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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May 18. 2022

보고싶었어....

"엄마, 아빠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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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소식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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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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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전화 못하면 문자라도 주라.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소식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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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무 일 없어요. 기침이 좀 심해서 며칠 좀 누워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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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혹시나 해서 걱정돼서 잠이 안 오더라. 푹 쉬고 내일 연락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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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몇 시에 만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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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살다 보면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잊곤 한다. '엄마'....'아빠'....


아빠는 표현을 거의 하지 않으신다. 아빠가 내게 했던 마음의 표현은 첫 휴가 나왔을 때였다. 아빠는 내가 보고 싶어서 눈물을 흘리셨다고 하셨다. 그만큼 보고 싶었다는 말을 그렇게 에둘러 말씀하셨다. 나지막하게 무심한 듯 툭 던진 그 말 한마디가 전부셨다.


아빠는 가끔 묻곤 하신다.


"아들 엄마 나이 알아?"


"엄마가 50년생, 저보다 30살이 많으시니 73이요!"


"그럼 아빠 나이는?"


"아빠는 46년생이시니 77세요!"


"틀렸어 아빠는 주민등록보다 1년 빨라. 그때는 그랬어. 애를 낳아도 언제 죽을지 모르니 출생신고랑 실제 태어난 날이 다른 게 당연했지"


아빠는 내게 아빠가 이만큼 늙어가고 있다는 걸 이렇게 표현하신다. 아빠가 늙어가고 있으니 좀 더 신경 쓰라는 말을 말이다.


'아.... 아빠가 벌써 78세이구나.... 아빠...... 내 나이가 들어가는 것만 생각하고 내게 가장 소중한 부모님을 소홀히 했구나....'


며칠 전 꿈에 아빠가 나오셨다. 이날도 난 꿈속에서 펑펑 울었다. 내게 늘 강인하시고 거침없으셨던 아버지가 꿈속에서는 너무도 아프셨다. 내  꿈에 아빠가 찾아오시는 일은 손에 꼽지만, 아빠가 꿈에 나타나면 늘 애틋하고 마음이 아파 매번 펑펑 운다. 아빠란 존재는 내게 그런 존재인 듯하다. 아빠와 나는 만나면 서로에게 툭툭 무심한 듯 말들을 내뱉고 돌아오는 길에 늘 후회한다. 마음은 아빠에게 친절하고 상냥한 아들이 되고 싶지만 그게 안된다...


아빠와 난 둘만 있으면 늘 어색하다. 어색함을 깨기 위해 말을 대화를 하다 보면 늘 너무 깊게 들어가 끝이 안 좋다. 안 하니만 못한 대화가 되기 일쑤다. 그게 부자지간인가 싶지만 나중에 아들과 내가 그런 사이가 될까 두렵기도 하다. 요즘 나와 아들의 대화 속에서 아빠와 나의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아들이 점점 커가고 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들과 대화가 점점 단답형으로 되어가는 것 같아 겁나 서다....


"아들 얼굴 봤으니 이제 됐다"


엄마가 웃으신다. 몇 달 만에 뵈었는데 얼굴이 편안해 보이신다. 아빠가 잔소리를 좀 덜하시나 보다. 내 기억 속 엄마의 모습은 검은 머리에 탱탱한 피부의 엄마인데, 만날 때마다 엄마의 주름이 점점 깊어지신다. 머리는 이제 백발이 되셨다.


"엄마 오늘 얼굴 좋아 보이네"


엄마가 웃으신다. 결혼하기 전 퇴근하고 엄마와 동네 마실을 다니곤 했다. 그게 밤 9시든 10시든 말이다. 가끔은 분식집에 들어가 김밥에 떡볶이, 어묵을 사 먹기도 했다. 엄마의 손을 꼭 잡고 함께 하는 그 시간이 내겐 너무 소중했다. 그게 엄마와 나의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아빠가 엄마한테 큰소리치고, 엄마가 스트레스를 극심하게 받으시는 게 너무도 안쓰러워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게 그거였다. 엄마를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빠와 맞설 수는 없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엄마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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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오늘 처음으로 기사를 썼어. 읽어봐. 인터넷에 아들 이름 검색하면 이제 검색돼!!! 엄마 내가 뭐 하고 있는지 궁금하면 인터넷에서 이제 아들 이름 검색하면 돼!!! 신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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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늘은 회사에서 후배들을 가르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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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늘은 SPC 기업에 대해서 공부했어. 파리바게트랑 베스킨라빈스31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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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늘은 산업은행 관련 기사를 멋지게 써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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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같이 거닐던 보문동 골목길을 우연히 지나게 되면 거기에 내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엄마와 함께 하던 걷는 20대의 내 모습이 말이다. 손잡고 걷고 있다.


"엄마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냈어? 아빠가 힘들게 하지는 않았어?"


내 이야기도 하지만 엄마의 하루가 궁금했다. 엄마가 오늘은 슬픈 일이 없으셨는지 화나는 일은 없으셨는지 웃을 일은 없으셨는지 말이다. 내 어릴 적 기억은 엄마는 늘 외롭게 홀로 일하셨다.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 쉼 없이 미싱 앞에서 하청일을 하셨다. 점심 저녁 시간 외에는 일만 하셨다. 외롭게 20대, 30대, 40대, 50대를 보낸 엄마다... 어쩌면 엄마의 유일한 친구가 가족일 수 있다. 그런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었고 친구 같은 아들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 엄마와 더 이상 손잡고 걸을 수 없게 돼 늘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이 뜸할 때면 엄마는 내게 문자를 보내시곤 한다. 혹시나 내게 방해될까 봐 아주 짧은 한마디에 아들을 향한 그리움을 욱여넣어.


"아무일없지?"


이 한마디가 전부다. 이 다섯 글자.... 그 단어를 내게 보내기까지의 망설임였을 엄마... 그 마음이 느껴져 이 다섯 글자가 내게 전송되면 열일 제쳐놓고 통화버튼을 누른다.


"아들~! 왜 전화했어? 바쁜데"


통화음 신호가 가자마자 엄마의 환한 목소리가 나를 반긴다. 엄마는 우울해도 우울하다 말씀하지 않으신다. 내가 걱정할까 봐 언제나 환하게 웃는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그게 더 미안하다. 난 우울하고 슬프고 힘들 때 엄마한테 연락을 하는데... 엄마는 내가 걱정할까 봐 늘 웃으시니...


오늘 새벽 2시에 프로듀서이자 기획사 대표인 형민이가 우지원 님의 디지털 싱글 앨범 작업 중이라며 아직 미완성이지만 음원을 들려주고 싶다고 카톡으로 보내왔다. 새벽 6시에 일어나 계속 반복해서 듣고 있다. 그리운 사람에 대한 노래인데 말하듯 숨 쉬듯 노래하는 우지원 님의 노랫소리가 나를 엄마와 아빠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끌었다.


노래를 듣다가 그리움이란 감정에 푹 빠져 지하철 환승을 놓쳐 회사까지 3번 환승인데 왔다 갔다 하며 6번의 환승을 해야만 했다. 우지원 님의 디지털 싱글 앨범을 먼저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준 형민이에게 감사하고, 바쁘게 산다는 핑계로 내게 가장 소중한 엄마 아빠에 대한 이 마음을 꺼내어 볼 수 있게 해 준 노래를 만들어준 우지원 님께 감사하다.


오늘은 이 마음을 담고 싶었다. 그리움.... 애틋함.... 고마움.... 그리고 엄마... 아빠....


"엄마, 아빠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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