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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DWANA Aug 13. 2019

이성중심의 도덕률이 가지는 한계

[도덕철학] 레이첼즈



신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인간은 도덕적으로 선하게 홀로서야만 했다. 근대의 관념론자들은 인간의 이성이 이것을 해결해주리라 믿었다. 다른 동물과 차별되는 인간의 이성만이 인간의 세계를 동물의 세계처럼 약육강식의 무뢰한 세계로 만들지 않을 것임을 확신했던 것이다. 칸트는 "네 의지의 준칙이 보편적 입법의 원리로서 타당하도록 행위하라"라는 정언명령으로 도덕의 일반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칸트의 정언명령을 실제에 적용하게 되면 논란이 될만한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쫓는 살인자가 당신에게 와서 그 사람의 행방을 물었을때 당신은 살해당할지도 모르는 그 사람의 행방을 올바로 가르쳐 주느냐 아니면 거짓으로 알려주느냐 같은 선택의 상황이다. 거짓말을 하는 행위는 정언명령에 위배되고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경우는 도덕적인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 칸트는 이같은 경우에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지만 도덕률의 지나친 일반화가 가져오는 실제상의 모순은 사람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는 오늘날에는 더욱 논란이 될 수 밖에  없다.


 

도덕률은 인류의 문화가 생긴이후부터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어온 문제이다. 하지만 아무리 철학과 논리학과 과학이 발달하더라도 이것이 선한 행동이다 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가 해결될것 같지 않다. 낙태, 안락사, 동물학대와 육식, 생명공학문제, 경쟁과 평등문제 등등 문화적 상대주의에 의해 다른 문화의 사람들의 풍습과 생활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사람들도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는 현대사회에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도덕률을 정의하기 위한 시도는 계속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그런 기준이 마련되어야만 법집행같은 작은 문제부터 더 나아가서는 이념이나 세계관의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인간의 이성에 의한 논리적인 귀결만이 인간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서양철학의 믿음은 서양인들의 법과 도덕에도 그대로 투영되었고 현재의 서양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고방식, 생활양식까지 만들어 내게 된다. 도덕률은 실제적인 것이고 현실에서만 동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서양의 경우만 이야기가 진행된 것 같아서 저자인 레이첼즈가 동양윤리학의 경우를 설명하고 비교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은 과한 욕심일 것이다. '이성중심의 도덕률' 이라는 개념자체가 서양의 것이기 때문이다. 동양철학은 근본이 서양과 다르므로 도덕을 이야기하는 출발선상 자체가 틀리다. 서양은 '이성'중심의 철학사를 써왔지만 동양은 '道'가 모든 것의 기준이 되었다. '道'는 자연과 합일하는 것이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것이다. 따라서 동양의 개인에게는 자신과 자연(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를 밝히는 관계론 그 자체가 도덕이며 철학이 되었다. 칸트의 정언명령에 대비되는 공자의 말은 논어의 '己所不欲勿施於人'이다.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칸트의 정언명령보다 더 큰 보편성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성의 테두리 내에서는 이런 보편성을 획득하기가 힘들다. 이타적인 행위 조차도 결국엔 자신의 평판이나 이해관계를 따져야만하는 이성중심의 도덕은 개인으로 부터 출발한 도덕이 부메랑이 되어 다시 개인에게 돌아오게된다. 하지만 동양의 관계론은 개인과 자연을 합일하려는 것이므로 개인으로 부터 출발한 도덕은 그 작용을 다하고 사라지게 된다. 이런 점에서 서양의 도덕률은 이성을 넘어 자연과 합일하자는 동양의 道에 못 미치는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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