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진 기자의 육아보고서] 아들아 아빠와 함께한 날들을 잊지마렴!!!
지난 2013년도에 4개월간 육아휴직을 했다. 아이가 태어나서 오롯이 아빠와 둘이서 시간을 보냈다. 그때로 돌아갈 수도 없고 앞으로도 그렇게 아들과 함께 오래오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없을 거란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려왔다. 그래서 복직을 일주일 앞둔 '2013.12.18. 저녁' 내 생각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당시의 마음을 전하려고 했기에 블로그에 올려놨던 원문을 그대로 브런치에도 올려놓는다.
두서없는 글일겁니다. 하지만 지금의 제 느낌을 충분히 담아낼 겁니다. 왜냐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나와 우리 아들이 봤을 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기록이 됐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 기간 : 2013년 8월 22일~2013년 12월 26일
CBS라는 훌륭한 조직에 입사한 덕분에 난 육아휴직을 할 수 있었다. 이 시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남성 직장인들에게는 꿈같은 얘기지만 난 비교적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육아휴직이라는 제도의 수혜자가 됐다.
물론, 와이프의 건강 상태가 산후 악화됐다는 점에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까지에는 분명 회사의 옹호적인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었다.
분명 대한민국에는 남성도 육아휴직을 할 수 있다고 제도화돼있다. 하지만 현실은 육아휴직이라는 것을 남자가 사용한다는 것은 곧 1순위 명예퇴직자 리스트에 올라갈지도 모르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현재 대한민국 남성은 배우자출산휴가(5일), 육아휴직(1년), 가족간호휴가 등을 사용할 수 있다.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에 여성의 무급 육아휴직제도가 명시된 뒤 1995년부터 남성 근로자도 이를 신청할 수 있게 됐다. 2001년 모성보호 관련 3법이 개정되면서 무급에서 유급으로 전환됐고, 2008년 남녀 모두 1년으로 연장된 유아휴직을 쓸 수 있게 됐다. 1회에 한해 분할 사용도 가능하다.
그러나 남성의 참여율은 현재 극히 미미하다. 2003년 104명, 2008년 355명, 2010년 819명 등 그 수치가 조금씩 늘어나긴 했지만, 지난해 육아휴직을 사용한 전체 근로자 중 남성은 2.8%에 불과했다. 아빠들은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사회적 인식에 이어 경제적 이유를 원인으로 꼽았다.
출처: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복직을 1주일 가량 앞둔 시점인 2013년 12월 18일 오후 7시 42분. 아들은 지금 잠을 자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중에 아들이 커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다. 아빠가 아들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알려주기 위한 기록차원이기도 하다.
또한 내가 나이가 들어 아들과 함께 했던 소중한 4개월이 그리워질 때 그때마다 찾아 보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 느끼는 아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평생 간직하고 싶어서다.
지금부터는 생각나는대로 나의 얘길 써보려고 한다. 필요할 것 같아 소제목을 달기는 했다.
처음 육아휴직에 들어서며 아들과 둘이서만 집에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내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란 두려움. 혹시나 아프면 어쩌지라는 걱정 등등...
하지만 다행이도 난 아들에게 잘보이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노래를 부르고 못추는 율동도 하고 개그맨처럼 아이 앞에서 온갖 애교와 아양을 부리며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아이의 표정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보기도 하고 위아래로 흔들면서 소리를 내보기도 하고....
아이의 웃음 한번을 보기 위해 온갖 원맨쇼를 다했다. 그러다 한번의 웃음을 본 날에는 정말 날아갈 정도로 기뻤다.
그렇게 하루하루 아들과 난 서로에게 의지하며 친해지고 있었고 4개월이 지난 지금은 내가 크게 웃기만 해도 아들은 함께 함박 웃음을 지으며 웃곤한다.
그리고 아들은 내 턱밑에 난 까슬까슬한 수염을 만지는 것을 좋아한다. 손을 턱수염에 살짝만 가져다대도 꺄르르 웃는다. 그리울거다. 아들과 서로 함께했던 이 순간들이. 서로 바라만봐도 좋기만했던 지금이.
아들과 함께하면서 아들을 혼자 데리고 병원에가서 주사도 맞추기도 하고 건강검진 문진표를 보며 아이의 상태 하나하나를 다 확인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루 종일 함께 하면서 아들과 교감을 하다보니 아들의 상태를 그 누구보다 눈치로 잘 파악하고 있다. 울음소리로 드러나는 아들의 요청은 틀릴 때도 많지만 그래도 그 누구보다 가장 잘 알아준다.
다른 아이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아들은 "아빠 아빠"를 늘 입에 달고 산다. 일반적으로 "엄마"를 말할 것 같았는데 아들은 엄마란 단어보다 "아빠"란 단어를 사용해 옹알이 한다.
새벽에 깨서 밥달라고 울어댈때면 정말 밉다가도 한번 빵끗 웃어주면 피로가 모두 사라진다. 새벽에 뒤집기를 한 뒤 힘들다고 분단위로 찡얼거려 새벽 잠을 못자게 하더라도, 자기는 눈을 감고 찡얼거리면서 잠을 자는 아이를 보면 밉다가도 또한번의 웃음으로 굳었던 내 마음은 금세 녹아버린다.
뭐가 그리 맘에 안드는지 갑자기 떼를 엄청 써서 꼴도보기 싫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에도 한번 웃어주면 한걸음에 달려서 볼에 뽀뽀세레를 퍼부을 수 밖에 없다.
누워있는게 지루한 지 아빠 얼굴만 바라보면서 안아달라고 두팔과 두 다리를 들고 좌우로 흔들어대면 너무 귀여워 안아줄 수 밖에 없다.
피로에 지쳐 눈을 감으면서 애기 분유를 먹이다가 어느정도 먹었나 확인하기 위해 아들의 얼굴을 쳐다보면 뚫어져라 아빠만 바라보는 그 눈빛이 애처로워 잠이 쏟아지지만 자지 못하고 아들의 눈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계속 웃고 있다.
아들을 만나고 평생 웃었던 것 이상으로 웃게 됐다. 4개월 동안 정말 매일 수십번씩 웃는다. 아들의 웃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웃어보기도 하고, 아들의 웃음에 너무 행복해 웃기도 한다.
복직을 앞둔 지금 내 감정은 만감이 교차한다. 4개월동안 동굴안에서 아들과 둘이서만 지내다가 사회로 나가려니 두려움이 앞선다.
아들과 이토록 가깝게 지낼 수 있는 날들이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슬픔도 밀려온다.
우리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아버지처럼 나 역시 아들과 거리를 둬야하는 아버지가 될까 무섭기도 하다.
아들아 아들아. 나중에 혹시 커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아빠는 아들을 정말 많이 사랑하고 만약 아빠가 너가 크는 과정에서 엄하게 했다면 미안하고 하지만 마음으로는 늘 너에 대한 생각 뿐이란다.
아들아. 비록 아빠가 너의 크는 과정에서 네가 기대하는 만큼 너에게 사랑을 표현해줄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너도 아버지란 존재가 돼보면 아빠를 더 이해하게 될거라 믿는다.
나 역시 결혼하기 전까지는 내 아버지를 그토록 미워했는데 지금 아버지란 존재가 돼보니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고 아버지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려고 한다.
사실 경제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시기였음에 틀림없다. 육아휴직수당은 총 55만원이 나왔다. 애기 기저귀와 분유, 그리고 이유식 비용 그리고 애기 건강검진, 주사 등의 비용을 충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그리고 나 역시 전세금 대출을 받아놓은 상태인지라 매월 갚아야 할 돈이 있다보니 결혼하고 모아놓았던 1000만원 가량이 4개월동안 모두 사용됐다.
공무원들의 책상머리 행정이 초래한 결과라고 생각이 든다. 55만원 주면서 남성도 육아휴직에 동참하라고? 어이가 없어서리.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살림만하는데 한달 카드값은 80만원이 훌쩍 넘는다. 거기에 관리비와 세금 등이 합쳐지면 이건 뭐....
4개월에 이정도인데 어떻게 1년을 하라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육아휴직수당을 신청하는 절차 역시 매우 번거롭다. 회사에 들러서 서류를 챙겨서 일일이 다 사인해서 보내야 한다. 그것도 휴직에 들어간 뒤 한달이 지나서야 처리해야 한다.
보통 육아휴직을 들어간다는 것은 '육아도우미'를 들이지 않고 직접 아기를 키우겠다는 의사표현인데,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데 어떻게 회사를 갈 것이며 젖도 안뗀 아이를 데리고 서류떼고 접수하고 하는 게 도대체 가능이나 하다는 것이냐?
특히 우리집의 경우 처가댁이 지방에 있어 장모님께 도움을 요청할수도 없는 상황인데. 처가와 본가가 모두 지방에 있는 경우라면 어떻게 처리해야할 지 생각만으로도 막막하다.
나 역시 아이를 들쳐업고 우체국으로 가서 등기로 접수시켰다. 힘들어 죽는줄 알았다.
그리고 매월 육아휴직수당을 신청하도록 해놓은 것은 너무 공무원들 편의주의 아닌가? 회사에 확인해보면 퇴직했는지 복직했는지 금방 알 수 있을텐데. 왜 그걸 휴직자가 매월 신청을 해야지 돈을 준다는 것이야!
게다가 애기보느라 정신없는데 그걸 언제 일일이 다 챙기고 사냐. 나 역시 모르고 있다가 육아휴직수당이 안나와서 고용보험에 전화했더니 신청안해서 안나온다고 해서 알게됐다.
고용보험 전화가 있으면 뭐하냐. 전화통화 10통화만에 겨우 됐다. 그리고 육아휴직수당 담당직원 따로 두면 뭐하냐? 통화했을 때 친절하지도 않고 거들먹거리면서 상세하게 설명도 안해주더만. 나도 이런데 다른 이들은 오죽할까.
쓸데없는 요식행위를 만들어놓은 건 정말 너무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남성육아휴직 제도 정착을 위해 힘쓴다고 하면서 육아휴직신청은 왜 모성보호급여 카테고리에 넣어놔서 한참을 찾게 만드냐.
아휴... 정말 감성적으로 써보려고했지만 나라 정책엔 정말 한숨만 나온다...
육아휴직 남자도 꼭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해보니 깨닫는 바가 많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아내를 이해하는 폭도 더 커졌다고 느낍니다.
주위에서 말들 합니다. 아이는 엄마가 봐야하는 것이라고. 육아휴직을 해본 저는 그런데 이말을 이렇게 느껴집니다.
"가부장적이던 시절 남자들이 아이를 키우는 것이 고되고 귀찮은 것이었기에 만만한 여성에게 이 일을 미룬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를 만드려면 엄마와 아빠가 함께 노력을 해야 하듯이 아이를 키우는 것 역시 엄마와 아빠가 함께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육아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먼저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