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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DWANA Aug 03. 2019

명예살인

[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 케말



무슬림 국가 중 여성의 사회활동과 옷차림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국가가 몇몇 있긴하지만 아직 많은 무슬림 국가에서 여성의 인권은 최악의 상황이다. 런던올림픽에 배꼽이 노출되는 육상경기복을 입었던 튀니지의 여성 메달리스트는 메달로 인한 축하나 격려는 고사하고 자신의 마을에서 쫓겨날 위기에 봉착했다. 튀니지보다 훨씬 더 근본주의자들이 많은 사우디 같은 나라의 선수였다면 그 메달리스트는 더 심한 일을 당했을 수도 있다. 지금도 일부 이슬람국가에서는 명예살인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국가에서는 수수방관하는 경우가 많다.  



명예살인은 이슬람의 율법을 어긴 여성을 친족이 살해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심지어 여성이 강간을 당해서 피해자의 입장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여자는 가문의 명예를 위해 죽어야만 한다. 조선시대에 여성의 정절을 강조하며 은장도를 지니게 한 것과 같은 의미다. 이같이 남성중심의 극단적인 가부장적 사회는 체면과 가문이 중요시되고 여성은 남성의 재산목록에 있는 악세사리 정도의 취급일뿐 인간취급을 아예받지 못한다.


 

케말의 이 소설은 매우 안타깝고 끔찍한 상황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은 더욱 충격이다. 하산이 사회의 정상적인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반인륜적인 행위를 해야만하고 그 이후의 하산의 삶이 비극적인 것이 아닌 평화롭고 안온한 것이 된다는 것은 너무도 역설적이기 때문이다. 하산이 격어야했던 지옥같은 괴로움과 갈등을 아는 독자는 더욱 아음이 무거워진다.


 

레비스트로스는 인류의 주요 종교들이 나중에 생긴 것일 수록 남성 중심적이고 몰염치하다고 비판했다. 고래로 종교는 주요한 통치수단이었고 통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기득권에게 유리한 대목만을 강조하는 전통이 있다. 따라서 뒤늦게 생긴 종교일수록 그 태동단계부터 통치계급의 입맛에 맞게 디자인 된다는 것이다. 유럽과 아랍이 정복전쟁의 전성기일때 같은 뿌리에서 생겨난 두 종교는 그 대표적인 것이다. 기독교는 종교개혁을 거치면서 제정이 분리되고 본래의 강한 남성중심의 분위기가 많이 사그라들게 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으나 이슬람교는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그리고 무슬림의 개혁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종교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뜻한다. 수백년간을 누려온 지배계층들이 과연 자신의 기득권을 순순히 내려놓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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