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역사와 미래

[서양미술사] 곰브리치

by GONDW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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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을 앞둔 치타가 발로 땅바닥에 톰슨가젤 한마리를 그릴 수 있다면 세상은 좀 더 재미있는 곳이 되었을것이다. 지구상의 생물중에는 오직 사람 만이 예술행위를 한다. 예술활동을 한다는 것은 주술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고 고대로부터 예술활동은 초월적인 힘이나 인간을 넘어서는것을 표현해왔다.그 중에서도 특히 미술과 건축은 현재 남아있는 인간의 예술 활동의 역사 중 가장 오래되고 그 변천과정을 그런대로 알 수 있는 것이다.


원시인들은 동굴벽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지만 고대왕국부터는 미술을 향유할 수 있었던 계급은 귀족이었다. 염료가 귀하고 비쌌기때문에 천연색 그림을 그리고 향유한다는 것은 귀족이나 가능했을 것이다. 이같은 귀족중심의 미술은 사진기가 발명될때까지 이어진다. 이집트와 그리스의 미술이 파피루스나 종이에 남아있는 것은 없다. 대신 무덤의 벽화나 고대유적의 벽에 남아있는 것으로써 그때의 미술을 알 수 있다. 고대와 중세의 미술의 특징은 새로운 시도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것에 있다. 정면을 바라보던 피사체가 측면을 바라보게 그렸다는 것만으로도 혁신적인 시도였을 정도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미술의 대상은 종교적인 것이었다. 고대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장면이었고 중세에는 성경의 이야기가 주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비잔틴제국의 성상파괴운동으로 인해 많은 고대미술품이 사라지게 되었다.


본격적인 미술사는 르네상스시대에 이르러 레오나르도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루벤스 등의 거장화가가 등장하면서 부터라고해도 무방할 것 같다. 여전히 기독교적인 주제로 성당의 벽을 장식하곤했지만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같이 화려하게 그리스 예술이 부활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곧 이어 소실점에 의한 원근법, 명암에 의한 질감과 양감의 표시가 이루어 짐으로써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미술의 기법이 완성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뒤를 이은 세대는 불행한 세대였다. 르네상스시대의 고전화가들이 이루어 놓은 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다. 르네상스라고 하기는 하나 종교의 위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고 미술자체가 왕실과 교회중심으로 그려지던 시대라 소재의 다양성을 시도하기도 어려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술적으로 더 이상 나아질 것이 없었다. 초상화는 실물을 얼마나 생동감있게 잘 그려내느냐의 문제였고 교회와 귀족의 저택을 장식하는 그림은 그 내용이 뻔했다. 그래서 그림을 일부러 과장하거나 비트는 시도가 새로운 시도의 전부였다. 이를 매너리즘의 시대라고 한다.


사진기의 발명은 음악에서의 축음기의 발명과 같은 것이다. 사진기의 발명으로 미술은 미술이 될 수 있었다. 드디어 미술이 관념의 세계를 표현하기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인상파들로부터 시작된 미술의 변화는 아방가르드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미술가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을 내세우거나 사상을 투영하거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폭이 넓어진 예술은 그 경계가 모호해졌고 그 허술함을 이용하여 사이비나 키치가 침투하기도 용이해졌다. 100년뒤의 곰브리치가 오늘날의 미술을 어떻게 정리해낼지 궁금해지기도한다.


서양미술은 동양미술에 비해 질감, 양감, 색감을 중요시했다. 이것은 있는것을 그대로 표현해내기를 원하는 서양미술의 전통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반면 선과 붓의 필획을 주로 이용한 동양미술은 관념성을 중요시 해왔다. 서양미술이 사회상의 변화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격는동안 동양미술은 크게 변하지 않은 이유도 그러한 특징에 있다고 할 것이다. 서양미술이 관념화되기 시작하자마자 서양의 화가들이 동양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이다.


현대미술에 있어서도 (아직 남아있긴 하겠지만) 웬만한 시도는 다 이루어졌고, 관념을 표현하는 방식도 벼라별 방법과 수단이 다 동원되었다. 아방가르드를 넘어서 극단적인 행위예술이나 허무함으로 일관하는 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무지막지한 스케일을 자랑하기도 하고 돋보기나 현미경으로 보아야하는 마이크로 조각까지 시도된다. 상업이나 광고, 키치와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다른 예술과의 크로스오버마저 시도되고 있는 와중에 인상파나 입체파가 그랬던 것처럼 미술에 새로운 유행과 변화의 바람을 시도할 수 있을까? 이젠 파격을 시도한다는 자체가 매너리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법도 하다. 그래도 미술가들은 여전히 자신만의의 표현방법을 찾으려고 할테고 어느날 누군가는 여태껏 아무도 열어보지 않았던 새로운 세계로의 문을 열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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