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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DWANA Aug 17. 2019

변형과 이동

[권력이동] 엘빈 토플러



중국은 국가차원에서 필요에 따라 유투브나 구글,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임의로 차단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같은 정책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을 기반으로한 기업들의 영향력은 앞으로 훨씬 커질것임엔 분명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이런 인터넷 제한조처는 결국에 가서는 중국정권의 백기투항으로 끝이 날거라고 생각한다. 이 거대한 조류는 강제로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이 아니라는것을 역사적인 경험을 통해서 누구나 알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매체인 위 네가지 인터넷 서비스를 공급하는 회사들은 10년전만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기업이다. 하지만 지금은 주가총액이 내노라하는 제조업, 금융업을 뛰어넘는 큰 회사로 성장했다. 모두 현재 정보의 가장 큰 소통매체인 인터넷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기업들이며 토플러가 예견한 권력이동에 딱 부합하는 사례이다. 



정치는 이제 싫든 좋든 유투브와 트위터, 페이스북과 함께 가지 않으면 안된다. 권력을 잡으려는 사람은 이것들을 통하여 대중과 직접 대면하기를 종용받고 있다. 신문, 라디오, 티비가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사람들은 매스미디어에 의해 포장된 정치인이 아닌 '날것' 그대로의 정치인을 접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충분히 걸러졌을 사소한 문제까지 백일하에 드러나는 것이 SNS와 유투브의 위력이다. 이것이 전통적인 권력에게는 적잖이 당혹스러운 것인데 반해 소수자들에게는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알릴 수 있는 훌륭한 무기가 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괴벨스 이후 시도되었던 기존권력에 의한 매스미디어장악은 일정부분 성공을 거두었지만 SNS나 유투브를 기존권력이 장악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 될 것이란 점이다. 중국의 경우처럼 아예 사이트자체를 막아버리는 방법이 있긴하지만 어느정도 표현의 자유가 있는 국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런 것들을 통하여 여론을 왜곡하려는 시도는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전체주의와 국가주의는 인터넷의 시대에서도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터넷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인종갈등, 종교갈등, 성차별 등의 문제가 무심코 인터넷에 던져진 사진이나 동영상클립 하나로 촉발되어 터질 수 있다. 그런 갈등들이 표출될때 전통적 지배계층은 비로소 안심한다. 지배계층으로 쏠리는 사람들의 요구를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터넷의 저급성은 인터넷의 정보가 과연 신뢰할만한 것인가에 대한 답변을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전통적인 권력에 대립하는 소수파가 자신의 의견을 공론화하기에 적당한 곳이 인터넷이기도 하지만 민주국가에서 소수파인 파시스트나 극우주의자가 기생하기 쉬운 곳도 역시나 인터넷이다. 



구글의 첫화면은 검색창만 나와있어서 어떠한 정치적 편향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네이버의 첫화면은 얼마든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조종할 수 있는 구성으로 되어있다. 의도에 따라서 얼마든지 극우매체의 편향된 기사가 나름 공신력있는 매체의 헤드라인과 나란히 동급으로 취급될 수 있다. 인터넷이 정보의 확산속도를 높인만큼 사람들의 분노가 확산되는 속도도 높아졌다. 그리고 사람들의 오해나, 보호되어야할 개인의 사생활, 악의적으로 의도된 거짓이 확산되는 속도도 그만큼 빨라진 것이다. 사람들이 뒤늦게 알아차렸을때는 비극적인 상황은 이미 발생한 이후가 될 것이다. 정보산업이 권력의 이동을 촉발시켰지만 그 권력은 여전히 대중들에게로 오지는 않았다. 대중위에 머무르는 권력은 그 외형만 좀 바뀌었을 뿐이다. 그 '변형'을 토플러는 '이동'이라고 착각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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