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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DWANA Aug 06. 2019

인간에 대한 신뢰

[공자:인간과 신화] 크릴



공자는 기원전 6세기의 사람이고 그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공자가 살았던 시대보다 거의 500년 뒤에 씌여진 것이다. 공자에 대한 이야기는 많고도 많지만 실제로 믿을만한 이야기는 아주 적다는 이야기다. 신채호가 중국의 역사서에 대하여 '춘추필법'이라하여 거짓과 과장이 많아 기본적으로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고 선언하였던 것처럼 많은 중국학자들이 중국의 오래된 역사서나 저술에 대하여 신뢰를 보내지는 않고 있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공자는 실재했던 인물이고 그의 사상이 동북아 전역에 걸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끼친것은 사실이므로 남아있는 공자에 대한 기록을 비교하여 사실이라고 판단되는 것만 추리고 그것을 토대로 공자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그리고 공자가 주창한 이론과 그 뒤에 덧붙여지거나 왜곡된 모습은 어떤 것인지를 이야기하는게 이 책의 내용이다.


 

'서양철학은 플라톤 철학의 주석'이란 이야기가 있듯이 '동양철학은 공자 철학의 주석'이란 말을 붙여도 무방할 것이다. 동양철학의 전통이 유교에 기인한 것이라 그 시조격에 해당하는 공맹을 감히 뛰어넘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해왔다. 특히 공자에게는 신화가 덧씌워졌고 자신의 학설이나 주장을 합리화 하기 위해 공자의 이름을 함부로 갖다쓰거나 공자의 행적을 조작하였다. 심지어 유가와 정치적으로 반대쪽에 서있었던 법가나 도가쪽에서는 공자의 행적을 조작해서 교묘하게 유가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지파와 반대파 모두에게 공자는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중국을 비롯한 동양의 통치철학과 일반철학이 공자로 부터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자가 살았던 춘추시대는 말그대로 약육강식의 혼란기였다. 약한자는 강한자에게 죽임을 당해도 어쩔 수 없었으며 지배자는 민중을 가혹하게 수탈하던 시기였다. 보편적인 도덕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던 시대에 인권을 이야기하고 성실과 겸손과 예를 이야기했다는 자체가 혁명적인 것이다. 창과 칼이 아니라 선정으로 백성을 지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란 것을 발견한다는 것은 그 시기를 생각해보면 놀랍기까지 하다. 서양에서는 근대에 와서야 정립된 천부인권이나 계몽사상, 관념론,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들이 동양에서는 무려 2500년 전에 존재했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공자가 한 말과 행동을 토대로 그의 대체적인 인생을 유추할 수 밖에 없다. 별달리 높은 관직에 조차 등용되지 못했던 공자는 일개 사상가로써 어찌보면 초라한 일생을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감화를 받은 제자들과 그 뒤로 줄을 잇는 제자백가들에 의해 재평가 되기 시작했고 이윽고 성인에 반열에 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논어를 읽으며 살아가는데 필요한 보편적 가치들을 다시금 일깨운다. 인류에게 있어 2500년동안 유효했던 이 준칙들은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공자는 인간에게서 인간의 문제점을 고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방법을 찾은 철저한 현실주의자였다. 그것은 공자의 확고한 인간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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