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화문덕 Sep 22. 2021

#3. 특별하지 않지만 기억하고픈...'오이도'

여행이란 함께하는 이와의 추억을 만들고 기억하는 것

이번엔 어디로 가지?

추석 연휴 부모님을 모시고 갈 장소를 고민 중이다. 나의 꿈의 차이기도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시고 근사한 곳에서 식사를 대접하고픈 마음도 커서다.


아버지는 이제 70대 중반이 되셨고 어머니도 70을 곧 앞두고 계시다. 앗 벌써 어머니의 칠순잔치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됐구나. 세월이 너무 빨라 속상한 마음이다.


나는 바다를 보러 가고 싶었다. 탁 트인 바다에서 부모님께 조개구이를 대접해드리고 싶었다. 부모님 집에서 시간과 거리를 검색해보니 오이도가 최적이었다. 조개구이 맛집으로 검색하니 다양한 조개구이 식당이 검색이 됐다.


그래 이번엔 오이도로 가자

부모님을 모시고 오이도로 향했다. 북부간선도로에서 성산대교 방면으로 빠져나와 목동 쪽에 진입로 쪽에 못 보던 터널이 생겼다. 금천 IC까지 외부의 유입 없이 쭉 달리니 신세계다. 늘 이곳은 교통 지옥이었는데 덕분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오전 12시쯤 도착한 오이도 공영주차장. 넓게 공영주차장이 따로 있다기보다는 바닷가 방파제(?)처럼 생긴 곳을 따라 오션 프런트라는 게 마련돼 있는데 그 아래 주차선이 그어져 있는 구조다.


그 외 주차를 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것 같아 자리가 바라며 계속 직진했다.


'엇! 뭐지?'

계속 직진했을 뿐인데 나는 어느새 오이도 식당가를 돌고 있었다. 사각형으로 만들어진 공간에 공영주차장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식당 건물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는데 주차를 하려고 돌다 보면 계속 돌고도는 식이다. 이건 마치 영화 속 인셉션같은 소름이랄까..


3바퀴쯤 돌았을 때 주차했던 차 한 대가 빠져나갔고 나는 유레카를 외치며 안전하게 주차를 마쳤다. 감사하게도 좌측에는 주차금지봉이 있어서 더더욱 기분이 좋았다. 문콕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맘 편히 부모님과 오이도 경치를 볼 수 있겠구나란 생각에서였다.

오이도 오션 프런트

주차를 하고 앞쪽 계단으로 올라가니 이곳이 오션 프런트란다. 바다를 한눈에 보며 걸을 수 있다. 식당 건물에서는 지나가는 사람과 차량을 가게로 들이려는 분들이 많아서 부담스러웠는데 이곳을 따라 걸으면 그런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어 좋다.

걷다 보면 코너가 나온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인데 바다를 보는 풍경이 장관이다. 생각이 많아질 때면 이곳에 앉아 그냥 멍하니 있어도 좋을 것 같은 기분이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는 물이 빠지고 갯벌이 드러났을 때였다. 하지만 허기진 배를 채워야 했기에 미리 검색해둔 식당으로 향했다.

이곳 오이도에 있는 식당의 특징은 무한리필이라고 내건 팻말이 대부분이다. 조개구이에 왕새우구이 그리고 칼국수 글자가 눈에 띄었다

우리도 이제 먹어볼까나?

조개구이 + 왕새우구이 + 칼국수 세트를 시켰다. 성인 4명(백신접종자 2명 + 비접종자 2명)에 아이 한 명 총 5명이 먹을 수 있길 바라면서 말이다. 비용은 이 식당 기준 10만 원이다.


나는 무제한 집을 선호하지 않는다. 어차피 아내와 난 먹는 양이 많지 않아서 무제한 집에 가면 오히려 손해여서다.


그래서 이 식당에서도 1인 무제한 메뉴가 있었지만 우린 일반으로 시켰다.

짜잔!!!
조개구이 등장

커다란 가리비(?) 위에 치즈랑 채소가 버무려져 나왔고 그걸 불에 올려놓은 뒤에 1회용 그릇에 담아주셨다.


사실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몰라 어리바리하다가 그냥 불에 올려  끓여 먹었다. 그렇게 하면 안 됐다면 직원분이 와서 말렸겠으나 별 말이 없는 걸로 봐서는 그렇게 먹는 게 맞았나 보다. ㅎㅎ

왕새우구이는
구워서 내어 주셨다

어머니가 하나하나 까주시고 아버지를 먹여주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아버지도 내가 구워 접시에 놓아드린 조개를 어머니 앞접시에 놓아주셨다.


매번 늘 그렇게 티격태격하면서 50년을 함께 살아오신 분들이지만, 이럴 때 보면 참 보기 좋은 부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남은 조개들을 불에 올리고 함께 나온 반찬(?)을 함께 구웠다. 하지만 조개구이와 왕새우구이로는 배를 채우기에는 한없이 부족했다.

칼국수 부탁드려요

세트 메뉴를 주문할 때 직원분이 물으셨다.


"칼국수를 같이 드릴까요? 아니면 나중에 드릴까요?"


"좀 이따 주시겠어요"


"그럼 칼국수는 나오는데 20분 정도가 걸리니 미리 말씀 부탁드려요"


그랬다. 20분을 기다려야 했다. 조개구이가 이미 들어가 위액은 분비되고 있었기에 20분은 참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침내 칼국수 등장!!!

칼국수가 용기 보고 놀랐다. 항아리 칼국수 같은 느낌이랄까. 이것만 먹어도 4인 식사는 거뜬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제로 우리 가족은 칼국수로 배를 모두 채웠고 걸쭉한 국물을 남겨야 했다.


조개구이와 왕새우구이는 애피타이저였다. 칼국수가 메인이었다. 칼국수 속에 조개가 들어가 있다. 참고로 고추가 들어가서인지 칼칼해서 아이가 먹기엔 맵다

아들 먹을 게 없네? 미안 ㅠ_ㅠ

사실 아들이 먹을 것이 없었다. 어린이 돈가스랑 아이 밥이 따로 마련돼 있긴 했으나 이곳에 와서 돈가스를 먹는 건 좀 그래서 되도록 조개구이를 먹여보려고 했으나 실패... 칼국수는 칼칼해서 아이가 먹기엔 매워서 실패...


아들이 밥을 먹고 싶다고 해서 아이 밥이 뭔지 물어보니 계란 프라이에 김 그리고 밥이 구성된 것이라 했다. 1000원이면 사실 가게에서 가족 단위 손님을 위해 배려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일반 공깃밥과 가격이 같으니 말이다.

아들을 위해 아빠가 요리해줄게

아들 입맛은 내가 잘 안다. 계란 프라이에 밥을 먹게 할 순 없으니 나의 잔머리를 굴려 요리를 뚝뚝 만들어냈다.


밑반찬(?)으로 나온 치즈에 작은 새우 여기에 약간의 초장 양념이 된 것이 있었는데 그걸 불 위에 올려  치즈를 녹이니 달달하면서 초장의 새콤달콤한 반찬이 됐다.


우선 그릇에 공깃밥을 1/3 정도를 넣고 치즈와 새우가 하나가 되어 있는 밑반찬을 넣어준다. 여기에 계란 프라이를 올려 잘 비벼준다. 계란 프라이는 숟가락으로 잘게 잘라 잘 섞이도록 해준다. 여기에 뻑뻑할 수 있으니 칼국수 국물을 2스푼 넣어 윤기를 더해준다.


이날 아쉽게도 직원분의 실수로 김은 아이가 밥을 거의 다 먹은 후에 나왔다. 사실 김이 함께 나온다는 것도 몰랐다. 김이 계란 프라이와 함께 나왔다면 레시피는 수정됐을 것이다.


(변경 레시피) 김을 부셔서 가루로 만들어 밥과 함께 잘 비벼준다. 직원분에게 참기름을 소량 요청해 살짝 넣어 꼬소함을 보태준다.


이렇게 말이다.

어쨌든 배부르게 잘 먹고 나왔다

이곳에서의 오이도 조개구이를 먹은 후기를 말해보자면, 치즈 조개구이보다는 그냥 플레인 조개구이가 더 그리웠다. 양이 푸짐했던 기억 속 조개구이랄까.


조개구이를 먹으러 갔다가 칼국수만 먹고 나온 느낌이랄까. 양이 많이 아쉬웠다. 킬러 콘텐츠를 위해 치즈 가리비, 치즈 조개구이, 무한리필이라는 키워드를 만들어 내시긴 했지만 조개구이를 먹고 싶을 때 또 찾진 않을 것 같다. 가성비 좋은 다른 바닷가 조개구이 집을 찾을 것 같다.

이제 경치를 구경하러 다녀볼까나

오이도는 볼거리가 아직 고민인 듯보였다. 관광지라고 하기엔 식당과 갯벌뿐이니. 아직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아 보였다.


물론 자발적 재미난 놀거리도 보여 눈길이 갔다. 바로 더블 땅콩 열차! 이미 이것의 명물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오이도 갯벌체험장으로 이동

등대 쪽으로 가다 보면 갯벌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연결된다. 들어가면 조그마한 가게들이 있는데 젓갈을 파나 싶어 사러 갔으나, 추석 연휴라서 그런지 상인 몇 분이 고동을 팔고 계셨다. 젓갈이 있었다면 부모님께 사드릴 생각이었는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 다음을 기약하자
이제 물들어올 시간이래

오후 2시쯤 바다가 다시 갯벌을 점령하러 오는 시간이었다. 직원분에게 여쭤보니 1시 40분쯤 갯벌체험은 마감됐다고 하셨다.


갯벌체험 요금 및 준수사항은 사진으로 대신할 수밖에 ㅠ_ㅠ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
새우깡을 사러 갔다

바닷가에서의 로망(?) 중 하나가 바로 새우깡 들고 서있기 아니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인근 슈퍼로 들어가니 새우깡은 가장 잘 보이는 메인 진열대를 장식하고 있었다. 이곳의 최고 인기 템임을 증명하듯.

갈매기야...........
갈매기야.........

아들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갈매기는 오지 않았다. 그저 주변을 서성일뿐이었다.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갈매기가 조준을 잘못해서 아이 손이라도 물면 어쩌나 걱정하기도 해서다.


갈매기의 배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마워 갈매기야'

이제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클이한테로 돌아가는 길. 조형물이 눈에 띈다.

밥 먹고 1시간 정도 주변을 산책했지만 부모님의 무릎과 관절은 이미 오늘 운동량을 다 채우신 듯했다. 부모님의 얼굴에서 피곤함이 묻어 나왔다.


다행히도 오이도에는 벤치가 많이 놓여져있어 관광객들이 오며 가며 쉴 의자가 많다. 편히 쉴 수 있어 좋긴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걱정이 되긴 했다. 불특정 다수가 앉는 곳이니 수시로 방역을 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서다.

2층을 통유리로 해서 환기와 뷰를 모두 잡은 건물 속 커피를 마시는 이들이 부러워 한 컷. 마음은 저기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여유를 부리고 싶지만 자칫 돌아가는 길 교통체증 속 지옥에 갇힐까 두려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물론 또 갈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우린 2시 반쯤 오이도를 빠져나왔다. 오이도로 들어오는 진입로에는 차량들로 교통체증이 시작된 듯 보였다.


아버지는 연신 이클이를 탄 소감을 이야기하셨다. 내게 꿈의 차이기도 하지만 아버지에게도 꿈의 차 이기도 한 걸 알고 있어 상세히 설명해드렸다.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남들은 돈 모은다고 아등바등 사는데 너는 자꾸 지르니 우짜누?"


"엄마 어느 순간 깨닫게 됐어요. 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를 가치 있게 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60개월 풀 할부지만 전 이클이를 통해서 우리 가족이 더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 믿어요. 제가 그렇게 노력할 거구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빚을 내서 무언가를 사는 것은 사회적 문제이지만, 내 소비 패턴을 파악하고 월 지출에서 이클이를 사고 다른 지출을 줄인다면 그건 선택의 문제 같아요.


이클이가 생겨서 저희 가족은 더 행복해졌다고 생각할 수 있게 제가 늘 고민할 거예요."

내게
여행이란

사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여행을 통해 무언가를 찾기 위함이 아니다. 함께 하는 이와 뻔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우리만의 시간을 갖고 우리만의 이야기를 우리의 기억 속에 담아내는 것이다. 맛없는 음식을 먹어도 그 또한 우리의 소중한 여행 속 추억이 된다.


오이도에서의 음식과 바다는 사실 다른 바닷가와 다를 게 없지만, 오히려 못할 수도 있는 곳이지만...


나는 아버지,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아들과의 소중한 기억을 얻었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지 못할까 두려워 이렇게 기록으로 남긴다. 나중에 기억을 잃어도 이 글을 보면 내 마음이 이날의 감정들을 기억해줄 것이라 믿으며 말이다.

이전 03화 #2. 소소한 행복..'세종 클래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