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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DWANA Aug 16. 2019

인도 그 자체

[한밤의 아이들]  살만 루시디



주인공 살림과 한밤의 아이들은 인도가 독립하던 그 시간에 태어난 아이들이다. 식민지로써의 근대사를 뒤로하고 새롭게 태어난 인도를 상징한다. 인도가 공식적으로 독립한 1947년 8월15일 자정부터 한시간동안 1001명의 아이들이 태어났고 자정에 가깝게 태어난 아이일 수록 강력한 초능력을 부여받았다. 식민지로 있었던 수백년동안 갇혀있던 인도의 축복이 한번에 터진 것이다. 주인공 살림은 12시 정각에 태어나자마자 자신과 동시에 태어난 시바와 바뀐다. 원래 가난한 운명을 살아야했던 살림은 부잣집으로, 부잣집에서 살아야했던 시바는 슬럼가에서 살게 되는 것이다. 인도의 운명을 짊어지고 태어난 아이들은 이렇게 시작부터 꼬이면서 험난한 인도의 현대사를 예언한다. 다양한 한밤의 아이들은 저마다의 특기를 뽐내지만 그들은 저마다의 세계에 갇혀서 결코 화합하지 못한다. 그리고 시바의 음모로 420명의 아이들은 거세당하고 생식력을 잃게된다. 힘을 합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한밤의 아이들은 그렇게 인도의 불행과 함께 모두 흩어지고 지리멸렬해진다.  



작가라면 누구나 한 국가나 민족의 역사를 소설 속 인물에 투영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런 시도은 무수히 이루어져 왔다. 루시디의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인도의 종교갈등, 신분갈등, 빈부갈등은 주인공 살림과 한밤의 아이들을 통해서 투영된다. 한국 사람들에겐 조금 생소한 이야기들의 다발일 수 있겠으나 소설속에 녹여낸 다양한 사건, 인물, 신화의 이야기는 인도인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루시디가 강연을 다닐때 한 한생으로 부터 '그 책은 제가 쓸 수도 있었어요'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인도라는 엄청난 크기의 땅덩이와 유구한 역사와 다양한 문화, 그많은 다종다양한 사람들을 한 솥에 넣고 끓여서 살림이라는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은 아주 평범한 인도소년을 창조해냈다. 



구석구석에 숨어있다가 튀어나오는 다양한 이야기가 주는 소설적 재미는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것이다. 신화와 마술,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이야기들은 매우 다채롭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여서 주인공 살림을 중심으로 크게 하나로 묶여진다. 마치 다양한 나무들 한 그루 한 그루가 모여 커다란 숲을 이루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 숲은 바로 인도 그 자체가 된다. 



소설을 읽다보면 1001이란 숫자와 420이란 숫자가 반복해서 나타난다. 1001은 매우 많은 숫자를 의미하고 420은 법률 420조에서 유래한 도둑, 사기꾼의 숫자이다. 소설에서는 형편없는 것 지리멸렬한 것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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