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못하면 나중에도 못합니다.
가족여행 한 번 가요
어릴 적 제 소원은 가족여행이었습니다. 학창시절 친구들이 방학 때 어디에 다녀왔다고 자랑할 때면 전 늘 소외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대학교 입학하면 가자
중학교 시절, 고등학교 시절 부모님은 늘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전 이해했습니다. 저를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하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쉴 새 없이 일하시는 부모님께 조를 수 없었습니다.
군대 다녀오면 가자
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처음으로 맞는 여름방학이었습니다. 가족여행 가자고 졸랐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역시... 전 제 등록금 마련하느라 고생하는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전 그리고 몇달 후인 그해 11월 군입대했습니다.
취직하면 가자
제대했습니다. 이제 제 나이도 20대 중반이 됐습니다. 부모님은 제 취업이 걱정된다고 하시며 여행은 취업한 다음에 가는 게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수긍했습니다. 취업난이 심하니 놀러가자는 건 철없는 행동 같았습니다.
결혼하면 가자
취직에 성공했습니다. 이제 30대 초반이 됐습니다. 부모님께 여행을 가자고 했습니다. 며느리와 함께 첫 여행가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첫 추억을 며느리와 하고 싶다는 말씀에 가슴이 찡했습니다.
나중에 가자
결혼했습니다. 부모님은 이제는 그냥 나중에 가자고 하셨습니다. 이유는 없었습니다.
바보였구나...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바보였다는 것을요. 그냥 제가 돈을 모아서 티켓 끊고 숙박 예약했으면 됐습니다. 제가 어릴 때야 부모님이 제 뒷바라지 하느라 여행비용이 부담됐을 수도 있지만 대학들어가서는 제가 알바를 해서라도 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제게 부담주기 싫어서 하신 말씀을 전 진심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멍청하고 바보같은 참 한심한 아들입니다. 옛날에 엄마가 늘 생선 머리만 드신다고 커서도 생선 머리만 드렸다는 어리석은 아들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제가 그 꼴이었습니다.
그렇게 살아오다가 아버지는 71세가 되셨고 어머니는 65세가 되셨습니다.
늘 건강하실 것 같이 에너지가 넘치던 어머니의 머리는 서리가 내려앉았고 얼굴엔 세월의 흔적으로 가득합니다. 아버지는 지팡이가 필요한 나이가 되셨습니다.
다행히 지난해에는 아버지 칠순기념으로 부모님과 함께 북경에 다녀왔습니다. 밀어부친 결과였죠. 왜 더 일찍 밀어부치지 못했나 후회가 듭니다.
어머니의 암 소식에 참 많은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한 번 더 수술을 받으셔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제 바보같았던 처신들이 불연듯 떠오르며 자책하게 되네요...
혹시 지금 부모님과 추억이 별로 없으시다면... 부모님이 더 나이들어 거동이 힘들어 지기 전에 밀어부쳐서라도 이곳저곳 모시고 다녀오시길 권합니다.
저처럼 후회하지 않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