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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May 09. 2019

#60. 잔 속 가득 담긴 과실향

나바로 꼬레아스 레세르바 말벡 2015

잘 익은 달콤한 과실

향이 깊다. 달콤한 향. 흔들수록 피어나는 달콤한 잘 익은 과실향.


짙은 루비색. 말벡의 특유한 어두운 자줏빛이 감돈다. 잔을 타고 흐르는 와인의 맑은 눈물이 매력적이다.


조심스럽게 한 모금

입안으로 흘러들어온 와인을 혀 위에 올려놓는다. 입을 굳게 다물고 와인이 퍼져나가는 것을 막아본다. 신선한 과일의 맛이 폭발할 것 같다.

 

입안에 굴려본다. 과일의 신선함에서 느낄 수 있는 시큼함이 느껴진다. 뒤끝이 있는 놈이다. 입안으로 넘길 때 톡 쏘는 알코올 맛이 있다.

시간이 흐른 뒤 그리움

1시간 정도가 지나니 쓴맛이 진해졌다. 후추 맛. 말벡이 지난 특유의 신맛과 쓴맛. 초반에 느꼈던 달콤함이 그리워진다.

라벨에 드러난 자신감

12개월 오크통에 숙성한 레세르바 와인. 

좀 더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뒷 라벨을 살펴보니 역시. 완벽한 균형감을 만들어 내기 위해 50%는 프랑스 오크통에서 50%는 미국 오크통에서 숙성을 시켰다고 명시돼 있다.


18도에서 마시면 좋은 온도이고 에이징 포텐셜(시간이 지날수록 맛과 향이 더 훌륭해질 가능성)은 6년이라고 적혀있다. 즉 이 와인을 제대로 느껴보고자 한다면 빈티지가 6년 된 와인을 마시라고 조언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 2019년이니 2013년 빈티지를 마신다면 이 와인이 가진 잠재력이 훌륭하게 발현된 최고의 맛과 향을 맛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노란색으로 '셀렉시온 드 파르셀라스(Seleccion de Parcelas)'라 표기되어 있는데, 아주 후려쳐서 말하면 하나의 표식으로 생각하면 된다. 나바로 꼬레아스에서 만들어내는 각기 다른 개성을 보여주는 와인들에 대한 하나의 표시라고 할까. 포도는 천지인, 즉 만드는 사람도 중요하고 그 해의 날씨도  중요하지만, 포도가 자라는 토양도 중요해서다. 생산자는 동일하고 멘도사라는 지역도 동일하지만 포도 열매를 맺게 한 토양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그 토양에 따른 와인의 개성을 하나의 표시로 적어놓은 것으로 해석하면 무방할 것 같다.

생산지
멘도사(Mendoza)

아르헨티나의 멘도사의 위치가 궁금해졌다. 내가 아는 도시는 탱고의 고장 부에노스 아이레스 뿐이라서다. 지도를 찾아보니 산라파엘 위쪽에 위치해 있다. 좌측으로는 칠레의 수도인 산티아고가 보인다.

무지함을 조금이나마 떨어 버리고자 멘도사란 도시에 대해 구글에 링크가 되어 있는 위키피디아를 살펴봤다.

멘도사는 11만 명 이상이 사는 곳으로 아르헨티나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다. 아르헨티나와 칠레를 잇는 도로 상에 위치하고 있고, 서반구에서 가장 높은 아콩카구아 산을 오르려는 사람들이 거쳐간다. 포도주와 올리브기름 산지로 유명하다.


포도주와 올리브기름 산지라는 말에 기후가 궁금해졌다.

멘도사의 날씨는 습한 여름과 겨울에는 건조한 기후가 특징이다. 1월 평균 기온은 낮 동안 32°C이며, 밤에는 18.4°C다. 겨울인 7월에는 밤낮으로 각각 14.7°C에서 2.4°C에 이른다. 연간 강수량이 223.2mm에도 불구하고 관개 시설로 인해 농업이 발달하였다.
생산자
나바로 꼬레아스
(Navarro Correas)

지역을 살펴보고 나니 생산자가 궁금해졌다. '나바로 꼬레아스'의 국내 수입사인 하이트진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나바로 꼬레아스’는 아르헨티나 와인 수출량의 1/4을 차지하는 국가대표 와인기업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말벡(Malbec) 품종 와인을 수출하는 페냐플로 그룹사(Grupo Penaflor)의 전략적 브랜드다.

1798년 안데스 산맥에 첫 번째 와이너리를 설립한 이래로 200여 년을 이어오고 있는 나바로 꼬레아스는 1974년부터 가족 이름을 내 건 '나바로 꼬레아스(Navarro Correas)' 와인을 만들었다.

아르헨티나 프리미엄 와인 생산자로 세계적 주류 품평회인 IWSC에서 ‘2015 올해의 아르헨티나 대표 와인 생산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나바로 꼬레아스의 아이콘 와인인 ‘나바로 꼬레아스 스트럭튜라 레어배럴스’는 말벡을 주 품종으로 4개의 레드 품종만 선별해 블랜딩 한 제품으로 최상급 빈티지만으로 만들어진다. 세계적 와인 평론가인 로버트 파커는 2015년 빈티지에 92점을 준바 있으며 와인 스펙테이터에서는 2009년 빈티지에 92점을 부여한 바 있다.

2010년 빈티지에 로버트 파커가 91점, 2012년 빈티지에 제임스 서클링과 팀 애킨이 각각 92점, 93점 등 유명 평론가들에게 최상급으로 평가받은 ‘나바로 꼬레아스 알레고리아 그란 레세르바 말벡’과 2009년 빈티지에 로버트 파커 87점, 2013년 빈티지에 제임스 서클링과, 팀 애킨이 91점을 부여한 ‘나바로 꼬레아스 알레고리아 그란 레세르바 샤르도네’ 제품은 와이너리 내 최상급 산지에서만 생산하고 있는 라인이다.

이외에도 2012년 빈티지에 팀 애킨이 92점, 로버트 파커가 87점을 부여한 ‘나바로 꼬레아스 레세르바 말벡’ 등 가격 대비 품질이 높은 밸류 와인들로 이루어졌다
나바로 꼬레아스 와인 등급

그랑 리제르바(Gran Reserva)

제한된 생산지역에서 나온 포도로 만들어진다.


꼴레시옹 프리바다(Coleccion Privada)

꼴레시옹 프리바다(Coleccion Privada)는 매 수확기에 멘도사 최상의 와인 지역에서 생산된 최고의 포도를 이용한다.


로스 아볼레스(Los Arboles)

로스 아볼레스(Los Arboles) 까베르네 소비뇽, 말벡, 샤르도네, 슈냉 블랑 와인은 우꼬 밸리(Uco Valley), 바랑카스 벤치(Barrancas Bench)와 멘도사의 동쪽 지역과 같이 독특한 지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진다. 오크와 탄닌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풍부한 과일향과 맛을 구현해냈다. 쉽게 즐길 수 있는 와인으로 평가된다.

말벡 100%

말벡의 가장 큰 특징, 껍질이 두꺼워 타닌 성분을 많이 가지고 있다. 말벡 와인은 보르도 지역에서 생산된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메를로 와인에 비해 힘이 세고, 컬러도 진하다. 구조감도 단단해 다른 품종의 맛을 중화시키는 보조 역할로도 애용된다.


다만 프랑스 말벡을 대표하는 산지인 남부에 롯(Lot)강을 끼고 있는 까오르(Cahors) 원산지 통제명칭(AOC)을 표기하려면, 법적으로 말벡을 최소 70% 이상 사용해야 가능하다.

말벡의 숨겨진 이야기

말벡의 원산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다. 말벡을 원래 프랑스 서남부 까오르(Cahors) 지방에서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있고, 소수의견으로 유럽 발칸반도 북서부, 슬로베아가 원산지라는 설도 있다.


말벡은 프랑스 보르도에서는 (Côt)로, 남서부 지역에서는 오세루아(Auxxerois)로 부르기도 한다.


말벡은 프랑스 남서부 지역이 원산지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통용된다. 두꺼운 껍질을 가진 말벡 포도는 랑그독-루씨옹(Languedoc-Roussillon)지역의 몽펠리에(Montpellier) 도시와 남서부 지역의 가이약(Gaillac) 도시에서 나온 2개의 포도 품종이 자연적으로 교배되어 나온 품종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프랑스의 말벡 (Malbec)은 보르도 (Bourdeaux)로 부드럽게 흐르는 강에 주변에 있는 작은 마을 까오르(Cahors)에서 발견된다.


말벡 포도는 날씨와 해충의 영향을 많이 받아 프랑스에서는 최고의 품종으로 불릴 수 없었다.


하지만 1853 아르헨티나에서 와인산업 활성화를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프랑스 보르도 지방이 원산지인 말벡 품종 포도나무를 도입하게 되고 말벡은 포도 품종으로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된다.


프랑스에서는 비중 낮은 조연이었던 말벡이 아르헨티나에서는 톱스타로 등극하게 된 것이다. '아르헨티나=말벡'이란 공식이 성립될 정도로 말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런 기세를 몰아 말벡 품종이 아르헨티나에 처음 도입되었던 날인 4월 17일을 '말벡 월드 데(Malbec World Day)'로 지정했다고 한다. 정부가 나서 아르헨티나 말벡 와인이 세계적인 와인이 되도록 적극 후원하고 있는 것이다.


▼ 아르헨티나 말벡에 대한 상세 정보는 아래 참조

▼ 상세한 몽펠리에와 갸이약에 대한 정보는 아래 참조

말벡의 흥망성쇠

1500년대 말벡은 프랑스에서 그야말로 왕족과 귀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프랑스 르네상스를 이끈 프랑수아(Francios) 1세를 포함한 프랑스의 왕족과 귀족들이 살던 시대에 말이다.

프랑수아 1세는 1494년부터 1547년까지 살았고, 프랑수아 2세는 1544년에 태어나 1560년에 생을 마감했다. 프랑스 말벡을 대표하는 산지는 남부에 롯(Lot)강을 끼고 있는 까오르(Cahors) 중심에 있는 라그레제트 성에서 1503년부터 말벡 와인을 생산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하니, 시기적으로 맞물린다. 샤또 라그레제트는 ‘까오르의 보석’으로 불린다고 한다.


이처럼 관심이 집중되다 보면 시기와 질투가 있게 마련. 왕족과 귀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말벡은 보르도 지역 와이너리들의 견제와 유럽에서 발생한 전쟁들, 그리고 19세기 말 유럽 전역을 휩쓴 ‘필록세라(포도 뿌리를 병들게 하여 포도뿌리혹벌레라 불린다)’ 피해, 1956년대 이상 기온에 따른 '된서리' 등의 피해를 맞닥뜨리면서 프랑스에서는 거의 멸종될 지경에 이르렀다.


이상 기후로 변덕이 심해지니 말벡이 가진 포도 품종의 특성, 즉 늦게 익는다는 것은 생산자에게 위험요소로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 자칫 수확기에 비나 우박 등이 내리게 되면 피해가 막심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안전한 방법은 수확기가 빠른 포도 품종을 선택하는 길이었을 것이다.


당시 포도나무 75%가 썩거나, 말라죽었다고 전해진다. 일조량 부족과 질병을 견디지 못한 말벡은 결국 프랑스를 떠나 미국, 칠레 등 신대륙 몇 나라를 떠돌다 아르헨티나로 유입됐다.


아르헨티나의 높은 해발고도와 안데스 산맥의 쾌적한 환경 덕택에 서리와 병충해에 약한 말벡은 무럭무럭 자랐다. 현재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품종이자,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포도 품종이 되었다. 아르헨티나에서 수출하는 와인의 60%가 말벡일 정도라고 한다.


프랑스 말벡 vs 아르헨티나 말벡

프랑스 말벡과 아르헨티나 말벡에는 차이가 있다. 토양 등 재배조건이 다르니 맛과 향, 컬러에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

아르헨티나 말벡은 프랑스 까오르 말벡과 비교해 포도 껍질이 얇다. 포도 껍질은 타닌 함유량과 연결되니 아르헨티나 말벡으로 만든 와인이 프랑스 까오르 말벡으로 만든 와인보다 좀 더 부드럽고 과일 맛이 강하다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컬러는 아르헨티나 말벡 와인이 프랑스 까오르 말벡 와인보다 진하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아르헨티나 대표 산지 멘도자의 말벡은 자두, 건포도 등 과일향이 많이 나고 커피, 초콜릿, 바닐라, 바이올렛 꽃향이 매력적이며, 타닌이 강하지만 입안에서의 질감은 둥그런 느낌의 풀바디 와인으로 빚어진단다.


와인 전문지 와인 폴리 테이스팅 노트

● 아르헨티나 말벡

아르헨티나 말벡 주류의 주요 과일 맛은 블랙 베리, 매실, 블랙 체리다. 미묘한 맛은 밀크 초콜릿, 코코아 파우더, 바이올렛 꽃, 가죽, 그리고 오크 노화 의 양에 따라 달콤한 담배 마무리를 제공한다.  

 프랑스 말벡

루아르 (Louire)와 까오르 (Cahors)의 프랑스 말벡은 산도가 높으며 검은 후추와 향신료로 묘사된 향이 특징이다. 프랑스 산 말벡 와인은 적당한 탄닌과 산성도가 낮기 때문에 오래 먹는 경향이 있다.


프랑스 까오르에서는 보통 말벡 최소 70%에 메를로, 따나(Tannat)를 함께 블렌딩하는데 블랙체리 등 검은 과일 향과 오크향, 흙냄새가 많이 나고 강한 타닌감이 느껴지고 ‘블랙 와인’이라 부를 정도로 색이 매우 짙다.


따나(Tannat) 포도 품종에 대한 정보는 아래 참조


말벡에 관한 놀라운 4가지 사실
(출처 : 와인폴리)


아르헨티나의 구원으로 재탄생한 말벡

오늘날 아르헨티나는 전 세계 모든 에이커 중 75 % 이상의 말벡 포도를 생산한다. 아르헨티나는 말벡을 18대 고귀한 포도 품종으로 재탄생시켰다. 지금은 7 개국에서 자라며 인기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말벡의 블라인드 테이스팅

말벡 와인은 거의 불투명 한 진한 자주색을 띠며 시라(Syrah)와 무르베드르(Mourvedre)와 비슷하다. 말벡 와인은 종종 밝은 보라 빛이 도는 빨간색(마젠타) 테두리를 내비칠 때도 있다.


말벡은 높은 해발 고도를 좋아해요

낮은 고도에서 자란 말벡으로 만든 와인은 훌륭한 맛과 오래가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신맛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낮의 온도 변화가 심한 높은 고도 지역(예 : 더운 날, 추운 밤)에서 자란 말벡으로 만든 와인에는 더 많은 산도가 들어가 있다.


네가 생각하는 만큼 오랜 기간 오크 숙성하지 않는다

말벡의 대담한 풍미와 풍성함으로 인해 많은 와인 체험가는 아르헨티나 와인이 오랜 오크 숙성을 거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2만 원 이하($ 9-12 범위)의 가격대 대부분의 아르헨티나 말벡은 오크 숙성을 6개월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10 개월에서 1년 정도 숙성한 말벡 와인에서는 사이 '블루 베리' 향이 나며, 일부 말벡 와인은 1년 6개월에서 1년 8개월 정도 장기 숙성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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