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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DWANA Aug 10. 2019

제1차 세계대전부터 현재까지

[사생활의 역사 5] 아리에스 外



20세기엔 많은 일이 있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내셔널리즘으로 국가의 상황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게 확대되었고, 이혼률 상승, 핵가족, 입양 및 시험관 아기 등으로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은 해체되어가고 있다. 가족과 공동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사생활은 이젠 완전히 개인만의 것이 되었다. 오히려 이젠 개인화의 부작용이 커져서 코쿤족, 독거노인, 저출산 같은 사회문제를 야기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으로 대변되는 자유주의의 물결로 미국식 삶이 현대의 인류에게 주어진 대표적 삶의 방식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이것은 지나친 개인화와 물신숭배, 빈부격차 같은 자본주의의 부작용을 낳았다. 스웨덴식 사민주의는 한때 모든 국가들이 지향해야 할 이상향으로 해석되기도 했으나 지나친 공공화와 투명성에 대한 집착은 개개인들이 자유와 욕망의 표현에 대해 지레 겁을 먹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새로운 전체주의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20세기 들어와서 개인의 사생활의 개념중에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은 익명성이다. 개인은 자신의 내밀한 사생활을 위해 반드시 골방에 숨을 필요는 없다. 공공장소에서의 익명성은 개인의 사생활의 개념을 크게 확장시켰고 곧바로 공공성과 충돌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그리고 과학기술의 발달은 끊임없이 개인의 사생활을 엿보려는 시도와 사생활의 숨기려는 노력의 총체로 나타났고 이것은 창과 방패의 대결같이 팽팽한 것이었다. 특히 정치인이나 연예인같은 '공인'에 대해서는 일반대중의 알 권리와 공인들의 사생활 보호 중 어느쪽의 손을 들어주어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지금 이순간에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1985년에 나온 이 책에서는 다룰 수 없었겠지만 지금은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익명성의 바다가 또 하나 생겼다. 인터넷은 현재까지 등장한 그 어떤 것보다 사변적이다.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드러내고 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인터넷에서는 가능하다. 그리고 개인은 스스로의 취향에 따라 선택적으로 인터넷상의 커뮤니티나 개인과 관계를 맺는다. 인터넷의 컨텐츠와 소통의 내용이 저급해진 이유는 이같이 익명성에 따른 개인욕망의 분출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욕망을 둘러싼 사회적 예절과 관습의 껍질이 깨진 그 알맹이는 어쩌면 인간의 모습 날것 그대로의 모습일지도 모르고 그런 인간의 모습은 자본주의와 인간 소외가 빗어낸 것일 것이다. 



익명성은 개인의 내밀함이 사회라는 공간으로 확장된 것이므로 언제든지 그 얇은 보호막은 깨뜨려질 위험성이 있다. 서울에 사는 일반적인 회사원이 하루를 지내면서 곳곳에 설치된 CCTV에 50회 이상 찍혀진다. 스마트폰은 개인이 지금 어느 위치에 있는지 통신회사의 서버로 보내고 있으며 전자결재는 사람들이 무엇을 소비하는지 금융회사의 데이터베이스에 남겨진다. 그리고 해킹과 개인정보의 노출, 카메라, 캠코더의 발달은 개인이 의도하지 않게 사생활을 외부에 노출시키게 되는 큰 위험성을 내포한다. 



사생활을 통해 휴식과 안정을 취하고 개인의 비밀을 간직하거나 은밀한 쾌락을 누릴 방법과 수단은 도처에 널린 시대가 되었지만 동시에 자신의 사생활이 대중들 앞에 적나라하게 발가벗겨질 위험은 점점 더 높아만 가고 있다. 날로 교묘해지는 사생활의 은밀한 수단과 역시 날로 교묘해지는 개인의 사생활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수단은 끝없는 경쟁에 돌입할 것이다. 그리고 사생활을 누리는 척도가 빈부격차같이 계급성을 띠게 되면 사생활을 위한 혁명 비슷한 것이 생겨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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