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고자 함의 스펙트럼

by 동녘새벽

1) 하고자 함의 스펙트럼


진정성 프로젝트를 아래와 같이 진행하고자 하오니 재가 바랍니다.

- 아 래 -


회사에서 "품의서"를 "상신"할 때 쓰던 관용적인 문구입니다. 품의, 상신, 재가 등의 한자어를 어색한지도 모르고 사용했던 기억이네요. 지금 보니 서울이 경성이었을 시절에도 저 단어들이 쓰이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낯선 풍경입니다.

이 챕터에서는 위 문장 중에서 "하고자 하오니"라는 부분을 주목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지금 "일의 진정성"에 대해서 논의 중인데, 무슨 일이든 그 일을 시작하고 진행하기 위해서는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고자 하는 마음을 한자어로 쓰면 바로 욕심(欲心)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이 욕심이란 단어의 의미가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제가 어렸을 때는 욕심은 아주 나쁜 의미였습니다. 욕심쟁이, 욕심꾸러기 같은 단어들은 진짜 못 돼먹은 녀석들에게 붙는 별칭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저 친구는 일에 욕심이 있네~" 하는 말은 칭찬이 되었습니다. 일에 대해서 적극적이고 의욕적이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물론 "저 친구는 돈에 욕심이 있어~"라는 말은 여전히 부정적이긴 합니다.

과거에 욕심쟁이나 욕심꾸러기에서 사용된 "욕심"을 요즈음의 의미로 바꿔보면 "탐욕"이 아닐까요? 탐욕쟁이나 탐욕꾸러기는 어울리지 않고, "덩어리" 정도는 붙어줘야 부정적인 이 단어의 맛이 살아납니다.

"욕심꾸러기" "욕심쟁이" "탐욕 덩어리" 미세하지만 오른쪽으로 갈수록 더 못된 느낌이지요.


"하고자 하는 마음"의 스펙트럼에서 가장 왼쪽에 위치할만한 단어는 무엇일까요? 일에 대해서 좀 더 순수하고 진심 어린 마음가짐을 지닌 단어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바로 "열정"입니다.


저는 열정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캡틴이었던 박지성 선수가 먼저 떠오릅니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 팀이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할 당시 박지성 선수가 다큐멘터리에서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저는 축구를 잘하고 싶은데, 유명해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는 20대의 어린 나이에도 축구를 통해 명예나 많은 재산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진실되게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진심을 반영하듯 그의 축구 스타일은 혼자서 빛나는 스타플레이어가 아니라 팀의 승리를 우선시하는 최고의 팀플레이어였습니다.

그는 축구라는 자신의 일을 수단으로 여기지 않고, 목적으로 대하는 진정성 있는 태도를 갖고 있었던 것이죠. 반대로 축구를 수단으로 큰돈을 버는 것만이 목적인 선수들도 많습니다. 축구장 안에서는 팀의 승리와는 거리가 먼 화려한 개인기만 뽐내고, 축구장 밖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 감독이신 퍼거슨 경이 "인생의 낭비"라는 별명을 붙여 준 SNS 활동에 매진하는 선수들입니다. 이들에게 축구는 부를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욕심"과 "탐욕" 그리고 "열정"까지 "하고자 하는 마음"의 서로 다른 형태들을 찾아냈습니다.

이제 세 가지 개념들로 "하고자 함의 스펙트럼"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림 3. 하고자 함의 스펙트럼


위의 스펙트럼 상에서 열정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고, 탐욕은 가장 지양해야 할 마음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열정의 구간에만 머물러 있으라고 하기에는 조금 숨이 막히네요. 열정이라는 순수한 마음을 이용해 먹는 "열정페이"라는 함정도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 각박해진 세태에 맞게 욕심까지는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탐욕은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 결국에는 자신까지 해치게 됩니다. 반드시 피해야 하는 영역으로 남겨 두어야 합니다.


열정은 일 자체에 흥미를 느끼고 그 일을 하는 것만으로 보상이 되는 경지입니다. 반면 일은 수단일 뿐이고, 그 일을 통해 지위나 명성, 부를 얻으려는 행태를 탐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욕심은 열정과 탐욕 사이에 위치한 현실적인 어느 지점입니다.

어떤 속셈이 있던 간에 일을 수행하는 모습은 모두 같은 것 아닌가 싶을 수도 있습니다. 피상적으로만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오랜 일의 경험으로 뒤돌아 보면 이 마음가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더군요.

예를 들면, 탐욕이 가득한 사람들이 있는 조직에서는 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축구 경기로 보자면 좋은 위치에 있는 선수에게 패스하기보다는 확률이 낮아도 꼭 자신이 골을 넣어야 하는 선수만 모여있는 팀과 같습니다.


그럼 열정 - 욕심 - 탐욕으로 이어지는 "하고자 함의 스펙트럼"을 좀 더 깊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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