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를 바라보다 문득 든 상념
아침에 일어나 양치질을 하려 칫솔을 향해 팔을 뻗다 내 시선이 멈춘 곳. 손등. 손등엔 언제 얻은 상처인지 모르지만 흉터가 남아있다. 주변 피부와 다르게 다소 어둡고, 누가 봐도 도드라지게 보이는 상처의 흔적.
문득... '내 마음은 어떤 모습일까'로 생각은 번져나갔다. 내 삶에서 가장 혹독했고 잔인했던 서른아홉 살과 마흔 시절... 내 마음은 만신창이가 됐다.
하루하루 위태로웠던 그 시절을 겨우겨우 이겨내고 지금은 다시 '나'를 찾았지만... 아니 찾아가고 있지만...
내 마음에 흉터는 남아있다. 가슴을 열어 보여줄 수 없지만, 이렇게 손등에 난 흉터를 보며 마음이 안쓰러워지는 이유는 그 흉터가 '내게 난 상처도 알아줘'라고 내게 말하는 것 같아서다.
이제 마흔을 넘어 50대를 향해 가는 이 시기... 겉으로 보이지 않는 '그 마음'에 더 마음이 쓰인다.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도 상대의 말보다는 그 말을 하는 마음에 더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한다.
거칠게 쏟아내는 말들이 내 귀를 지나 마음에 닿으면 그런 말을 쏟아내야만 하는 그의 마음에 연민이 느껴진다.
'누가 그의 마음에 이토록 날카롭고 매서운 상처를 준 것일까...'
지나고 보니 내 마음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알게 됐다. 그리고 내 마음이 다른 이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애쓴다는 것도 알게 됐다.
'자신이 겪었을 혹독한 인생 속 혹한기를 혹시 그가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 무릎에는 엄지손가락 크기의 원형의 흉터가 큼직하게 자리 잡고 있다. 마흔이 된 이후 생긴 흉터인데, 그날을 난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내 마음에도 흉터가 남아있다. 그리고 그 마음의 상처가 난 이유와 곪아 고름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던 그 시절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흉터를 바라보며 삶을 더 조심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상처가 나고 흉터가 생기기까지 난 그 과정을 모두 기억하니 말이다.
오늘도 흉터를 바라보며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부디 상처 받지 않게 도와주세요. 또한 다른 이의 마음에 상처 주지 않는 이가 되게 도와주세요'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