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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Sep 23. 2021

#4. 더러움은 서서히 쌓인다

마음에 탐욕과 오만이 먼저처럼 쌓이니 늘 경계해야겠구나

오늘은 육아하는 날

아들이 오늘과 내일 학교를 가지 않아 휴가를 내고 육아하는 날이다. 어떻게 하면 더 알찬 이틀을 보낼 수 있을지 며칠 전부터 고민 고민하다 일과표를 짰다.


아침에 일어나 아내를 출근시켜주고, 아들과 세차를 하러 가기로 했다. 먼저 이클이의 등장으로, 이제는 아내가 주로 타고 다니는 차를 먼저 세차하기로 했다.


아들을 태우고 예전에 충전을 해놨던 손세차장으로 향했다. 총처럼 생긴 물 나오는 워터(?) 건을 아들에게 맡기고 예비 세척을 시작했다. 이제 워터건을 뿌리는 모습이 제법 그럴듯하다.


"좋아! 그렇게 하는 거야! 그럼 이제 스노우폼(세척용 거품)이다~! 이건 시간이 짧고 상대적으로 비싸니까 차량 전체를 빠르게 덮도록 쏴야 해~~~!!"


하지만 스노우폼은 아직 아들에겐 무리인듯싶었다. 성인이 빠르게 도포해도 빠듯한 시간 설정 탓이리라. 그냥 맘 편히 한 번 더 결제하고 편히 아들이 세차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아들 이제 거품솔로 차량 구석구석을 때를 밀듯 밀어야 해"


아들이 무척 즐거워한다. 사실 흠집이 날까 걱정이 되긴 하지만 아내가 차는 타이니 ㅋㅋㅋ 이클이가 아니니 ㅋㅋㅋ 맘 편히(?) 아들에게 맡기고 아들이 즐기도록 했다. ㅋㅋㅋㅋ


"아들 이제 하부 세차야~ 도망촤~~~~"


"쏴~~~" 하는 소리와 함께 차량 바닥에 있는 작은 구멍들로 물이 솟구쳐 나오자 아들이 신난 듯 뛰어다닌다.


"아들 이제는 실내 청소해야지~ 바닥 매트를 꺼내볼까?"


아들은 혼자서도 잘했다. 나는 매트 청소기로 가서 자리를 잡고 아들에게 사용방법을 설명해줬다.


"여기 버튼을 누르고 있어 봐 그럼 이렇게 매트를 뒤집어서 넣으면 돼~ 자~~ 봐봐 어때? 신기하지? 이렇게 넣어서 여러 번 하면 짜잔~~~ 깨끗해졌지? 한번 해봐 아빠는 진공청소기로 실내 청소하고 있을게"

아빠.......... 안 나와....

한참 실내를 진공청소기로 청소하고 있을 때 아들이 시무룩한 듯 찾아와 머뭇거리며 말을 건넸다.


"아! 그거 ㅎㅎㅎ 이리 와 봐~~~ 이게 매트가 작아서 그래 여기 큰 매트를 넣어 볼까~~ 어때? 이제 됐지? 이렇게 하면 돼~~ 깨끗해질 때까지 부탁해~"


그렇게 아들과 난 1시간 동안 아내가 주로 차는 차 청소를 마쳤다.

아들~
엄마 차 상처 난 곳에 녹이 슬었네
마트 가서 세차 도구 좀 사야겠다

그렇게 녹 제거제와 고급 왁스와 고급 가죽 클리너 등을 한 아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은 무지 신이 난 듯 보였다. 우리는 마트에서 아들이 좋아하는 초밥집에서 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들과 난 하나만 조진다. ㅋㅋㅋ 아들은 계란말이 초밥 10피스, 나는 타코와사비군함 11피스!!!


간단히(?) 점심을 먹고 아들은 학원으로 향했고 난 아들이 학원에 있는 동안 이클이 세차에 도전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더러움은 묻어있다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물 없이도 세차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세척액을 꺼냈다. 세척액을 뿌리고 깨끗한 수건으로 열심히 닦기 시작했다. 검은색 차량이다 보니 티가 안 났지만 수건은 금방 시커멓게 변했다. 다른 수건을 꺼내 다시 닦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세척액이 아닌 수건으로 닦아내기 시작했다.


차를 수령하고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잠시라면 잠시 동안 차는 상당히 더러워져 있었다. 내가 애정을 가지고 살펴보긴 했지만 이 정도로 더러울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문득 내 마음에게 미안했다

요즘 마음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쓰고 있지만, 마음속에는 아직 어둠이 나도 모르게 자꾸 먼지 쌓이듯 쌓이고 있었겠구나 싶어서다.


내 마음을 청소하듯 세차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시간 정도 닦아내자 이제 더 이상 더러움이 묻어 나오지 않았다.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


자 이제 마트에서 사 온
고급 왁스를 한번 먹여볼까나

나는 액체 왁스보다 고체 왁스를 선호한다. 액체 왁스는 빠르게 왁스를 바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무언가 아쉬움이 있어서다. 고체 왁스는 입히는 과정이 꽤 고달프(?)지만 그 과정을 거치고 나면 굉장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우선 스펀지로 고체 왁스를 찍어 차량 전체에 바른다는 느낌으로 도포한다. 왁스가 차 위에 지저분하게 얹어있어도 된다. 이클이를 고체 왁스로 도포하고 아내 차로 가서 왁스를 정성껏 발랐다. 문지른다는 개념이 아니라 고기 위에 버터를 올린다는 느낌으로 살포시 올려둔다는 느낌이다.

자 이제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비춰주는 거울로 만들어보자

 내 마음이 그러했으면 좋겠다.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 비춰주는 그런 마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열심히 닦았다. 이클이와 아내의 차를 말이다.


그 결과...

이클이를 타고 퇴근하는 아내를 바래려 가서 잠시 한 컷! 아내도 이클이 말고 아내 차가 실내는 물론 차량 트렁크까지 말끔하게 정리되고 청소된 것을 보자 기분이 나쁘지 않은 눈치다.


1시간 넘게 왁스를 차에 입히기 위해 문지르고 또 문질렀다. 차량 세차에 소요된 시간만 3시간 정도다. 이 정도면 인건비로만 따지면 10만 원 정도의 가치는 있지 않을까 싶다. 또한 왁스도 마트에서 제일 비싼 고가의 고체 왁스로 작업했으니 말이다!

이클아!!!
 네 덕에 나를 다시 찾아간다

이클이 덕택에 어느 순간 멈췄던 글도 다시 쓰기 시작했다. 가족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가 많아졌다. 늘 가족이 내게 무언가를 해주길 바랐지만, 이클이가 함께 하면서 그 주체가 나로 바뀌었다. 내가 이클이를 타고 가족과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것이 기쁘고 행복하다.


오늘도 아들과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12시간 동안 소중한 추억을 쌓았다. 아들은 오늘 세차가 너무도 좋았다고 한다.


"아들 오늘 세차 어땠어?"


아들은 엄지를 치켜올리며 "좋았어"라며 미소 짓는다.


아들 나도 너무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어!
내일도 아빠가 쉬니까 즐거운 기억을 남기도록 고민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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