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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DWANA Aug 20. 2019

경제학자를 위한 변명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부크홀츠



경제학이란 굉장히 막연한 학문이다. 단순히 잘먹고 잘살게 하는 방법을 연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인류의 정치 문화 등 모든 면을 고려해야한다고 이야기되기도 한다. 그리고 사업을 해서 돈을 좀 번 장사꾼이라면 어느 정도 경제에 정통해 있을거라고 믿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그만큼 오해가 많고 항상 비관적인 전망과 낙관적인 전망이 동시에 교차하는 혼돈상태에 있는것이 경제다.



이 책에 나오는 경제학자들이 세상에 끼친 영향력은 막대하다. 케인즈의 말대로 그들의 이론은 세상을 지배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경제학자들이 야심이 있었다거나 그랬던 것도 아니다. 귀족가문에 태어난 사람도 있었지만 평범한 집안 출신도 많았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경제이론으로 떼돈을 번 사람도 드물었다. 그럼 그들은 무엇을 위해 경제학을 선택하고 경제이론을 만들었을까?



경제학 교과서의 첫페이지에 나오는 구절은 '자원은 유한하고 용도는 많은 경우 어떤 기준에 의해 그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것이 경제원칙이며 그것으로 부터 파생된 것이 경제학이란 학문이다. 한가지를 선택하면 다른 한가지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하는 것이므로 여기에 정답은 없다. 이것은 단순히 점심값 만원으로 설렁탕을 사먹을 것인가 생선구이를 사먹을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빠르고 편리한 자동차를 가지게 되었지만 그만큼 깨끗한 공기를 포기해야 했고, 원자력으로 부터 손쉽게 전기를 뽑지만 언제 끔찍한 핵누출 사고를 당할지 모르는 위험에 몰려있다.



경제학자들에 대한 변명을 하자면 훌륭한 경제학자들은 정의로운 세상을 꿈꾼 박애주의자와도 같았다. 그들은 경제적 부의 증대로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들의 생활이 나아지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평소엔 예술가들처럼 초연하고 청렴했지만 때로는 정치가들 이상으로 세속적이어야했다. 그리고 일반서민에게 돌아가야할 경제적 성과를 중간에서 부당하게 취하는 장사꾼들이나 정치인, 로비스트들을 극도로 혐오했다. 그들은 경제원칙과 자신들의 이론에 의해 지구상에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랬다.



이런 사려깊은 경제학자들에 의해 불경기를 예측하고, 통화량을 조절하고, 정부의 역할을 규정하는 수많은 이론이 나왔지만 어느 것도 완벽하지는 않다. 경제는 심리적인 부분에 너무도 많은 영향을 받으며 과거에 발생했던 것과 유사한 현상이 다시 발생했다 하더라도 과거의 해법으로 현재의 문제가 치유될 수 있는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국가경제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을 중요시한 케인즈주의자들이 불경기를 극복해냈으나 70년대의 유가파동을 넘지는 못했다. 그 이후로 득세한 하이에크를 비롯한 시카고학파들에 의한 작은정부를 지향한-레이거노믹스로 대변되는 자유주의정책들이 대세가 되나 싶더니 미국발 서브프라임사태는 순식간에 자유주의자들의 퇴장을 가져왔다.



선거때만 되면 어느 후보나 경제를 살리겠다고 큰소리 뻥뻥치지만 유권자들은 이젠 그런 헛소리는 믿지도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던 산업혁명의 전성기때 서유럽의 경제성장률은 5%정도였다고 한다. 우리들은 결코 경제가 좋아지는 것을 피부로 체감할 수 없다. 착실한 경제성장이 이루어졌을경우 최소한 20년은 지나야 과거에 비해서 좀 나아졌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다. 따라서 경제는 항상 어려운 것 처럼 보인다. 한국에서 '경제를 살립시다'라는 구호가 처음 등장한건 3저현상의 대호황이 마무리되고 일본의 부동산버블이 꺼지기 시작한 1992년 경이었다. 그 이후로 20년간 경제가 좋았던 적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 그러나 그 20년간 중간에 IMF라는 깊은 나락에도 불구하고 1992년의 1인당 GNP 18000달러에서 2011년에는 23000달러로 5000달러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것은 단순한 수치의 비교이고 서민들의 생활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을 수 있다. 그렇다면 빈부의 격차가 그만큼 커진 것일것이고 부자들의 도덕성을 이제 의심해봐야하는 시점이다.



경제는 정치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정치의 모든 것이 경제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경제학자와 전문가들이 이론을 만들지만 실제로 적용하는 것은 정치가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가들은 경제학자들처럼 초연할 수 없다. 자신의 재선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보다 단기적인 성과를 중시한 포퓰리즘적 정책을 입안하려하고 이권을 노린 각종 이익단체들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자신이 내린 결정을 합리화할만한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얼마든지 갖다들이댈 수 있다. 심지어 대기업이 만든, 팔이 안으로만 굽는 경제연구소에서 내놓은 속 검은 예측이나 자료도 권위를 부여받는 형편이다. 이런 환경에서 순수한 경제학자들의 정의에 대한 열망을 실현시켜줄 정치인이 나오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참으로 뻘밭에서 연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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