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운전연습을 돕다가 깨닫은 것
요즘 아내는 운전연습 중이다. 면허를 딴 지 8년여 만에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올해 초 아내는 내게 운전연습을 도와달라고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 푼이라도 아껴보자는 취지였다. 난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고맙기도 했고 안쓰럽기도 했다.
며칠 뒤. 아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주차장을 지나 도로로 진입했다. 1킬로미터도 가지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 "어어어어어", "브레이크 브레이크"라며 외쳐댔다.
운전대를 잡은 아내의 두 손이 더욱 꽉 쥐어졌다. 아내의 얼굴 근육이 모두 경직돼 있었다. 아내의 긴장을 내가 더 조장하고 있었다. 아내는 참다 못했는지 "소리 좀 지르지 마"라며 쏘아붙였다. 난 "부딪힐 것 같으니까 그렇지"라고 맞받아쳤다. 철부지처럼 아내 탓만 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 한다'는 말이 딱 내 꼴이었다.
결국, 아내는 운전연습을 도와주는 학원에 등록했다. 나 역시 그게 속 편하다고 생각했다.
어제 처가댁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의 운전연습을 돕고 싶었다. 학원에서 어느 정도 배웠으니 차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아내도 의욕이 넘쳤다. 운전학원 선생님의 도움으로 자신감을 많이 되찾은 듯했다.
집에서 7킬로미터가량 떨어진 곳에서 아내에게 운전대를 맡겼다. 아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예전보다 많이 늘었다. 속도도 제법 낼 줄 알았다. 다만 좌회전, 우회전할 때 운전대를 꺾고 풀어주는 시점이 늦어진다는 것뿐... 연습이 더 필요해 보였다.
내 잔소리가 이어졌다. 아내는 "꼭 필요한 말만 해줘"라며 정중히 내게 말했다. 난 '아차'하며 되도록 응원을 하려고 노력했다.
'이야 많이 늘었네'
그렇게 아내는 운전대를 꼭 부여잡고 차를 운전하며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
하지만...... 곧 다시 싸움이 시작됐다. 지하 주차장에서 아래층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통로에서 내가 과민 반응했다는 게 아내의 항변이었다.
또다시 내 입에서 "어어어어", "브레이크"라는 말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통로가 좁다 보니 난 아내의 운전대를 붙잡아 조정해주기도 했다. 변명하자면 정말 부딪힐 것 같았다...
아내는 나의 그런 모습이 자신감을 떨어뜨렸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그리고 한바탕 서로 또 한 번 상처 주는 말들을 주고받았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이래서 뭐하나...'라고.
지금 당장 화가 나서 상대에게 아무 말이나 막 내뱉을 수 있다. 하지만 결국엔 그 말은 서로의 관계엔 도움이 안 된다. 게다가 평생을 함께 살아가야 할 인생의 반려자인데...
물론 다신 안 볼 사이라 해도 언제 어떤 인연으로 만날지 모르니 더더욱 흠집 낼 필요는 없다. 안 보면 그만 아닌가... 상처 내고 헤어져 봤자 내게 득이 될 게 없다. 밑져야 본전이다.
늘 깨닫는 것이지만 지나고 보면 아내의 말이 늘 옳다. 난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아내의 공포심을 조장한 것이다. 운전은 자신감인데 운전을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아내의 사기를 계속 꺾고 있었다...
이미 아내는 내게 실망했다. 이전에도 수차례... 아내의 사기도 역시 떨어졌다. 반성해봤자 늦었다. 어린아이처럼 저지르고 후회하는 일을 언제쯤 그만할지... 늘 나 자신이 답답하다...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아내에게 상처를 덜 줬을 텐데... 아내와 더 예쁘게 사랑하고 살았을 텐데... 더 많이 웃으며 한평생 살 수 있었을 텐데...란 아쉬움이 남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