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화문덕 Feb 06. 2021

흉터

흉터를 바라보다 문득 든 상념

아침에 일어나 양치질을 하려 칫솔을 향해 팔을 뻗다 내 시선이 멈춘 곳. 손등. 손등엔 언제 얻은 상처인지 모르지만 흉터가 남아있다. 주변 피부와 다르게 다소 어둡고, 누가 봐도 도드라지게 보이는 상처의 흔적.


문득... '내 마음은 어떤 모습일까'로 생각은 번져나갔다. 내 삶에서 가장 혹독했고 잔인했던 서른아홉 살과 마흔 시절... 내 마음은 만신창이가 됐다. 


하루하루 위태로웠던 그 시절을 겨우겨우 이겨내고 지금은 다시 '나'를 찾았지만... 아니 찾아가고 있지만...


내 마음에 흉터는 남아있다. 가슴을 열어 보여줄 수 없지만, 이렇게 손등에 난 흉터를 보며 마음이 안쓰러워지는 이유는 그 흉터가 '내게 난 상처도 알아줘'라고 내게 말하는 것 같아서다.


이제 마흔을 넘어 50대를 향해 가는 이 시기... 겉으로 보이지 않는 '그 마음'에 더 마음이 쓰인다.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도 상대의 말보다는 그 말을 하는 마음에 더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한다.


거칠게 쏟아내는 말들이 내 귀를 지나 마음에 닿으면 그런 말을 쏟아내야만 하는 그의 마음에 연민이 느껴진다. 


'누가 그의 마음에 이토록 날카롭고 매서운 상처를 준 것일까...'


지나고 보니 내 마음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알게 됐다. 그리고 내 마음이 다른 이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애쓴다는 것도 알게 됐다. 


'자신이 겪었을 혹독한 인생 속 혹한기를 혹시 그가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 무릎에는 엄지손가락 크기의 원형의 흉터가 큼직하게 자리 잡고 있다. 마흔이 된 이후 생긴 흉터인데, 그날을 난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내 마음에도 흉터가 남아있다. 그리고 그 마음의 상처가 난 이유와 곪아 고름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던 그 시절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흉터를 바라보며 삶을 더 조심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상처가 나고 흉터가 생기기까지 난 그 과정을 모두 기억하니 말이다. 


오늘도 흉터를 바라보며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부디 상처 받지 않게 도와주세요. 또한 다른 이의 마음에 상처 주지 않는 이가 되게 도와주세요'라고 말이다.

이전 16화 혹독함 뒤에 찾아온 깨달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