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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Apr 13. 2019

#57. 'V.V'란 글자에 이끌려

메종 로쉬 드 벨렌 부르고뉴 피노누아 비에이 비뉴 2015

오랜만에 와인

오랜만에 와인을 먹으러 왔다. 참 오랜만이다. 요새 쏟아붓듯 마셔댄 술을 몸이 이겨내지 못해 잠시 술을 피하려 애썼다. 내 의지와는 달리 술에 몸이 젖어 기억이 안드로메다 너머로 날아가는 일이 잦아져서이기도 하다.


오늘은 친한 선후배님들과 한잔하기 위해 와인을 마시러 왔다. 오붓한 자리이고 화기애애하다. 이럴 때일수록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더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정신을 가다듬고 와인 리스트를 펼쳤다. 그러다 발견한 문구 바로 'V.V'. 이 두 글자에 난 강렬한 호기심과 목마름을 느끼게 되었다. 도대체 어떤 맛을 내게 안겨줄까. 게다가 '피노누아'라니!!!

시음 후기

무언가 깊은 향과 맛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그냥 평이했다. 복잡하지는 않았다. 약간의 산도감과 적당한 가벼움, 부드러운 목 넘김이 느껴졌다. 금빛 물결을 기대했으나 맑은 루비빛이었다.


레스토랑에서 6만 6천 원, 와인샵에서 4만 9000원이란 가격으로 이런 피노누아를 즐길  있다는 것에 대해 합리적이라고 말하고 . 즐거운 저녁 식사 자리가 되었음에 감사하다.

'V.V(비에이 비뉴)'

그렇게 선택한 것이 바로 '메종 로쉬 드 벨렌 부르고뉴 피노누아 비에이 비뉴(Maison Roche de Bellene Pinot Noir Vieilles Vignes)'다.


Vieilles Vignes(Old Vines)는 오래된 포도나무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든 와인이다. 요즘 나오는 V.V 와인은 통상 30~80년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생산자에 따라서는 80년 이상된 고목에서  포도로 만들어 V.V를 붙이기도 한다. 


수입사 까브드뱅에서는 메종 로쉬 드 벨렌의 생산자인 '니꼴라 포텔(Nicolas Potel)'포도나무가 50년이 넘지 않으면 V.V를 표기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메종(MASION)

오랜만에 발견한 메종. 라벨에 큼직하게 적혀있다. '메종 로쉬 드 벨렌'. 이건 로쉬 드 벨렌이란 와인 중개인 또는 도매상이 만든 와인이라는 뜻이다. 즉, 여기서 메종(MASION)은 네고시앙(Négociant)이 운영하는 와이너리를 말한다.


프랑스어 네고시앙(négociant)은 와인 중개인 또는 도매상이라는 뜻이다. 네고시앙은 포도, 와인, 머스트(발효 전 또는 발효 중의 포도액)를 사들여서 최종 제품에 자체 라벨을 붙인다. 과거 와인을 중개하던 개념에서 최근에는 네고시앙들도 고급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한다. 요즘 일류 네고시앙은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고 있으며 와인 제조와 포도 재배에까지 관여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부르고뉴에는 영세한 소규모 생산자들이 많아 독자적인 양조시설을 갖추지 못한 곳도 있었고, 자연스럽게 네고시앙(Négociant)들은 중간 유통 역할만을 맡는 것이 아니고, 잘게 쪼개진 포도밭들에서 포도를 사들여 직접 와인을 양조해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중 자체 포도밭을 소유하면서 포도재배, 양조, 블렌딩, 병입, 판매까지 하는 대규모 네고시앙을 ‘메종(Maison)’이라고 불렀고, 현대에 들어와서는 이런 형태가 점점 늘었다고 한다. 실제로 부르고뉴 전체 와인 생산량의 80%가량을 이런저런 형태의 네고시앙 회사들이 맡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프랑스 와인을 공부할 때 가장 먼저 습득하는 것이 바로 '샤또(보르도)'와 '도멘(부르고뉴)'이다. 이 두 단어는 자기 포도밭에서 직접 와인을 만들어 병입하고 자기 브랜드로 유통시키는 소규모 전문 생산자들이다. 이들이 만드는 와인은 고급 와인들이기도 하다.


와인을 이야기할 때 와인의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떼루아르(Terroir)를 꼽는다. 떼루아르는 포도밭의 토양, 위치, 지형적 조건, 기후 등을 말한다. 그래서 자기 포도밭에서 직접 와인을 만들어 병입 하는 샤또, 도멘으로 불리는 라벨의 와인은 맛의 집중도가 높고 토양 고유의 맛이 잘 배어 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네고시앙(Négociant)이나 조합에서 만든 와인은 각각의 양조방식에 따라 품질과 개성이 다르게 표현되는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메종 로쉬 드 벨렌
(Maison Roche de Bellene)

메종 로쉬  벨렌에 대해서는 수입사의 전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득이하게 수입사의 설명을 붙여 넣는다.

니꼴라 포텔(Nicolas Potel)은 정통성을 지키면서도 다른 스타일의 와인을 탄생시키며 예술가적인 측면을 유지한 브랜드다. 그는 신선하면서도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기 위하여 친환경적인 농법, 특히 바이오 다이내믹에 대한 열정으로 재배하고 있으며, 화학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포도밭 일구기 전 과정도 수 작업으로 진행한다.

'꼬뜨 드 본'과 '꼬뜨 드 뉘'에서 가장 좋은 떼루아를 엄선하여 50년 이상 된 포도만을 사용하며, 각각의 포도밭에서 수확된 포도를 나누어 양조 숙성된 것을 블렌딩 한다. 병입 이후에는 어린 상태부터 장기 보관의 성숙 단계에 이르기까지 어떤 단계에 마셔도 즐거운 와인을 추구한다.
황금의 언덕 '꼬뜨 도르'
그 안에 자리하고 있는
'꼬뜨 드 본' & '꼬뜨 드 뉘'
※출처 : (좌측)https://shop.winefolly.com/products/burgundy-wine-region-map-poster, (우측)와인나라

부르고뉴 와인은 북쪽에서부터 샤블리(Chablis)와 오세르(Auxerre)가 포함된 이욘(Yonne), 꼬뜨 드 뉘(Côte de Nuits), 꼬뜨 드 본(Côte de Beaune)이 있는 꼬뜨 도르(Côte d’Or), 꼬뜨 샬로네즈(Côte Châlonnaise), 마꼬네(Mâconnais) 이렇게 크게 5개 지역으로 이뤄. 


여기서 이번에 주의 깊게 살펴볼 지역은 바로 '꼬뜨 드 뉘'와 '꼬뜨 드 본' 지역이다. 이 두 지역이 있는 곳을 꼬뜨 도르(Côte d’Or)라고 부르는데, 꼬뜨 도르는 영어로 'Golden Slope', 우리말로  '황금의 언덕'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가을 포도밭의 풍경이 황금 언덕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이런 명칭이 붙여졌다고 한다. 아래 지도에서 보듯이 언덕길을 따라 포도밭이 길게 뻗어 있다.

https://shop.winefolly.com/products/burgundy-wine-region-map-poster

, 꼬뜨 도르의 북쪽을 구성하는 '꼬드 드 뉘(Côte de Nuits)'는 ‘부르고뉴의 샹젤리제’로 불리는 세계적인 피노 누아 와인의 산지로 분류된다. 보르도 지방 메독과 함께 세계 레드 와인의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다. 부르고뉴의 그랑 크뤼급 지역이 이 곳에 몰려 있. 

 

< 다음은 꼬드 드 뉘 Grands Crus(특등급)>

* 쥬브레 샹베르땡(Geverey-Chambertin)

: 샹베르땡(Chambertin), 샹베르땡 끌로 드 베즈(Chambertin Clos de Bèze), 샤름 샹베르땡(Charmes-Chambertin), 마주아예르 샹베르땡(Mazoyères-Chambertin), 샤펠 샹베르땡(Chapelle-Chambertin), 그리오뜨 샹베르땡(Griotte-Chambertin), 라트르시에르 샹베르땡(Latricieres-Chambertin), 마지 샹베르땡(Mazis-Chambertin), 루쇼뜨 샹베르땡(Ruchottes-Chambertin)


*모레 생드니(Morey-St-Denis)

: 끌로 드 타르(Clos de Tart), 끌로 쌩 드니(Clos St-Denis), 끌로 드 라 로쉬(Clos de la Roche), 본 마르(Bonnes Mares), 끌로 데 람브레(Clos des Lambrays)


*샹볼 뮈지니(Chambolle-Musigny)

: 뮈지니(Musigny), 본 마르(Bonne Mares)


* 부조(Vougeot)

- 끌로 드 부조(Clos de Vougeot)


* 플라제 에셰조(Flagey-Echézeaux)

- 그랑 제셰조(Grands-Echézeaux), 에셰조(Echézeaux)


* 본 로마네(Vosne-Romanée)

: 로마네 꽁띠(Romanée-Conti), 라 로마네(La Romanée), 로마네 쌩 비방(Romanée-St-Vivant), 라 타슈(La Tâche), 리쉬부르(Richebourg), 라 그랑드 뤼(La Grande-Rue, 그랑 제셰조(Grands-Echézeaux)

에셰조(Echézeaux)


부르고뉴 수도인 '꼬뜨 드 본(Cote de Beaune)'은 와인 산지로, '꼬뜨 드 본'이라는 명칭은 라도와 세르니에(Ladoix-Serrigny)에서 마란주 언덕의 경사진 곳까지 이르는 꼬뜨 도르 남부의 넓은 포도밭을 이르는 말로 사용된다. 포도밭 면적은 6000ha에 이르며, 토양은 백악이 포함된 자갈 점토, 산화철이 풍부한 적색토, 백악과 합쳐진 이회토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 다음은 꼬뜨 드 본 Grands Crus(특등급)>

* 라도와 세르니에(Ladoix-Serrigny)

- 꼬르똥(Corton), 꼬르똥 샤를르마뉴(Corton-Charlemagne)


* 알록스 꼬르똥(Aloxe-Corton)

- 꼬르똥(Corton), 꼬르똥 샤를르마뉴(Corton-Charlemagne)


* 뻬르나르 베르줄레스(Pernard-Vergelesse)

- 꼬르똥 샤를르마뉴(Corton-Charlemagne)


* 뿔리니 몽라셰(Puligny-Montrachet)

- 몽라셰(Montrachet), 슈발리에 몽라셰(Chevalier-Montrachet), 바따르 몽라셰(Bâtard-Montrachet), 비앵브뉘 바따르 몽라셰(Bienvenue-Bâtard-Montrachet)


* 샤싸뉴 몽라셰(Chassagne-Montrachet)

- 몽라셰(Montrachet), 바따르 몽라셰(Bâtard-Montrachet), 크리오 바따르 몽라셰(Criots-Bâtard-Montrachet)

피노누아

“신은 카베르네 쇼비뇽(이하 카쇼)을 만들었고, 악마는 피노누아(Pinot Noir)를 만들었다.”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 격언처럼 전해지는 말이다. 피노누아(포도 품종) 와인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고, 와인에 관심을 가지면 궁극적으로 피노누아에 빠지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피노누아는 카베르네 쇼비뇽에 비해 껍질이 얇고 포도알이 촘촘한데, 기후와 환경에 민감해 재배가 어렵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에서 재배되는 대표적인 품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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