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소음을 만들어 피해를 줬다는 생각에 죄송한 밤
예행연습
아내는 다음 달 복직한다. 복직을 앞두고 오늘은 회사로 출근했다. 아들과 아내 출근을 배웅했다. 아내 회사 앞에서 아들은 오열했다. 아내 회사 앞 보도블록에서 아들과 난 엉덩이를 길바닥에 깔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아들의 오열은 그치지 않았다. 30분 이상을 아들과 난 그렇게 있었다.
아들이 울음을 멈췄다. 난 대화를 시도했다. 아들의 신념을 난 꺾지 못했다. 온갖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걸고 거래를 하기 시작했다. 마이츄부터 썰매 타기 등 걸 수 있는 것은 모두 걸었다. 아들과의 협상은 1시간가량 끝에 타결됐다.
장모님 맞을 준비
"여보세요. 영진아 어디야?"
"형 나 약국인데 1시간 후면 도착할 것 같아"
"응. 조심해서 와"
집 근처에 사는 영진이를 불렀다. 영진이는 디지털타임즈 IT전문 기자다. 연차는 나보다 높지만, 나이가 나보다 한참 어린 탓에 우린 서로 형, 동생 하기로 했다. 영진이와도 인연은 6년째 이어가고 있다.
영진이를 부른 이유는 TV방에 모셔놨던 소파를 버리기 위해서다. 아내가 복직하면 아들을 봐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장모님께서 흔쾌히 봐주시기로 했다.
장모님은 아들을 어린이집에 9시쯤 데려다주셨다가 오후 3시쯤에 데리고 와주시는 역할을 해주실 예정이다. 장모님의 체력 고갈과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에서 운영하는 센터에서 가사도우미를 주 1회 부르기로 했다. 청소와 빨래 등까지 하시면 힘드실 것 같아서다.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설명하는 이유는 나쁜 사위는 아니라는 해명을 하기 위해서다. 어쨌든...
장모님은 지방에서 사시고 계셔서 주 중에는 우리 집에서 함께 계셔야 한다. 그러려면 독립공간이 필요하신데, 이 공간을 치워놓는 게 오늘 나의 임무다. 영진이를 부른 것도 이 때문이다.
방 정리
영진이 덕택에 소파 처분은 금방 끝이 났다. 아들은 자신도 돕겠다며 소파를 함께(?) 들어줬다. 든든했다. 소파를내다버리고 나니 방에 뒀던 내 옷들과 잡동사니들을 정리해야 했다. 내 옷은 안방에 있는 옷장으로 다 집어넣었고, 옷걸이는 아들 방으로 이동시켰다.
거실과 싱크대 등의 청소를 하고 나니 3시간이 훌쩍 지났다. 피로가 몰려왔다. 아들은 내가 청소를 하는 동안 혼자서 책을 보거나 내가 준 과자를 먹었다. 혼자서 심심해서 투정부릴 만도 한데 기특할 정도로 혼자서 잘 놀아줬다.
점심도 거르고 청소를 마치니 아들의 낮잠 시간이 훌쩍 지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들, 배 안 고파?"
"배고파요"
"뭐 해줄까?"
"계란찜"
"응 기다려"
계란찜을 속성으로 해주고 나니 아들이 눈을 비빈다. 나 역시 피로가 몰려왔기에 들어가서 낮잠을 청하자고 아들을 유혹했다. 아들은 아빠가 제대로 안 놀아주니 잠이나 자야겠다고 생각한 듯 방으로 들어갔다.
난 아들과 누웠다...
띠리리릭 띠리리릭
전화기 소리에 잠을 깼다. 시계를 보니 30분 정도 잤다. 잠깐 눈을 감은 것 같았는데 곯아떨어진 것이었다. 아들은 옆에서 자고 있다.
"나 이제 끝나가는데"
아내의 전화였다. 6시쯤 끝난다고 했다.
"아이가 낮잠을 잔 지 30분밖에 안돼서... 혹시 깨어나면 다시 전화할게"
아내가 퇴근하려면 아직 1시간이나 남았다. 난 일단 일어나서 정리하던 걸 마무리했다. 5시 20분쯤이 되자 아들이 눈을 떴다.
"아들, 엄마 마중 나갈까?"
"네"
잠도 덜 깬 상태였지만, 엄마 이야기만 나오면 눈이 반짝인다.
아들 보고 싶었어
아들과 아내는 드디어 상봉했다. 장장 8시간 만이다. 아내는 내게 보고 싶었단 말은 한마디도 없다. 그저 아들에게 뽀뽀 세례를 퍼부을 뿐이다. 질투가 났지만 그러기엔 오늘 하루가 너무 피곤했다.
아내도 일하면서 식사를 제대로 못 했단다. 아침에 도시락으로 어젯밤에 마트에서 사온 양념순살치킨을 싸줬는데 그거 먹은 게 전부라고 했다. 빨리 끝내려고 밥도 대충 먹으면서 일했단다.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마트 푸드코트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 방에 옷걸이 등이 새로 들어갔는데 아내의 제안이 공간 활용에 더 나은 아이디어 같아서 공간 배치를 다시 했다.
쿵쿵쿵쿵쿵쿵!!!!!!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경고 소리다. 우리가 층간 소음을 내고 있다는 경고다. 이번에는 밑에 층의 여성분의 노기가 서린 날카로운 소리까지 들렸다.
죄송한 마음에 시계를 봤다.
'벌써 9시가 넘었구나...'
"우리 내일 해야겠다. 너무 늦었네"
아내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방 배치는 중요한 게 아니니...
아들 방 문을 닫고 나와 씻기 위해 세면대 물을 받았다. 문득 옛 어린 시절 생각이 났다.
어릴 적 우리집
어릴 적 내가 살던 집은 단독주택이었다. 오래된 집이기도 했다. 비가 새기도 했고, 바퀴벌레가 있기도 했다. 엄마는 늘 쥐약과 바퀴벌레약을 열심히 치셨다.
밤이 되면 가끔 천장에서 '우두두두두두'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커다란 쥐가 기분이 좋은 일이 있는지 천장에서 뛰어다니는 소리였다.
그때면 난 쥐에게 경고하듯 파리채로 천장을 두드리곤 했다. 있는 힘껏. 그때의 추억이 떠올랐다.
'어쩌면 아래층에 사는 분들에게 난 내 어릴 적 느꼈던 쥐 같은 존재겠구나'란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