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ONDWANA Aug 26. 2019

드레이크 방정식

[20세기를 만든 아름다운 방정식들] 그레이엄 파멜로



20세기는 과학에 있어서 획기적인 성과가 많기도 했지만 그중에 가장 큰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자체에 큰 변화가 있었다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과학자들이 주도했으며 그 성과들의 결정체는 아름다운 방정식으로 남아있다. 일견 간단해 보이는 방정식에 많은 함의와 우주를 관통하는 비밀이 숨어있으며 심지어 방정식이 제시된지 수십년이 지나서야 그 방정식의 진가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20세기를 이끈 과학은 크게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환경과학, 우주탐사, 컴퓨터과학 정도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아인슈타인이 제안한 질량에너지등가원리는 그 명료함과 아름다움에 온 세상이 홀랑 반할 정도였다. 앞으로 발견될 우주의 비밀을 한꺼풀 벗겨줄 방정식도 이렇게 명료하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정도였다. 이 책은 20세기를 장식했던 11가지의 방정식과 그 에피소드를 나열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 언급하지 않았다고해서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 언급된 방정식들은 그 효용과 그 뒤에 미친 파급력이 대단했다. 이 책에 언급된 모든 방정식은 과학자들의 고민과 상상력의 산물이다. 하지만 그 상상력은 어느 정도 해당분야에 대한 심오한 이해가 있어야 상상하는것도 가능한 분야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꼭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런 분야도 있다. 그런의미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있게 읽은 부분은 드레이크방정식에 대한 장이었다.   



방정식이라고 한다면 그 해를 쉽사리 구하기 위한 공식이라고 다들 생각한다. 하지만 드레이크방정식은 그런 방정식의 일반적인 개념과는 틀리다. 드레이크의 방정식은 해를 구하는것이 목적이라기 보다는 앞으로 외계생명체를 어떻게 조우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적인 논의를 촉발시킨 방정식이다. 이 넓은 우주에 인간과 비슷한 지적인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만약 존재한다면 얼마만큼의 확률로 존재할것인지, 또 인류와 조우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SETI프로그램이라는 프로젝트에 의해서 지금도 진행중이고 그 효용성에 대해 논란이 많은 분야이다. 



드레이크의 방정식은 다음과 같다.  

N = R* × fp × ne × fl × fi × fc × L 



N은 은하계에 존재하는 지적생명체(문명)의 숫자.

R*은 지적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항성이 생겨날 비율.

fp는 그 항성이 행성계를 거느릴 비율

ne는 그 행성계가 생명에 적합한 환경을 가진 행성을 가질 비율

fl은 그 행성에서 실제로 생명체가 발생할 확률

fi는 그 생명체가 지적능력을 가지게 될 확률

fc는 그 지적생명체가 다른 천체와 교신할 수 있는 기술문명을 보유하게될 확률

L은 그 문명이 탐사가능한 상태로 존재하는 시간 



드레이크의 방정식을 보면 금방알 수 있는 것이지만 N을 구하기위한 우항의 어떤 항목도 쉽사리 그 숫자를 예측하기 힘들고 누군가 각항의 숫자를 제안한다고 하더라도 검증은 시도조차 할 수 없는 항목들로 나열되어있다. 각 항에 대한 논의는 탐사나 관찰에 의한 결론이 될 수도, 단순히 직관적인 예측이 될 수도, 심지어 어떤 철학적 논의까지 불어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내놓은 각 항의 값은 수 천 또는 수 만 단위의 차이를 보이는 것은 예사였기 때문에 드레이크 자신도 그 결과값을 좁힌다고 나름 노력하긴 했지만 은하계내에 존재할걸로 예상되는 문명의 숫자를 1만에서 천만정도로 예상을 했다. 하지만 드레이크가 예상한 그 값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우주의 다른 문명을 적시하고 외계문명에 대한 모든 논의를 촉발시켰다는데서 드레이크 방정식은 의의가 있는 것이다. 



제멕키스감독의 영화 콘택트를 보면 외계문명을 우리가 어떤식으로 상상하고 대비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때까지 만들어진 외계인 또는 외계문명을 다룬 영화중에 가장 현실에 근접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외계문명을 향해 출발하는 우주선이 카운트다운을 할때의 흥분과 설레임은 인류가 오래전부터 상상해왔던 외계인들에 대한 궁금증이 밝혀지려는 순간의 짜릿함을 제대로 짚어낸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주인공의 시공여행과 그 결과는 우리에게 이 광활한 우주의 공간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것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스타벅스에는 문화가 들어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