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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Oct 18. 2019

오랜만이야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를 대변한다

가을이다

날이 차다. 추위가 찾아오면 쉽사리 '오한'에 걸리는 내게 참으로 힘든 계절이다. 차라리 두터운 패딩을 입을 수 있다면 좋겠으나...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이 쓰여 내 맘 편히 따뜻한 옷을 꺼내 입을 용기는 없다.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칼칼하다. 몸도 나른하다.


'아..... 그분이 오셨구나...'


맞다. '오한'님이 오셨다. 가을과 함께... 오한이 들면 감정이 더 풍부해진다. 서글퍼지기도 하고 누군가가 몸서리치게 그리워지기도 한다. 감정의 사치가 시작된다.


그러다 문득 지난해 '우울함을 앓기 시작하던 날'이 떠올랐다. 과거 내 삶의 결핍이 곪고 곪아 나를 잡아먹기 시작했던 시기. 나는 그걸 알면서도 병든 나를 치유하려 하기보다 더 감정의 수렁 속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빠져나가려 발버둥 치는 나를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내동댕이쳤다.



결국 난 과거의 나,
아니...
나의 아픔, 결핍 그들과 마주하게 됐다

처음에는 그들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다.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왜 이리 아픈지 알기 위해 몇 달을 고통 속에서 원인을 찾아보려 애썼다.


그러다 알게 됐다.


사랑받고 싶어 하는 나...

정의의 사도가 되고 싶었던 나...


당시 나는 사랑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당시의 나는 정의롭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기업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그저 매월 들어오는 월급 속에서 주어진 업무에 충실해야만 하니 말이다.


기자였을 때 난 내가 정한 기준을 가지고 살아갔다. 그것이 흔히 이야기하는 '상식', '선'이라고 믿으며 그걸 지키고 살아가려 애썼다. 그리고 그것이 아닌 것을 내게 강요하는 이와는 투쟁을 불사했다.

 

병이 들어버린 나는 그런 정의를 외칠 힘이 없었다. 사랑을 받지도 못한다 믿는 이였다.


과거의 나를 직시하면
현재의 나를 위한 답이 있다

우울함을 극복하고 난 뒤에 내가 얻은 깨달음은 굉장히 많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공유하고 싶다.


과거의 결핍에서 허우적대느라 현재의 나에게 또다시 결핍이 생기도록 방치한다면 결국 평생토록 나는 결핍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과거 결핍이 있었다면, 그것이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그냥 쿨하게 인정하자. 그리고 현재부터라도 나와 내 가족, 내 주변 사람들에게 결핍을 주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


말은 쉽지만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나를 시기하고 미워하는 이들을 굳이 상대할 필요 없다. 그들은 무시하자. 왜냐하면 그러한 모습 자체가 그들이 결핍 속에서 살아간다는 방증이니 말이다.


지금 부정적인 생각들로 머리가 가득하다면,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혼란스럽다면, 두근거리는 마음이 나를 잠시도 가만두지 않는다면...


인정하자. 내 과거의 무엇인가로부터 생긴 결핍으로 인해 내가 병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모든 치유의 시작은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부끄러워하지 말자. 누구나 결핍은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누구든 어느 정도의 우울함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날이 차다

요즘 내가 생각하는 건 하나다.


'더 이상 결핍이 나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자'.


나는 내 결핍이 무엇인지 안다. 그리고 그 결핍을 이제 내 안에 꽁꽁 가둬두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 또한 나이고, 내 과거이니.


하지만 현재의 나에게는 그 어떤 결핍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이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표현하려고 애쓴다. 어떤 감정이든 나를 이루는 하나의 상태이니 말이다.


오랜만에 쓰는 글이다. 두서없이 써 내려가는 글이다. 가을이 되어 다시 찾아온,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찾아왔다. 그 감성에 말하고 싶다.


"오랜만이네. 자주 찾아와. 내게 영감을 주던 네가 늘 그리웠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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