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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DWANA Aug 10. 2019

프랑스 혁명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

[사생활의 역사 4] 아리에스 外



현재 이야기 되고있는 사생활에 대한 개념의 대부분은 19세기에 정립되었다. 특히 프랑스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시간은 가까운 과거의 한국사회를 보는듯 했다. 사생활에 대한 강렬한 욕구와 사회적인 터부사이에서 왜곡되고 변태적으로 나타나는 강박증이 사회 전반을 짓누르고 있는 상태가 바로 그것이다. 권력은 끊임없이 개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보거나 통제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개인은 아무도 보지 않는 밀실에 대한 욕망과 더불어 다른 이의 밀실을 들여다 보고자하는 사회적 관음증이 나타난다.  



이 시기에 개인의 사생활이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현대적인 의미의 가부장적 가정이 정립되었다는데 있다. 가정의 권한은 가장에게 주어졌으며 가정은 그 자체로 사회적인 간섭이 닿지 않는 내밀한 하나의 세계였던 것이다. 가정이 급속히 가부장적이 되면서 여성들은 남편의 지배를 받게되고 가사와 육아에만 치중하게 되므로 오히려 18세기때보다 사회적인 활동이 위축되었다. 가족단위의 사업체가 늘어나고 그것은 곧 가업이 되었다. 가족 내부의 일은 가족 스스로 해결하고 외부 사람은 거기에 간섭하지 않게 되면서 가정은 가족만의 사생활이 보장받는 울타리가 되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정은 에로티시즘의 둥지였다. 성을 불결하게 여기고 특히 여성에 대한 사회적 금기가 많았음에도 가정내에서 내밀하게 이루어지는 에로티시즘은 사회적 권력이 직접적으로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교지도자들은 성에 대한 터부를 더 노골적으로 강화했다. 특히 나체에 대한 금기는 사람들이 자신의 나신을 거울에 비춰보거나 물에 비춰보는 것도 금기시 했으며 심지어 혼자서하는 목욕조차 금기시 되었다. 나체로 홀로 남겨진다는 것은 바로 죄악과 직결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여성들에게 더욱 강조되었는데 그래서 20세기 초에 위생에 대한 대대적인 관심이 일어나기 전까지 웬만한 여자들은 때가 반들반들한 경우가 많았으며 그것조차 때가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서 오히려 피부에 좋다는 말까지 있었다.  



여성의 순결은 최고의 가치였다. 어떠한 경우에도 그것은 지켜져야한다고 믿었으며 그것을 조금이라도 훼손시킬 수 있는 일은 사회적인 지탄을 받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강간을 한 남자에 대해서는 관대했으며 심지어 미성년자를 강간하더라도 큰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간통을 한 여자에 대해서는 가혹한 사회적인 비난이 집중되었다. 여자는 순결하게 보호되어야 하는 것으로 묘사되었지만 반면 남자들을 유혹하는 색정광으로도 묘사되었다. 이렇게 여성에 대한 상반된 시각이 공존했으며 그것은 남녀간의 성애를 더욱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남자들은 정부가 한두명쯤 있다고해도 흠이 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 남자의 매력을 더 빛나게 해주는 장치였다. 하지만 그 남자의 상대가 되는 여자는 그것을 숨겨야 했으며 발각시 모든 비난을 다 짊어질 각오를 해야하는 것이어다. 그리고 성에 대한 담론이나 토론 자체를 금기시한 결과, 성과 피임에 대한 왜곡된 지식으로 사생아와 낙태는 날로 늘어만 갔으며 신체을 보이는데 대한 금기는 매독이나 부인병 환자가 속수무책으로 방치되는 결과를 낳았다.  



사생활이 다채로워지면서 독서나 개인의 취미같은 여가선용의 기회가 늘어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남자들의 이야기였다. 여자들은 여전히 가사와 육아에 매여 있었고 결혼을 하지 않은 처녀는 그런 여가가 주어져도 외출이 제한된 마당에 집안에서 딱히 할 것이라곤 없었다. 말그대로 시간이 남아 돌았던 것이다. 처녀는 집안에 갇혀서 결혼을 할 날만 기다렸고 형편이 되는 집안의 처녀들은 하릴없이 피아노를 쳤다. 피아노는 주로 남자들 앞에서 연주되었으며 그런 정숙한 모습에 반한 남자가 그 처녀에게 청혼을 하게 되는 것이다.


 

19세기 프랑스의 모습뿐 아니라 가부장적이고 종교적인 터부가 심한 곳의 상황은 세계 어디나 비슷할 것이다. 한국사회도 불과 몇 십년전까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세기에 들어서 사생활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은 거의 완성되고 적용되었다. 단 여성은 빼고 말이다. 사생활에서 여성을 배제된다는 말은 개인과 사회의 성이 매우 왜곡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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