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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DWANA Aug 07. 2019

초월하는 자존심과 사랑

[오만과 몽상] 박완서



매국노는 친일파를 낳고, 친일파는 탐관오리를 낳고, 탐관오리는 악덕기업인을 낳고, 악덕기업인은 현이를 낳고... 
동학군은 애국투사를 낳고, 애국투사는 수위를 낳고, 수위는 도배장이를 낳고, 도배장이는 남상이를 낳고...
그리고 현이는 의사가 되고 남상은 사기꾼의 앞잡이가 된다.   



이렇게 아픈 역사는 흘러왔다. 친일파 집안의 자식이라는 딱지를 떼기 위해 현이는 몸부림치고 지긋지긋한 가난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남상은 현실과 타협한다. 현이나 남상이나 본인이 친일파가 아니었고 독립투사가 아니었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운명은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역사는 후손들에게 그 멍에를 씌웠고 부조리한 한국사회는 그들을 서로가 증오의 눈길로 바라볼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이다. 



영자의 죽음 이후에도 두 사람이 화해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영자의 삶이 정말 아름다운 것이란 것을 자각한 것은 현이와 독자들 뿐이다. 빈부나 학력 같이 세상에서 이야기하는 조건들을 초월하는 자존심과 사랑을 보여준 영자는 현이에게 어떤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현이에게 어떤 행동을 촉발시킬 것이다. 그리고 이 행동들이 어떠한 종류의 것이 될것인지는 독자들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사람들에게 영자처럼 자존심을 가지고 모든 것을 초월하는 사랑을 하라고 주문한다. 소설의 결말처럼 실제 세상도 아름다울 수 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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