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빠를 보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컸으면...
등원하시겠어요?
얼마 전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우리 차례가 온 것이다. 막상 연락이 오니 정말 보내야 하나 갈등했다.
태어나서부터 줄곧 엄마와 함께해온 아들. 내년에 복직을 해야 하는 엄마. 평일 육아엔 거의 도움이 안되는 아빠. 요즘엔 주말에 근무다, 워크숍이다 등의 이유로 아내에게 늘 미안할 뿐이다.
우리 천천히 시작해 보자
아내와 난 오랜 상의 끝에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 다만, 아내의 복직 시기가 내년 초인 만큼 아들을 천천히 적응시키자고 했다. 아들을 어린이집에 처음부터 너무 오래 두지 않기로 했다. 처음에는 최대 1시간 정도로 보냈다가 적응이 좀 된다 싶으면 천천히 시간을 늘려가기로 했다.
그렇게 아들은 어린이집에 보내졌다. 아내 말로는 등원 첫 날 아들이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서 엄청나게 울었다고 했다. 마음은 아프지만, 내년을 위해서 지금은 조금 모질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몇 주간 아들은 오전에 어린이집으로 보내졌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엄마와 생이별 연습을 하게 됐다.
아들의 어린이집 적응은 쉽지 않았다. 어린이집에 보낸 지 30분 만에 엄마는 달려가기 바빴다. 아들이 너무 울어 오늘은 데리고 가는 게 낫겠다고 판단해 어린이집에서 아내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퇴근 후 아들의 어린이집 적응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저렸다
오늘은 아빠가 재워줄게
보통 일찍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는 날이면 내가 아들을 재우곤 한다. 온종일 아이를 돌보느라 파김치가 된 아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다.
오늘도 숙퇴 후 오전에 퇴근한 날이다. 이런 날은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도 나의 몫이다. 오전에 아들을 무사히 어린이집에 데려다줬다. 그리고 30분쯤 후에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혼자 있느라 고생했을 아들에게 '곰돌이 젤리'와 '포도 주스'는 아빠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아들이 방긋 웃는다.
오후 내내 집 근처 공원에서 함께 뛰어 놀았다. 어느 덧 잠잘 시간이다. 아들을 재우러 방에 들어갔다.
아들은 잘 때 엄지손가락을 빨며 잔다. 손가락을 빨지 못하게 하면 잠을 이룰 수 없단다. 손을 꼭 잡고 토닥여주면 잠이 든다. 이날도 손가락을 빨다 잠이 들었다. 하루의 고단함을 뒤로하고 나도 잠자리에 들었다.
아빠, 엄마, 유모차... ㅠ_ㅠ
갑자기 아들이 서럽게 운다.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아들 옆으로 다가갔다. 아들이 유모차와 어린이집 가방을 애타게 찾았다. 아들에게 유모차와 가방이 현관에 잘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그제야 아들은 안심됐는지 울음을 그쳤다.
오전에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갔다가 봤던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 아들은 어린이집 가방을 내려놓지 않고 있었다. 선생님께 물어보니 계속 가방을 메고 있었다고 했다.
아들이 엄마를 부른다. 아내가 아들 옆에 누우며 물었다.
"(현관을 가리키며) 저기 봐 유모차는 잘 있어. 혹시 어린이집에서 유모차를 부르는 이유가 집에 오고 싶어서였어?"
"응!!!"
"가방을 내려놓지 않는 것도 집에 오고 싶어서야? 엄마 아빠 보고 싶어서?"
"응!!!"
아들 미안해
난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죄책감도 느껴졌다.
'엄마와 아빠를 보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컸으면 유모차와 가방에 집착하게 된 것일까'.
가족을 향한 애잔함이 밀려왔다. 가족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금 깨닫게 됐다.
아련하게 내 어릴 적 모습이 떠올랐다. 아들처럼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집착했던 물건이 내겐 무엇이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