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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DWANA Aug 02. 2019

마녀사냥

[문화의 수수께끼] 마빈 해리스



힌두교도들이 암소를 숭배하는 이유, 이슬람교도들이 돼지를 먹지 않는 이유 등등 보통 종교로부터 유래한 관습에는 겉으로 내세워진 이유보다 훨씬 현실적인 사회적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마빈해리스는 이같은 보편적으로 알려진 종교적 관습의 문제로부터 출발하여 미개인들의 문화를 면밀하게 탐구하고 문명화된 사회에서는 좀처럼 납득하기 힘든 미개인들의 사회적 터부나 미신, 관습에는 반드시 그 종족을 결속시키고 안정시키는 장치들이 존재함을 알려준다. 즉 그냥 아무런 이유없이 생긴 관습이나 미신은 없다는 것이다. 



마빈해리스가 정말로 하고싶었던 이야기는 마지막에 나오는 중세의 마녀사냥에 대한 이야기였던것 같다. 마녀사냥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고대로 부터 내려온 여러가지 종교적 터부와 미개종족의 생활상들을 밑밥으로 깔아놓은 것이다. 마녀사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5세기 경부터 약 200여년에 이르는 기간동안 유럽에서 약 50만명의 마녀가 처형을 당했다. 이런 말도 안되는 미신은 불과 3세기 전까지만 해도 공공연하게 시행되었다는데 있어서 미개인들이 벌이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문화와 다를바가 없다.



일단 마녀로 지목이 된 여자는 아무리 자신이 마녀가 아니라고 부인해본들 소용이 없었다. 끔찍한 고문이 행해졌고 보통 그 고문앞에서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는 것이다. 고문대에서 내려와서 다시 자신은 마녀가 아니라고 이야기 한들 또 다시 고문대로 끌려져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압에 못이겨 빗자루를 타고 악마들의 연회에 참여했노라고 스스로 고백하게 되는것이다. 그러면 고문관들은 악마의 연회에서 누구를 보았냐고 캐묻기 시작하고 다시 고문이 가해진다. 마녀로 지목이 된 여자는 그냥 아무나 이름을 불러줄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이렇게 불리워진 여자는 끌려와서 또 다시 고문을 당하고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마녀로 판결이 난 여자에게는 상당히 구체적인 죄목이 붙여졌는데, '날씨를 안좋게 해서 농작물을 망친죄', '전염병을 퍼뜨린 죄', '마을의 아무개 아이를 병에 걸리게 해서 죽게한 죄' 같은 것이었다. 이런 고문으로 조작된 죄목이 낱낱이 일반에게 공표되고 마지막으로 화형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마녀사냥이 왜 일어나고 교회와 지배계층은 이것을 왜 승인하고 묵인했을까? 그저 마녀와 마법이 두려워서는 아닐것이다. 지배계층은 모든 비극적인 상황을 마녀에게 덮어씌움으로써 자신들의 기득권이 공고해졌기 때문이다. 식량이 없어 굶기를 밥먹듯이 하는것도, 흉년이 든 것도, 전염병이 발생한 것도 모두 마녀 탓으로 사람들이 믿게하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귀족들 중에서 마녀로 지목된 사람이 일부 있긴했지만 그들은 고문을 당하지도 화형을 당하지도 않았다. 마녀로 몰리는 사람은 대부분 늙고 힘없는 노파나 과부, 가난뱅이들 중에 있었으며 사회적으로 가장 약한 계층의 여자였다.



마빈해리스가 왜 마녀사냥 이야기를 하고싶어했는지 이유가 나온 셈이다. 현재에도 비슷한 일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배계층은 민중의 불만을 다른곳으로 돌리려 애를 써왔고 그것은 사회적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터부나 문화, 사건을 일부러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민중의 분노가 전혀 엉뚱한-대체로 사회적 약자에게 쏠리도록 만듦으로써 자신들의 지배를 공고하게하려한다. 인류역사에서 무수히 많은 끔찍한 사건이 이런 식으로 저질러져왔고, 현재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사회적인 현상은 결코 그냥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사회적 약자를 제물로 삼는 경우는 틀림없이 지배권력의 불순한 의도가 숨어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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