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화문덕 Mar 10. 2022

당황스러운 아침 출근길 카톡

늘 그렇게 일하셨었는데... 10년이 지나도 여전하시군요...

안녕하세요

연락처가 없는 이로부터 한 통의 카톡이 왔다. 그리고 이어진 내용은 뷰티 관련 보도자료를 내었으니 참고해달라였다.


짧게 쓴 카톡 "안녕하세요" 그리고 다시 그가 보낸 카톡은 누가 봐도 복붙한 내용이었다.


기분이 상했다. 아침 8시쯤 받은 그의 카톡으로 인해 상콤하게 하루를 시작하려는 나의 바람은 그의 카톡으로 연기처럼 날아가버렸다.


그와 대화를 나눈 건 10년 만이다... 기자 시절 그와 문자 메시지 이외에 사적으로 카톡을 주고받은 적 없었다... 


카톡이란 공간은 개인적인 영역이라 나 역시도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던 분께 안부 인사를 올릴 때에는 아주 조심스럽고 정중하게 한 자 한 자 마음을 담아 쓰곤 하는데 그의 카톡은 너무도 가벼웠을 뿐 아니라 자신의 업무를 위해 나를 이용하려고 하는 목적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ctrl+c 해서 ctrl+v 한 글자들이었다.


그와의 기억을 끄집어내려 애썼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쯤... 기자 시절 유통업계를 출입했을 때 점심 식사를 한번 나눈 게 전부였. 그 이상 그와의 기억은 없다. 또 하나는 기사를 쓴 뒤에 그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았고, 사실 관계에 대한 반박 또는 해명이 아닌 감정적인 일방적 주장과 질타에 감정이 상해 끊었던 기억뿐이다.


시간은 흘러 난 기자를 그만두고 기업인이 되었고, 기업인이 되고 나서 어느 순간 기자 시절 취재를 위해 혹은 출입등록을 하기 위해 저장해두었던 연락처들을 정리했다. 2년 동안 한 번도 서로 연락하지 않는 사이이니 서로 삭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홍보를 하는 이에게 기자 연락처는 넘쳐나고, 출입처를 떠났음에도 민원 처리를 위해 연락하는 이들이 많다 보니 나는 그에게 그런 이가 되고 싶지 않아서였다. 친분이 있다면 안부도 나누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연락처를 가지고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주변에 인맥 자랑할 게 아니라면 삭제하는 게 맞다고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벌써 10년이 흘렀네요

머리는 복잡했지만, 빨리 지금 이 상황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 방치해두면 나의 상콤한 아침을 바라는 마음을 그가 또다시 날려버릴까 두려워서다.


안부인사와 함께 직장인이 된 내 상황을 덧붙여 정중하게 답변을 보냈다.


'아 네 죄송'


당황스럽고 더 불쾌한 한 통의 카톡이 날아왔다. 예상치도 못한 메시지에 멍해졌다.


10년 만에 본인 필요에 의해 그것도 복붙한 톡을 보내 놓고 이번에는 반말까지 해대니 아침 기분이 착잡해져 왔다.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음에 화가 나려고 했지만...


내 마음은 내가 위로해야 하기에... 내 마음을 다독였다.


'그도 그의 삶 속에 수많은 사연을 안고 살아가고 있겠지'


마음은 빨리 톡을 삭제하자고 나를 채근했다. 워버렸다.


은 톡이 두어 번 이어졌다. 친한 사이에서는 톡을 짧게 끊어서 보낼 수 있으나, 예의를 지켜야 하는 사이에서는 톡을 보낼 때 하고 싶은 말을 한 번에 써서 보내야 한다는 것을 모르나 싶은 짜증이 들었다.


그의 카톡 알람에 그와 업무를 하면서 마주쳤던 기억이 소환됐다. 지 않았던 기억이라 지워버리려 했는데 그가 그 기억을 소환시켰다. 기억 속의 그는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일하는 사람이었다. 


에휴...
어쩌면 얼마나 절박했으면...

그에게서 온 모든 카톡을 지우고 다시 마음을 다독였다. 그를 미워하기보다 이해하려고 애썼다.


'10년이나 지난 내게라도 보도자료를 보내서라도 홍보를 해야 하는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냥 자신의 목적을 위해 상대를 존중해야 할 사람이 아닌 이용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그의 태도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렇게 10년을 살아왔을 테니 주변에 보도자료를 써달라고 부탁할 사람이 없어 내게까지 톡을 보냈을 그를 생각하자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안 그래도 뒤숭숭한 아침인데, 그의 카톡 덕택(?)에 그의 무례함을 신경 쓰느라 아침이 덜 심난했던 것 같아...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하나의 깨달음을 얻어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나 자신을 세뇌였다.


'오늘은  역시 다른 누군가에게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이전 22화 말수가 적어지는 이유를 알겠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