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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Sep 01. 2019

혹독함 뒤에 찾아온 깨달음

시기는 내가 독을 마시면서 옆사람이 죽길 바라는 것

선배 요새는 글 안 쓰세요?

며칠 전 안부인사를 주고받던 후배가 내게 말을 전했다. 그는 내 브런치 구독자이면서도 기자 후배다. 그는 내 글을 좋아했고 지금도 그런 것 같다.


최근 내게 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난 이를 모두 함축하여 '광야로 다녀온 시기'라고 지인분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일일이 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나의 부족함에 결과이기도 해서다.


마음이 혼란스럽고 고통스럽다 보니 글도 내 마음의 상태처럼 나타났다. 여행기를 제외한 지난 1년 여 동안 썼던 글의 우울함 속엔 그런 나의 상태가 고스란히 잘 녹아 있다.


그렇다고 지금 100% 예전의 나라고 말할 수는 없다. 삶을 살아보니 완벽하다는 것은 자아도취에 빠졌거나 성인군자로서 철저한 자기 관리 하에서 살아가는 이들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혹독해져만 가는 삶

사실 서른 이전, 다시 말해 내가 내린 의사결정에 대해 책임져야 하는 나이가 되기 전까지는 이렇게 삶이 혹독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물론 내가 서른이 지나면서 변한 걸 수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힘들어져 가는 것도 맞다. 요즘 읽고 있는 삼국지연의 속 인물을 빗대어 표현하자면, 누군가는 고결한 정신을 지켜내다 적장의 칼에 끝내 목숨을 잃기도 하고 누군가는 자신을 보살펴주고 키워준 주군을 배신하고 적장의 앞잡이가 되어 그가 가진 권력을 이용해 과거 자신의 주군이었던 이의 목에 칼을 들이대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니 말이다.


나 역시도 이러한 각양각색의 인간들을 겪으며 마음의 병이 들기도 하고 때론 인간들로 인하여 위로받고 치유받으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삶을 살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으나 이번에 나란 사람의 성정을 알게 됐다. 난 '호불호'가 분명한 스타일로 어떠한 경우에도 '내가 믿는 이'를 배신하거나 내가 존경하지 않는 이에게 머리를 조아려가며 '아부하는 이'는 못된다는 것을. 삶이 고단한 것은 모두 내 탓이라는 것도...


아마도 앞으로도 굉장히 많은 삶의 우여곡절이 있겠다는 두려움이 있기도 하지만 정 안된다면 내가 늘 빈말로 해왔던 "나는 나중에 세상살이에 미련이 없어지는 날에는 산속으로 들어가 자연을 벗 삼아 글 쓰며 살고 싶다"대로 살지도 모르겠다. 

따사로운 햇살이 나를 비추면
내 마음속 걱정과 시름을 꺼내 말리고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주어지는 환경에 나를 맞추며
글이 쓰고 싶으면 글을 쓰고

나를 애써 찾아오는 벗이 있다면
그와 함께 우리가 함께했던 날들 속 정(情)을 회상하고

그렇면서 말이다. 

시기는
내가 독을 마시면서
옆사람이 죽길 바라는 것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도 난 미움, 증오, 부정적인 생각들로 괴로워했다. 잠시 스쳐가는 것이 권력 이건만... 누구 탓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 역시 나의 부족함에서 온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너무도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던 날들을 겪다 보니 난 병들어버렸다. 미움과 증오가 내 뼈를 갉아먹어 몸과 마음은 썩은 고름을 토해내고 있었다.


혹독한 삶의 과정에서 누군가를 향한 '미움', '증오' 등의 감정은 자연스러움일 수 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그러한 감정을 마음에 담아두면 안 된다. 최대한 빨리 나를 지나쳐가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 자신이 병든다. 


누굴 미워하는 것은 매우 부질없는 일이다. 난 이제 사람을 미워하지 않으려 애쓴다. 그는 그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고 나는 내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니 말이다. 내 기준에서 남을 평가하지 말고 비난할 이유가 없다. 결국 그는 변하지 않으니 말이다.


요즘 난 미움과 증오,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눈을 감고 심호흡을 크게 한다. 그리고 되뇐다.


'시기(미움, 증오, 부정적인 생각들)는 내가 독을 마시면서 옆사람이 죽길 바라는 마음이다. 독을 마시면 안 된다. 옆사람은 죽지 않는다. 죽는 것은 나다'

다시 글을 쓰려고 한다

어떤 글을 쓰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이 역시도 내 삶의 기록이 될 것이라는 것과 더 진솔한 이야기가 될 것이란 것이다. 꾸미지 않고 담담하게 늘 그렇듯이 삶을 살아가면서 깨달은 것들을 풀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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