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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Feb 03. 2022

무더위 시원한 냇가에 발담갔던 추억...'화이트와인'

다시 맛본 내 와인의 첫 기록 주인공...라 크라사드 샤도네이2019

3년 하고도 6개월 만이구나

요즘 술자리를 최소화하고 있다. 이성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요새는 술 마시는 것이 전혀 즐겁지 않아서 이기도 하다. 어느 순간부터 술 마시는 자리가 내게는 신경 써야 하는 어려운 자리가 되어버렸다.


나이가 들어 더욱 나은 나가 되기 위해 줄여야 하는 것은 바로 실수인데, 술을 마시면 그 실수를 줄일 수 없다는 걸 깨달아서다.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상황에 맞게 판단해야 하는데 술이 들어가면 그런 판단력이 흐려져서 불필요한 말을 하게 되고, 그다음 날 이불 킥을 하며 후회하곤 하니... 내게 사리분별이라는 것은 결국 술이 없어야 가능함을 깨달았다


새해를 맞이하기 전날 저녁엔
무언가 근사한 와인으로 마무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요새 주식 대폭락.... 나라가 망한 것처럼 주식시장이 엉망이 된 현재 내 통장 잔고는 정말 최악이다. 하루하루 마이너스 손실이 어마 무시할 정도이니 말이다.


한국 주식시장만 보면 개미 입장에서 보면 대한민국이 망한 것 같은 모습이다. 공매도로 이득을 보려고 매일같이 쏟아붓는 기관님들, 외국인들이 너무도 원망스러울 날들의 연속이다.


그렇다고 뭐 어찌하겠는가.... 주식을 하고 있는 내 선택의 결과이니... 그 또한 내가 감내해야 할 것 아니겠나...


그런 마음, 요새 직장생활을 하면서 드는 복잡하고 어지러운 마음들을 모아 연말이니 떨어 버리고 새로운 힘찬 새해를 맞고 싶은 마음이었달까...


새로운 시작을 위해 와인을 한잔 하며 올해의 마지막 날을 마무리하고 싶어 롯데마트 와인코너를 찾았다. 잠시 와인 장보기에 소홀했더니 정말 다양한 브랜드가 생겼구나... 1만 원 이하 테이블 와인부터 1만 원대 편히 먹을 수 있는 와인이 참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역시 와인공부는 쉼 없이 해야 하는구나... 잠시 와인공부를 게을리했더니... 하...'


와인코너 속 와이너리 명과 포도 품종 등을 꼼꼼히 살펴보다가 낯익은 화이트 와인이 눈에 띄었다.


라 크라사드 샤도네이 2019

2018년 8월 7일 'Shin의 물방울' 첫 기록의 주인공이었던 화이트 와인이다. 라 크라사드 샤도네이. 당시 빈티지는 2016이었고 내 눈앞에 있는 건 2019 빈티지다.


당시에도 할인가로 1만 원에 샀었는데, 이번에도 1만 원대로 판매하고 있었다. 와인 공식 판매가를 찾아보니 여전히 4만 원대였고, 그렇다면 사야 하는 와인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 결제했다.


화이트 와인 중에 고르고 싶었던 것 중에는 루이자도 샤블리와 루이 라뚜르 샤블리도 있긴 했지만 가격이 5만 원이 넘어가서.... 요새 지갑 사정상 고민할 수밖에 없어 샤블리는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오랜만이구나...
너란 와인

와인을 마주하니 설레는 마음이 솟구친다. 와인은 내게 여전히 설렘 그 자체다. 하지만 이 설렘도 경계해야 한다. 내 사리분별을 흐트러뜨리는 알코올인 건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와인을 보고 설렌다면 더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설렘이 후회가 되지 않도록! 물론 집에서 혼자 마실 때에는 사리분별이 필요가 없다. 보통 많이 마셔봤자 2/3 정도 마시고 조용히 잠드니 말이다.


혼술 하면 이상하게도 금방 취한다. 그러면 조용히 마시던 것을 중단하고 잠이 든다. 그게 내 집안에서 와인을 음미한 뒤 패턴이다.

2016년 빈티지 라벨에서는 보지 못했던 마크가 하나 추가됐다. 찾아보니 2020년 리옹 국제대회에서 금메달 수상했다는 인증마크였다.


리옹 국제 대회에 대해서 살펴보니.... 고품질 와인에 대한 인증 같은 것이고, 일정한 조건을 만족하면 전 세계 와이너리는 참가할 수 있다.  리옹 국제 대회는 심사위원단을 꾸려 접수받은 와인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트 진행하는 방식이다

프랑스어를 한국어로 구글 번역을 이용해서 살펴봤으나 혹여라도 무지에 따른 오역이 있을 수 있어 해석은 최소화하고 아래 링크로 대신한다.
음용온도를 맞출 시간이 없어 미안하다

라 크라사드 샤도네이의 적정 음용온도는 10~12 ℃다. 이 정도 온도가 되려면 와인의 겉에 내부 온도와 외부 온도의 차에서 발생해서 생기는 물방울이 생겨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의 라 크라사드 샤도네이는..... 마트에서 상온에 노출되어 판매되고 있었고, 집에 와서 잠시 와인냉장고에 들어갔다가 바로 나와버렸다....


나의 조바심이 라 크라사드 샤도네이가 가진 최고의 맛을 이끌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맛볼 수밖에 없도록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그래도 와인을 독학한 사람으로서, 대중에게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써서 카카오 브런치 특별상까지 수상한 이로서 이대로 먹을 수 없기에 잔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주변에 얼음 점퍼(?)를 입혀 주었다. 짜잔!!!


부디 내가 마시는 동안 온도가 점점 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자 이제 샤도네이를 음미해볼까나

오프너로 조심스럽게 코르크를 끼워 올린다. 코가 무뎌진 탓일까. 한창 와인에 빠져있을 때와 달리 와인의 달콤한 과일향이 느껴지지 않는다. 너무 성급했던 탓일까...


아직 라 크라사드 샤도네이는 상온보다 약간 차가운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내게 시간이 없다.... 이제 와인에 집중할 시간이다...


와인잔에 최대한 얇은 물줄기를 뽑아내듯 와인을 흘려 내려보낸다. 금빛 물결이다. 경쾌한 노란빛이다. 오랜만에 보는 오일을 연상케 하는 금빛이다...

잔을 들어 가볍게 흔들며 와인을 깨워본다. 향이 맡아지지 않는다 오랜만이라서 일까. 너무 오랫동안 쉬었나...


킁킁 거리며 향을 맡아보려 애써본다. 하지만 내 후각이 예전 같지 않다.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내 미각은 아직 살아있을까'


조심스럽게 한 모금 입안에 머금고 혀를 굴려 와인을 입안 전체로 바르듯 물결치게 한다. 신선한 사과맛이 느껴진다. 어릴 적 맛보던 청사과 느낌 같다.


더 차갑게 먹었다면 더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이었을 것 같은데... 아쉬운 마음이 크다. 다음에 맛볼 때에는 꼭 차갑게 음용온도를 맞춰 마셔보리라!!!


다시 입안으로 와인을 흘려 넣는다. 와인의 향을 최대로 끌어내려 혀를 말고 공기를 끌어들인다. 입안 가득 와인 향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온다. 오랜만에 시도라서일까. 기침으로 아까운 와인 향을 바깥으로 뿜어버렸다.


다시 한 모금...
그리고 다시 공기를 들이켜고....

가볍다... 시원한 냇가를 걷는 느낌이다... 눈을 감고 내 마음속에 그려지는.... 라 크라사드 샤도네이 2019가 내게 주는 심상을 쫓기 위해 집중해본다.


이곳은... 지난여름 아들과 찾았던 무주 계곡이다. 나는 흐르는 계곡 물에 아들과 나란히 앉아 발을 담그고 있다. 아들은 나를 보며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맑은 물속에 아들의 귀여운 발이 보인다.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내겐 큰 행복이다.


지난여름 유독 무더웠던 여름날이었지만, 계곡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아들과 올챙이를 찾으며 걷는 날들은 시원하기만 했다. 그날이 떠올랐다.


와인이 나의 조바심으로 인해 시원하지 않지만, 와인 속 샤도네이는 시원한 청사과 같은 신선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물처럼 맑지만 그 안에 느껴지는 신선한 과일향. 그것이 주는 내 마음속 심상.


'그래 내년에는 더욱더 가족을 위하며 더 많은 소중한 추억을 쌓으며 살아야겠구나...'

이제 안주와 함께 즐겨볼까나

나만의 와인을 즐기는 방법은 마음의 심상을 얻을 때까지는 와인만을 음미한다. 다른 맛이 와인을 느끼고자 하는 나의 미각을 방해할까 두려워서다.


와인이 주는 심상을 얻고 나면 무언가 모를 굉장한 마음속 울림이 있다. 심상이 주는 그 기억과 마음과 연결된 감성이랄까. 그 감성을 느끼는 순간이 너무도 소중하고 즐겁다. 그래서 와인을 마시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기도 한다.


오늘 내가 준비한 와인의 마리아주는 하몽과 야채샐러드다. 보통 화이트 와인은 애피타이저인 샐러드와 함께 식전 식욕을 돋우는 용으로 마시곤 한다. 그리고 메인 요리와 함께 레드와인을 세팅해 음미하는 식이다.


하지만 내겐 화이트 와인 1병이 버겁기에 이게 내 오늘의 메인이고 화이트 와인이 내 메인 와인이다. 요즘 식욕이 폭발해 터져 나온 뱃살이 관리가 안되어... 이것으로 오늘 저녁은 대체하려고 한다...

이제 심상을 얻었으니 신나게 먹어보자고

이젠 편히 맛볼 일만 남았다. 올 한 해 고생 많았다. 나도 우리 가족도. 그리고 나와 함께 꿈을 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이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다....


부족한 것이 참 많았지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조금 더 나은 제가 되도록 부단히 애쓸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늘 꿈꾸는 이가 되고 픈 광화문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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