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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Jul 22. 2022

"좀 더 차게 마셨어야 했어"

루이 라뚜르 부르고뉴 샤르도네 2019

오늘은 샤도네이가 마시고 싶다

무더위에 지친 탓일까. 자꾸 갈증이 치밀어 오른다. 사이다도 아닌 '샤도네이'에 대한 갈망이 말이다.


요즘 저녁 일정을 거의 안 하고 있다. 꼭 필요한 자리가 아니면 저녁 일정은 고사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듯하다.


'와인모임'에 초대된 적도 있지만, 이미 거기엔 터줏대감(?)이 자리하고 있기에 내가 원하고 상상하는 그리고 바라고 희망하는 그런 와인모임은 하지 못할 것이란 걸 알기에... 거절하고 있다...


그러다 홀릭스 대표님이 와인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방을 이끌어달라고 내게 권한을 넘겨주셔서 흔쾌히(?) 받아들였다. 내가 잘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보다는 잘해보고자 하는 내 마음속 바람이 더 컸던 것 같다.


다시 정리하면, 덜컥... 대책 없이... 무작정.... '네'라고 해버린 것이다.


▼여기가 제가 와인 이야기를 나누는 방... 아직 썰렁해요;;;


와인에 다시 빠져들어야 할 것 같은
책임감이 내 어깨를 누르고...

무더위 속 지친 마음은 예전 마셨던 시원하면서도 상콤한 그리고 무엇보다 마실수록 기분 좋게 해주는 알코올.... 에 대한 추억이 내 전두엽을 자극했다.

전두엽은 두정엽, 측두엽, 후두엽과 함께 대뇌피질을 구성하는 한 부분입니다. 기억력, 사고력, 추리, 계획, 운동, 감정, 문제 해결 등 고등정신작용을 관장하며 다른 연합 영역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조정하고 행동을 조절합니다.


늘 그렇듯 내 이성은 본능에 억눌려버리고... 내 손에는 결국 '루이 라뚜르 부르고뉴 샤르도네'가 들려져 있었다.

아참 샤르도네와 샤도네이란 용어에 대해서 헷갈릴 수 있다. 같은 포도 품종이다. 'Chardonnay'는 프랑스 어로 '샤르도네'라고 발음을 하고, 미국식으로 발음하면 '샤도네이'라고 한다. 결국 샤르도네나 샤도네이나 같으 포도 품종이니 너무 혼란스러워하지 말길 바란다.


상온에서 보관된
화이트 와인이라니...

늘 아쉽지만.. 가격이 저렴해서 그렇게 하는 것도 있겠으나... 화이트 와인을 살 때에는 늘 안타까운 마음이다.


화이트 와인의 음용온도는 보통 10~12도다. 14도 이하라는 얘기다. 실제로 수입사가 공식 릴리즈한 루이 라뚜르 부르고뉴 샤르도네의 음용온도는 10~12도다.


난 설레는 마음으로 샤르도네를 들고 오면서 생각했다.


'빨리 집에 가서 와인셀러에 넣어두고 시원해지길 기다려야겠다'


기다림은
늘 지루한 법

와인셀러에 온도를 12도로 맞추고 새로 사 온 '루이 라뚜르 부르고뉴 샤르도네'를 넣었다. 나의 사랑 레드와인들이 터줏대감처럼 자리하고 있어 더 온도를 낮추지는 못했다.


터줏대감들은 도매가로 20만 원 이상하는 것들이어서다. 게다가 이제는 구할 수 없는 빈티지이기에 희소성이 큰 와인이다.


언제 마실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평생 못 마실 수도 있다. 사실 그냥 보기만 해도 좋다. 그게 와인 아닐까... 싶기도 하다.


와인셀러에 넣고 4시간 여가 흘렀다.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 싶어 오픈했다. 그리고 잔에 따랐다.


신선한 과일향이
콧속을 파고든다

맛이 궁금해진다.


하지만 더 기다려야 한다. 강렬한 목마름이 올 때까지 향을 맡아야 한다.


달달한 과실 향이다. 강렬하지 않다. 그저 은은할 뿐이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와인잔으로 입술이 달려들었다.


'아.................. 온도.............'


후회가 밀려온다.


'좀 더 기다렸다가 차게 해서 마실 걸'


그래도 꽤 괜찮은 맛과 향을 지닌 놈이다. 적당히 익은 과일의 단맛이랄까. 너무 달지도 너무 시지도 않은 그런...


두 번째 잔을 따른다. 그리고 다시 입술이 잔으로 달려든다. 마실수록 후회된다.


' 좀 더 차게 마셨더라면 어땠을까...'


안 되겠다

응급처리에 나섰다. 얼음을 담을 볼을 꺼냈다. 그리고 와인병을 볼에 넣고 주위를 얼음으로 뒤덮었다.


'이제 샤르도네의 온도는 급격히 낮아지겠지?'


상상만으로도 시원하다. 기대감으로 마음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과연 낮은 온도에서 마시면 내게 어떤 기쁨을 줄까?'


목마름으로 한잔을 또다시 비워버렸다.


이제 병 주변으로
찬기가 전해지는 게 보인다

'이번엔 제대로 일 것이다'


조심스럽게 한 모금...


신선한 과일, 하지만 그래도 나름 3만 원대라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쓰지 않은 은은한 달콤함이 전해져 온다. 물처럼 맑은 느낌이라 실망스럽다가도 은은하게 퍼지는 샤도네이의 향과 맛이 내 마음을 달래준다.

루이라뚜르의 샤도네이는 애피타이저로 마시기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오늘 와인을 고를 때까지만 해도 시원한 샤도네이가 마시고 싶었다. 하지만 보관이 상온에서 했던 탓에 사 와서 와인셀러에서 천천히 음용온도를 맞춰보려고 하다 보니 저녁시간이 됐다.

저녁 식사를  간단히 하긴 했지만...


'샤르도네를 마시면서도 내 마음은 계속 레드와인을 원하고 있다'


뜨거운 햇살이 사라지고
어둠이 찾아온 탓이다

단념해야 했다. 쿨하게. 아직 내가 원하는 온도에 이르지 못했지만, 루이 라뚜르 부르고뉴 샤르도네에 대한 나의 갈망과 와인을 향한 열망이 나를 루이 라뚜르로 이끌었다. 나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말이다.


와인병 표면에 아주 곱고 미세한 방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내게 말한다.


"이봐 네가 그토록 원하던 시간이 이르렀다구"


와인잔에 샤르도네를 흘려 넣는다.


조심스럽게 와인잔 속 와인을 흔든다. 스월링이다. 와인을 깨우기 위해서다.


내게 네가 가진 최고를 보여달라고 떼쓰듯 하지만 조심스럽게 와인잔 벽을 타도록 와인을 굴린다.

흐으읍!!!! 하.....

깊게 숨을 들이시며 와인을 마음 깊이 밀어 넣으려 애쓴다.


와인이 마음을 두드린다. 다시 깊게 숨을 들이쉬고 눈을 감는다. 와인이 내 맘속에 그리려는 이야기를 들으려 귀를 기울여본다.

마음이 와인의 향과 맛에 취해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어릴 적 집 앞에서 돌멩이로 그림을 그려놓고 뛰놀던 내가 보인다. 거기엔 세모 네모가 한데 어우러져있다.


형들은 나를 잡으러 온다. 난 깽깽이 발을 하고 도망치듯 뛴다.


시선이 이동한다

우리가 놀던 공터 옆에 자그마한 간이 천막이 자리하고 있다. 그 안에는 할아버지가 자그마한 국자같이 생긴 것에 설탕을 듬뿍 넣고 연탄불 위에서 녹이고 계신다. 하얗던 설탕이 녹으며 투명해진다. 할아버지는 그 위에 하얀 마법의 가루를 뿌리신다.


마법의 가루가 닿자 투명했던 설탕물(?)은 하얀 그림을 그리며 부풀어 오른다.


밖을 보니 어둠이 짙어졌다. 간이 천막을 나오니 우리 집이 보인다. 어릴 적 살던 집 풍경이다. 거기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눈을 감고 천연 색깔로 보고 싶어 집착해보지만, 내 마음속 색감은 온통 흑백일 뿐이다...


그리움이 솟구친다

어릴 적 살던 집과 주변이 그립다. 좌절이란 감정이 뒤섞이고 있다.


내가 살던 집과 그 앞에 도로, 그리고 공터 모든 것들은 도시개발로 사라져 버렸다.


오직 내 기억 속에만 존재하고 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얼음이 와인병에 스며들었다

와인병 주변에 물방울이 맺혔다.


'드디어 마시기 좋은 온도에 이른 거구나'

설렌다. 남은 와인을 한입에 털어 넣고 아주 조심스럽게 와인을 다시 따른다.  

와인이 와인잔을 타고 흐른다. 와인이 지나간 자리에는 물방울들이 맺힌다. 아주 작고 고운...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설렘이 갈증을 유발한다.

'어떤 맛일까.... 1시간 여가 지난 네가 내게 주는 이미지는 어떤 느낌일까...'

눈을 감고 입안으로 와인을 흘려보낸다

시원한 계속에 발을 담근 것 같은 청량감이 목을 타고 넘어간다.

무더운 여름날의 사이다를 마시듯 마음 깊이 시원해짐을 느낀다.

'아...... 굉장히 복잡한 맛이다. 내 혀가 바삐 움직여야 한다. 예민하게 재빠르게 어떤 맛인지 기억해내지 못하면 사라져 버린다. 신기루처럼'

조바심은 내 몸을 휘감아버렸다. 잔을 들어 연거푸 마셨다.

'이런 내가 벌써 취한 것일까...'

혀가 느낄 겨를 없이 사라져 버린다.

잔이 비었다. 다시 채웠다. 이제 이것을 비우고 나면 마지막 한잔뿐이다...

더 집중해야 한다. 더 집중해야 한다..

루이 라뚜르 와이너리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려 애썼지만...
아래 내용 참조...

이 라뚜르는 부르고뉴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와이너리다. 1797년 부르고뉴의 알록스 꼬통 마을에서 설립된 루이 라뚜르는 부르고뉴 와인 제조업체 중 마지막으로 남은 가족경영 회사다.


루이 라뚜르는 부르고뉴 와이너리 중에서 가장 넓은 포도원을 가지고 있다. 포도원 면적이 48헥타르(48만㎡)에 달한다. 최고급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그랑 크뤼(Grand Cru) 포도밭을 32개나 소유하고 있다. 프랑스 환경보호농법 연구단체인 FARRE의 회원사인 루이 라뚜르는 1989년 지속가능 농업을 도입해 친환경 농법을 철저히 고수하며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자연적인 파종법을 사용하고, 농약을 사용하는 대신 노란 거미를 말린 후 갈아 밭에 뿌리는 방식으로 해충을 없애고 있다.

마크롱·시진핑 만남에 사용된 와인?

루이 라뚜르는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과 시진핑 주석과의 일화 덕분에 한번 더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킬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2019년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국제 수입 박람회(CIIE)에 참석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 주석을 만났다고 한다.


프랑스관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에게 마크롱 대통령은 부르고뉴 와인을 하나 선택해 건배를 제안했다는데!!!


이때 사용한 와인이 바로 루이 라뚜르에서 생산하는 샤또 꼬똥 그랑시 그랑크뤼였다고 한다.

출처: https://www.wine21.com/13_search/wine_view.html?Idx=141469#More
그랑크뤼가 얼마일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허거거거걱....

와인21닷컴에 올라온 것을 토대로 보면 레드와인 최고가가 200만 원이었고, 화이트와인은 110만 원이었다...

출처 : https://www.wine21.com/13_search/wine_view.html?Idx=141463#More
그렇다면 메종이란 단어는 뭘까?

와인 병뚜껑(?)에 메종(MAISON)이란 단어가 있다. 메종이란, 네고시앙이 운영하는 와이너리를 말한다.


그렇다면 네고시앙이란? 네고시앙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만, 부르고뉴 지역에서는 주로 지역 농부들로부터 포도를 구매해 와인을 만드는 회사를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정리하면, 메종이란 포도를 사 와서 와인을 만드는 네고시앙이 운영하는 와이너리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 말은 자기가 직접 재배하는 와인도 있고, 포도를 사 와서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는 얘기다.


부르고뉴에서 직접 재배하는 포도로만 와인을 만드는 회사의 경우에는 도멘(Domaine)이란 용어를 사용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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