쪽에는 태어나 보니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짓던 가족이나 친척들과의 관계가 있습니다. 물론 동심원의 더 가까운 중심에는 가장 내밀한 감정적 교류가 이뤄지는 이성친구 혹은 부부의 인연도 자리하고 있겠죠. 이 두 관계를 합쳐서 애정의 영역이라고 할만합니다.


이 동심원의 경계는 때로는 명확하고, 때로는 모호합니다. 우정의 영역에 존재하던 친구가 비즈니스 영역으로 멀어지거나, 아예 관계의 동심원 밖으로 밀려나기도 하고요. 비즈니스 영역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동심원의 경계를 뛰어넘어 애정의 영역으로 돌진하기도 합니다. 피를 나눈 가족이나 친척이 남보다 못한 소원한 관계로 지내는 경우도 볼 수 있죠. 이렇게 유동적이긴 하지만 관계의 동심원은 꽤나 유용한 관계 분류의 프레임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대인관계의 동심원 중 가장 먼 비즈니스 영역부터 우정의 영역, 애정의 영역의 순서로 진정성의 의미를 고민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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