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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DWANA Aug 06. 2019

뭐 나쁘지 않은 시도였어

[천개의 고원] 들뢰즈, 가타리



리좀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는 것이 현란하고 중구난방으로 보일수도 있는 이 책을 그나마 읽을 수 있는 필요조건이다. 역자의 조언대로 이책은 순서가 없으며 아무 장이나 먼저 읽어도 전혀 상관없고 지금 조금 읽었다가 몇 년 뒤에 조금 읽거나 또는 그만 두어도 별 상관없지만 리좀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리가 없다면 더 이상 독서를 해낸다는것은 무의미하다.  



리좀에 대해 이해가 어려운 것은 우리가 보고 듣고 배운 개념을 초월하는 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즉 전혀 새로운 개념이다. 내가 읽어낸 리좀의 정의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우리가 기존에 접해왔던 개념이나 담론들은 '나무'에 비교된다. 그것은 줄기와 뿌리와 가지와 잎이 있고 안쪽과 바깥쪽으로 구분된 명확한 경계가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고 그 형태를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리좀은 그런 것이 없다. 하지만 개념들을 연결하는 것이고 개념들 사이에 있다. 리좀이 구체화 되기 시작하면 그것은 반얀나무의 뿌리가 드러나는 것처럼 각개의 개념들이 서로 연결된 모습을 보이는 것일 것이다. 리좀은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는 개념들 사이의 새로운 해석이나 새로운 개념, 크로스오버,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사회현상들의 화학반응이나 물리적인 관계 등등을 의미한다. 리좀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으며 어떤 형태로든 '나무화'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자 이렇게 리좀을 이용해서 우리는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것인가? 운이 좋으면 새로운 개념을 발명할 것이다. 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사회적 관계에 대한 정의를 할 수 있을것이다. 잘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뭐 나쁘지 않은 시도였어" 정도의 이야기는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 리좀은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던 밀림이나 사막을 통과하는 것이고, 그 발자취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리좀에 대한 개념을 설명한 1장 이후의 장들은 가타리와 들뢰즈가 스스로 리좀을 실천한 장들이다. 가타리와 들뢰즈가 다룬 개념들 사이의 관계처럼 각 장의 연관성도 거의 없다. 솔직히 나머지 장들에 대해서는 웬만큼 박식하거나 철학적 깊이에 이르지 않으면 읽어내기 무척 어렵다. 읽다가 힘에 부치면 그만두고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수준의 리좀을 찾아보는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타리와 들뢰즈가 이 책속에 만들어 놓은 천개의 고원 이외의 독자 자신만의 고원에 실제로 올라가는 것이 가타리와 들뢰즈가 원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오르지 못한 고원은 내일 오르면 될 것이다. 변명처럼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려우면 다음에 읽으면 된다. 뭐 나쁘지 않은 시도였다. 중요한 것은 시도를 한다는 자체이다. 그 시도 자체가 리좀이며 리좀은 도전하는 자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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