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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Apr 15. 2020

널 잊어버리지 마

현실에서 비록 '센'일지라도 '치히로'임을 잊지 않을게

문득 떠오른 애니메이션

외출을 하지 못하고 집에 오래 있다 보니 영화가 보고 싶어 졌다. 뭔가 가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영화가...


그러다 어릴 적 봤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떠올랐다.

2시간이 흐르고.....

엔딩곡이 나온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였다. 내게 많은 질문을 던지게 했던 영화이기에 기록하기 위해 오랜만에 키보드에 손을 얹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대한 해석은 많이 있으나, 그런 해석에 의존한 것이 아닌 늘 그렇듯이 내 느낌에 근거해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마음속 깊이 파고든 것은 바로 '나'다. 나는 나를 잘 지켜내며 살아가고 있느냐다.

이름을 뺏기면
돌아가는 길을 모르게 돼

이름은 중요하다. 현실에서도. 그 사람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김춘수 님의 시 '꽃'에서 나오듯이 말이다.


그를 기억할 수 있는 것, 내가 다른 이와 다름을 인지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름'이다. 이름이 있기에 기억할 수 있고 이름이 기에 잊을 수 있는 것이리라.


내 의지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내 이름을 강제로 바꿔버린다면... 그런 상황이라면 아마 그 삶은 이전의 나로서의 삶이 아니라 그 사람에 의해 강요받아야 하는 삶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삶 안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에 맞서 싸우든가, 그에 굴복해 나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든가.


그건 마치 죄수의 삶과도 같을 것이다. 사회에서의 이름은 사라지고 번호로 불리는 삶. 나를 인정받지도 존중받지도 못하는 삶 말이다.

나는 나를 기억하고 있는가

내가 기억하는 나....

내가 지키고 싶은 나....


어느덧 마흔하나가 된 나....

이제 쉰을 향해 달려가는 열차에 올라 있는 나...


중간에 내릴 수 없는...

인생이란 열차 안에 타고 있다...


10대에는 10km 속도로 달려가지만

20대엔 20km, 30대엔 30km....

나이가 들수록 열차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진다...


10대엔 1년이 그토록 길었는데

40대가 되니 1년이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가는 것 같다...


10대엔 실수가 있어도

고쳐나갈 수 있다고 믿으며 희망을 품었지만

40대엔 실수가 있으면

'왜 이런 걸까'라며 자책하며 희망을 잃어간다.


영화가 끝나고 흐르는 '언제나 몇 번이라도' 곡.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동요한다. 잔잔히 퍼지는 음색이 마음속 슬픔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화면 위로 흐르는 가사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제 50대를 향해 가고 내가 '어릴 적 나를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괴로워하고 있다. 치열하게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살아오던 나를 기억해 낸 것이리라... 세상의 커다란 벽에 부딪혀도 좌절하지 않고 그에 맞서 싸우던 나를 말이다....


지금 내가 이토록 슬퍼하는 것은 그런 과거의 내 이상은 시간 속에 묻고 현실에 적당히 타협하고 살아가고 있어서 일지도.... 마음이 아려왔다.


생각이 너무 많아 글을 쓰기가 버거울 정도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고맙다....

더 늦지 않게 이런 마음속 복잡한 마음을 갖게 해 줘서...


나를 잊지 않으려 노력할게... 비록 현실에서는 '센'으로 살아갈지라도....  적어도 '치히로'였음을 잊지 않을게....

엔딩 곡
'언제나 몇 번이라도'

부르고 있는 마음의 어딘가 안에서

언제나 가슴 설레는 꿈을 꾸고 싶어요


슬픔은 다 헤아릴 수 없지만

그 너머에서 꼭 당신을 만날 수 있어요


되풀이되는 실수를 할 때마다 사람은

단지 푸른 하늘의 푸름을 알아요


끝없이 길은 계속되어 보이지만

이 두 손은 빛을 담을 수 있어요


헤어질 때의 고요한 마음

모든 게 사라지지만 귀를 기울이고 들을 수 있어요


살아있는 신기함

죽어가는 신기함

꽃도 바람도 거리도 모두 똑같아요


부르고 있는 마음의 어딘가 안에서

언제나 몇 번이라도 꿈을 꿔요


슬픔의 수를 다 말하는 것보다

입 맞춰 조용히 노래 불러요


닫혀 가는 추억의 그 안에서 언제나

잊고 싶지 않은 속삭임을 들어요


산산조각으로 부서진 거울 위에도

새로운 경치가 비치고 있어요


다시 시작하는 아침의 조용한 창

모든 게 사라졌지만 다시 채워 가요


바다의 저편에는 더 이상 찾지 않을 거예요

빛나는 것은 언제나 여기에

내 마음속에 찾을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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