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전용 으로 선택한
루이스 까냐스 블랑코
오늘 저녁에는 와인 딱 두병으로 한정했다. 내 기억이 현세를 넘어 사라져 버리지 못하도록 말이다. 상대는 9년 지기 후배들. 와인에 호감이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고 마음껏 그동안 공부했던 와인 주접(?)을 떨며 분위기를 주도하려 애썼다.
요즘 샤도네이의 매력에 푹 빠져 '화이트'와인에 빠져 살고 있다. 이 때문에 저녁 자리에 가면 되도록이면 화이트 와인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단 같이 저녁을 하는 분들이 동의한다는 조건 하에서다.
다행히 오늘 함께 한 분들은 모두 나의 와인 선택에 관심을 보였다. 더 긴장되는 순간이다. 신중하게 와인 리스트를 훑었다. 차근차근. 내겐 쓸 수 있는 총알이 많지 않기에 가성비 좋은 와인으로 골라야 한다. 첫 선택이 실패하면 나의 와인 인생도 끝이다.
샤도네이가 아닌
비우라(Viura)와 말바시아(Malvasia)
화이트 와인 하면 흔히 접할 수 있는 포도 품종은 '샤도네이'(샤르도네)다. 나 역시 샤도네이에 푹 빠져 있었다. 하지만 이날 찾아간 곳에서 뜻밖에 와인이 눈에 띄었다. 바로 스페인 리오하 지역 이름이 적힌 화이트 와인이었다.
뒷면 라벨을 보니 포도 품종이 비우라(Viura)와 말바시아(Malvasia)로 적혀있었다. 새로운 품종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스페인 와인은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다는 밑도 끝도 없는 강한 믿음이 있기에 이번엔 후배님들 앞에서 과감한 모험을 하기로 했다.
'루이스 까냐스'는 내게 충분히 신선했으며 이전에 마셨던 그 어떤 화이트 와인에 뒤지지 않는 향과 맛을 내게 선사해주었다. 이날 모험은 충분히 성공적이었기에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와인 라벨에 해답이 있다
스페인어를 잘 모르지만, 구글 번역기의 도움을 얻어 해석해봤다. 그리고 이를 단서로 좀 더 상세히 스페인 와인의 특성을 설명하면 이렇다.
Bodegas LUIS CAÑAS
→ 와이너리 '루이스 까냐스'
BLANCO
→ 화이트 와인
FERMENTADO EN BARRICA
→ 병입 후 숙성
Viura, Malvasia
→ 포도 품종 비우라, 말바시아
Edad media del viñedo 50 años.
→ 평균 50년 된 포도
Fermentado en barricas nuevas, 75% roble francés, 25% americano, durante 4 meses (con lías).
→ 병입 후 오크통에서 뉘어서 4개월 동안 숙성시켰다(프랑스 오크통에서 75%, 미국 오크통에서 25%)
Producción limitada 100.000 botellas
→ 10만 병 한정 생산
Temperatura de servicio 6℃
→ 서비스 온도는 6℃
루이스 까냐스
● 와이너리 '루이스 까냐스'
'Good wine is obtained only from the best grapes'.
(좋은 와인은 좋은 포도로부터 만들어진다)
2세기에 걸쳐 포도재배와 와인 양조에 몸 담아온 보데가 루이스 까냐스는 리오하(Rioja)에서도 손꼽히는 산지인 알라베사(Alavesa)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총 350헥타의 포도밭은 비옥한 백악질의 점토를 바탕으로 경사진 비탈면에 테라스의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이상적인 미기후가 더해져 포도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현재 '후안 루이스 까냐스'가 소유주이자 경영자이며 그는 스페인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완벽주의자인 양조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루이스 까냐스는 매일매일 이러한 신념과 열정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수확량을 줄여 좋은 품질의 포도를 재배하며 수확된 포도는 와이너리로 옮겨지자마자 선별되어 바로 중량에 따라 알알이 구분된다. 그리고 8일 동안 발효와 침용을 거쳐 복잡 미묘하고 탄닌이 풍부하며 긴 잠재력을 가진 와인으로 탄생된다. 그 결과 전형적인 리오하 와인의 본질을 보여주는 '리오하 와인의 자화상'이라 불리고 있다.
스페인 와인 라벨 상식
스페인 라벨에 대한 기초 지식을 먼저 설명하려고 한다.
스페인에서는 '보데가(Bodega)' 혹은 '보데가스(Bodegas)'는 와이너리를 지칭하는 용어다. 즉, '보데가 루이스 까냐스'라고 한다면 '와이너리 루이스 까냐스'로 해석하면 된다.
이와 함께 프랑스 와인 라벨에서 볼 수 있는 '샤또'나 '도멘'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까스띠요(Castillo)’이며, 포도밭(Vineyars)을 뜻하는 단어는 ‘Viña(비냐)’다.
• Tinto(틴토) : 레드 와인(Vino Tinto)
• Blanco(블랑코) : 화이트 와인(Vino Blanco)
• Rosado(로사도) : 로제 와인(Vino Rosado)
스페인 와인의 역사
스페인은 현재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3위의 와인 생산국으로 유럽에서 가장 넓은 포도밭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다만, 스페인은 날씨가 건조하고 관개시설이 빈약하여 생산성이 좋지 않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그렇다 하더라도 스페인은 고대 로마의 주요 와인 공급처였을 만큼 양조 역사가 깊다고 한다. 포도재배와 와인 양조 역사만 보면 프랑스에 못지않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스페인은 이슬람교 무어인들의 지배를 받는 동안 금주령으로 인해 사실상 이 기간 스페인의 와인 양조는 정체기에 들어가게 된다. 이슬람교가 스페인을 지배한 것은 8세기부터 약 800년 가까이라고 한다. 포도는 재배했으나 와인 생산과 소비는 강제로 금지를 당하게 됐으니...
그러다 다시 스페인의 와인 양조가 활성화된 계기는 15세기 중반 가톨릭 왕국이 스페인을 재통일하면서다. 19세기에 이르러서야 와인산업이 체계화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19세기에 프랑스 와인 장인들이 스페인으로 넘어오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름하여 19세기 말 유럽 전역을 휩쓴 '필록세라' 사건이다. 필록세라는 포도 뿌리를 병들게 한다고 하여 포도뿌리혹벌레라 불리는 놈이다. 이 시기 날씨와 병충해에 민감한 말벡 품종의 경우 프랑스에서 75%가 썩거나, 말라죽었다고 전해질 정도였다.
물론 이 시기 스페인 또한 병충해를 피해를 보긴 했지만, 필록세라에 대한 내성 있는 아메리카 포도나무 뿌리 접목과 같은 해결책을 발견하고 와인 산업은 급격한 성장을 이뤄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20세기 중반에 또 하나의 고비를 맞이하게 된다. 바로 독재정권 프란시스 프랑코의 대량생산 정책에 따른 것이었다. 이로 인해 스페인의 와인 생산기술은 프랑스, 이탈리아 등과 격차가 발생하게 됐다.
프랑코 독재정권 이후 스페인 와인은 현재까지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현재의 명성을 되찾았다.
특히, 1950년 후반부터 스페인은 대표 와인 산지로 꼽히는 리오하(Rioja)를 중심으로 품질 향상을 위해 힘썼고, 1970년에는 스페인 정부 주도의 원산지호칭법(Denominacion de Origen; DO)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1986년에는 EU에 가입했는데, 이후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통 등의 현대적 설비와 기술을 도입하면서 양적, 질적 측면에서 급격한 도약을 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리오하(Rioja )
리오하(Rioja)는 스페인 와인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다. 프랑스 와인 하면 보르도를 떠올리듯, 스페인 와인 하면 리오하를 먼저 떠올린다고 한다.
리오하는 스페인 북부 지방의 프랑스 국경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마드리드와 모로코에서 3시간, 바르셀로나에서 4시간 등 주요 도시와 가깝게 위치해 있다. 프랑스 보르도와도 차로 4시간(약 322km) 거리에 있어 양조 방식과 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리오하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약 3분의 2 이상이 레드 와인으로, 주로 사용되는 포도는 스페인의 토착 품종인 템프라니요와 가르나차다. 고급 와인에는 주로 템프라니요를 사용하며 가르나챠나 그라시아노를 함께 블랜딩 한다. 템프라니요는 구조감이 조밀하고 장기 숙성에 적합하다.
스페인 정부는 1970년에 원산지 통제 명칭 법(D.O)을 제정하고, 리오하에 Denominacion de Origen Calificada(D.O.C)를 도입해 이 지역의 와인을 특별 관리하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처럼 생산지역에서부터 품종, 토양, 양조, 숙성방법, 알코올 도수 등의 세분화된 규정을 만들어 스페인 와인의 품질 유지와 향상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여담으로, 19세기 말 유럽 전역에 퍼져 포도 뿌리를 병들게 한 포도뿌리혹벌레, 필록세라 사건으로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넘어온 양조 장인들이 정착한 동네가 리오하라고 한다.
등급은 Rioja DOCa
프랑스에 AOC가 있고 이탈리아에는 DOC가 있듯이 스페인에는 D.O(Denominacion de Origen)가 있다.
이들은 모두 와인의 품질 유지와 향상을 위해 법으로 제정한 '원산지통제명칭'이다.
리오하 와인의 경우에는 꼰세호 레굴라도르 DOCa 리오하(Consejo Regulador DOCa Rioja)라고 불리는 와인 컨트롤 보드를 가지고 있는데 아래 4가지로 분류된다. 이는 생산자의 품질을 검사하여 일관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파란색이 가장 상위 등급이며 그다음이 보라색, 빨간색, 녹색 순이다.
출처 : https://winefolly.com/review/rioja-wine-from-crianza-to-gran-reserva/ 좀 더 상세히 살펴보면
리오하(Rioja)
리오하(Rioja)는 문자 그대로 숙성이 안 된 어린 와인, 즉 '젊은 와인'을 의미한다. 수확한 다음 해에 바로 병입한 와인으로 오크통 숙성이 의무사항은 아니다. 과거에는 "비노 호벤(vin joven)"이라고 불리곤 했단다.
크리안자(Crianza)
크리안자라는 말의 뜻은 스페인어로 '양육', 또는 '훈육'이다. 스페인산 와인에 크리안자라는 이름이 붙었다면, 오크통에서 1 년, 병에서 1년 숙성시켰다는 뜻이다. 크리안자 수준의 와인은 중고 오크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숙성되어 있어 오크 향이 강하지 않다.
레세르바(Reserva)
오크통에서 1년, 병에서 2년 총 3년간의 숙성기간을 거친 후 출시된 와인이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 6개월은 반드시 오크통에서 숙성해야 하며, 최소 숙성 기간은 2 년이다.
그란 레세르바(Grand Reserva)
오크통에서 2년 이상, 병에서 3년 이상, 총 5년 이상의 숙성을 거친 후에 출시된 와인이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
1년은 반드시 오크통에서 숙성시켜야 하며, 최소 숙성 기간은 4 년이다. 최근 출시한 그란 레세르바 와인은 대부분 10년 이상 숙성됐다고 한다. 그란 레세르바 리오하(Gran Reserva Rioja)는 최대 30년간은 저장해 두고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스페인에서는 와인 관련 법률이 개정을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산지들이 공식적인 등급을 얻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다른 와인 생산국들과 같이 등급이 점차 세분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 리오하 등급 라벨에 대한 공식 설명
스페인 와인 등급
스페인도 프랑스의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와 같은 '원산지통제명칭' DO(Denominación de Origen)/DOP(Denominación de Origen Protegida)를 가지고 있다. 와인의 품질 유지와 향상을 위해 법으로 제정한 것이다.
스페인은 현재 79개의 DOP와 2개의 DOC, 15 개의 비노 데 파고(Vino de Pagos)[VT] 및 46개의 비노 데 라 티에로(Vino de la Tierra)[VdlT / IGP]를 보유하고 있다.
▼ 스페인 DO/DOP에 대한 상세 설명은 아래 참조
▼ 다양한 나라의 원산지통제명칭에 대한 설명은 아래 참조
스페인 포도 품종
스페인에는 600종이 넘는 포도 품종이 있다.
일반적으로 스페인의 토착 레드 품종들로는 Tempranillo(템프라니요), Garnacha(가르나차), Mazuelo(마주엘로), Monastrell(모나스트렐), Graciano(그라시아노), Mencia(멘시아), Bobal(보발) 등이 있고, 스페인에서 재배되는 글로벌 품종은 Cabernet Sauvignon(까베르네 쇼비뇽), Merlot(메를로), Syrah(쉬라) 등이다.
스페인의 화이트 품종으로는 토착품종인 Viura(비우라)와 , Albariño(알바리뇨) , Verdejo(베르데호), Macabeo(마카베오), Airén(아이렌) , Parellada(파렐라다), Palomino(팔로미노) 등을 비롯해, 글로벌 화이트 품종인 Chardonnay(샤르도네), Sauvignon Blanc(쏘비뇽 블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