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의 아름다움] 겔런터
기계장치를 보는 사람들은 특정한 외관과 그 실용성을 대비시키고 작동원리에 대해 사람들은 깊은 관심을 나타낸다. 그리고 사람들이 의도한 어떤 목적을 기계가 달성하는 것을 보는 것은 하나의 지적유희이며 어떤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난 것 같은 형이상학적 작용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것이다. 시계를 열어 그속의 기어장치를 보거나, 자동차의 엔진구조를 들여다 보거나, 알 수 없는 수많은 버튼과 계기판으로 이루어진 비행기 조종석을 들여다 보는 것은 일종의 경탄을 동반한다. 인간의 능력이상의 작업을 할 수 있는 어떤 비밀의 문을 연것 같은 환상이 인간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예술작품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그 예술작품의 함의가 감상하는 사람의 이데올로기에 부합하는 형이상학적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역시나 기계에 대한 경탄은 과학과 기술이 앞으로 인간에게 편리하고 멋진 세상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이데올로기와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로 나온 자동차의 외관이나 새로 건설된 다리, 랜드마크의 외형에 크게 집착한다.
이 책에서는 기계의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애플 매킨토시와 IBM컴퓨터, MS의 윈도우의 예를 비교하였다. 유려하고 독창적 디자인으로 승부해 온 애플과 실용성을 우선으로 해온 IBM, MS의 컴퓨터 전쟁은 MS 윈도우가 나오면서 MS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모바일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높아지면서 노트북이나 모바일기기 시장이 폭발적으로 팽창하였고 사람들은 자신이 들고 있는 모바일 기기의 성능보다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눈에 어떻게 보이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애플은 맥북과 아이폰으로 세계를 정복하다시피 했고 수많은 애플추종자들을 양산했다. 극적인 역전이었고 많은 제조업자들에게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우게 되었다.
컴퓨터나 모바일기기의 실용성을 중시하는 사람들(대체로 남성들)은 아름다운 외관에 지불할 비싼 비용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몇년전 일부 노트북관련 커뮤니티에서 OEM을 취급하던 대만업체의 자체브랜드 노트북인 ANYNOTE가 유행한적이 있었는데 성능에 비해 말도안되는 수준으로 싼 가격이 화제가 되었었다. 비슷한 성능의 대형메이커에 비해 거의 1/3 가격이었는데 대신 디자인은 들고다니기가 민망스러울정도로 처참했다. 하지만 가격대 성능을 중요시하는 일부 남성들에 의해 수요가 있긴했다. 하지만 극악한 디자인으로 인해 최강의 가격대 성능비를 가진 노트북이긴 했지만 시장에서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자동차를 살때 연비나 성능만큼, 외관에 의해 소비심리가 좌우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자제품도 예외가 아니다. 맥북을 사서 OS는 윈도우를 인스톨해서 쓰는 것은 일반화 되었고 새로운 폰이 발표될때는 무엇보다도 그 외관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다. 애플과 삼성간의 특허전쟁의 핵심도 결국 디자인에 관한 것이다.
기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도 앞으로 실용적인 아름다움에서 좀 더 나아갈 것이다. 그것이 비실용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더라하더라도 외관이 주는 아름다움에 대한 만족은 설사 조금 사용시의 불편을 유발한다 하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