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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DWANA Aug 21. 2019

행복을 위한 수단

[철학의 현실문제들] 김진



철학은 과연 무엇을 하는 학문일까? 그저 역사적인 철학자들의 학설과 주장을 배우는 그런 수동적인 학문은 아닐 것이다. 철학사를 통찰하고 자신만의 철학을 완성하는것이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겠으나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래서 철학이란 학문은 현실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밑도 끝도 없는 학문처럼 느껴진다. 철학 자체에 대한 토론은 일상생활에서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며 철학자들에 대해서도 일반인들은 거의 모른다. 일반인들 입장에서 철학이 다루는 특수한 용어들과 약속들은 생소하며 어떤 것들은 설명을 듣는다 하더라도 그 개념을 잡기가 어려운 것이 많으므로 철학은 일반인들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세상을 떠돌고 있는 많은 문제들과 개념들은 철학으로부터 기원한다. 우리들은 세상사에 대해서 많은 대화와 토론을 하고 그 주제는 섹스, 종교와 허무주의, 이데올로기, 사회윤리, 과학기술 등등 다양하지만 주로 어떤 것이 옳냐하는 가치판단의 문제이다. 누구나 가치판단의 기준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상대방과 대화를 한다. 그 사람의 주장은 플라톤의 것일수도, 중세 교부철학자의 것일수도, 칸트나 데카르트의 것일수도 히틀러나 버트런트 러셀의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이의 주장이 아무리 하찮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더라도 그 사람의 주장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철학적 바탕위에 있는 것이 보통이다. 



세상을 선과 악, 참과 거짓으로 명쾌하게 나눌 수 있다면 철학은 있을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어느 쪽이 옳은지 판단하기 힘든 문제들이 차고도 넘친다. 종교나 무신론이냐, 개발이냐 환경이냐, 경쟁이냐 분배냐 하는 문제들은 근현대를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주제들이고 그외에도 낙태, 안락사, 핵개발 문제같은 철학적, 윤리적 판단을 요구하는 주제들은 산적해 있다. 이와 같은 질문들은 출마한 정치인이나 학자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대답을 강요하는 순간이 비일비재하다. 



철학을 현실문제에 적용시키면 윤리적인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철학은 사람들에게 윤리적인 근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법과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인간에게 있어 형이상학적인 측면과 더불어 현상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법보다 훨씬 많은 부분에 관여한다. 인간 이상이기를 바라는 인간의 욕망을 펼칠 근거가 되기도 하며 좀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이론적 근간이 되기도 한다. 현실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하여 철학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하고, 이상은 현실에 기초하는 것이라고 하면, 철학을 이상을 향한 현실적 수단이라고 이야기 해도 괜찮은지 모르겠다. 개인의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자아실현과 행복을 위한 수단이 철학이 되는 셈이다. 이렇게 이야기해놓고 나니 좀 그럴듯하게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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